월간복지동향 2002 2002-07-11   1414

성장과 분배의 균형

소득분배는 경제성장과 양립될 수가 없는 것인가. 평등성을 향한 소득재분배는 경제의 효율성을 해치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는 논리가 타당한가. 이와 같은 성장과 분배의 동시달성과 공존균형의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문적 교착점이자 정책과제로 인류가 해결해야할 가장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종래 서구 복지국가는 실업 및 빈부격차 축소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과다한 복지지출로 국가재정이 적자위기에 시달려왔다. 또한 이들 국가들의 관대한 복지급여는 수혜자들의 복지 의존적 생활양식과 근로동기 저하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좀더 집중적이고 포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복지경제 모형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며 새로운 복지국가모형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특히 고려할 사항은 실업문제의 심각성, 소득분배의 악화, 재정위기와 경제 침체, 그리고 근로동기 저하 등이 해결될 수 있는 포괄적인 정책연계가 필요하다.

기존의 복지경제 모형으로서 사회민주주의는 평등성 향상을 위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정부의 기능이 비대화되어 관료주의, 비효율성을 낳고 있으며, 근로동기 감퇴 및 부담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관대한 급여로 인한 심각한 재정불균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약할 수 없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경제를 바탕으로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지만, 한편으로 대량실업, 심각한 빈부격차, 사회적 배제 등의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이같이 두 모형은 뚜렷이 상반된 정책적 지향을 가지고 있지만, 두 모형 모두 실업문제,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압축성장을 해온 한국의 경우 급속한 소득증대 및 빠른 복지수요 증가로 서구 선진국보다 더욱 심각한 복지팽창의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복지제도 설계시 서구 복지제도 문제점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인간개발과 노동시장 참여를 활성화하고 복지가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며, 나아가 복지영역을 문화 및 환경으로까지 넓힘으로써 보편적 복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그 목표로 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제도를 선택해야 되는 것인가. 소득재분배를 통한 평등성을 달성하면서도 경제성장의 동력이 살아있는 균형적 국가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소득재분배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는 경제의 안정은 도모하게 한다. 호경기와 불경기에 경기조절기능을 하며, 저소득층에게 소득이 재분배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정된 생활을 영위 할 수가 있다. 노령화되거나 질병시 혹은 실업상태에 놓이게 되더라도 생존에 위협을 당하지 않게 되어서 사회적 불안이 감소되는 것이다. 만약에 이러한 사회보장 장치가 없다면 사회는 불안정하게 되어서 범죄가 증가하게 되고, 사회통합이 파괴되기에 이른다. 이런 상태 하에서는 안정된 투자가 이루어 질 수 없고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가 없다. 따라서 사회보장에 의한 소득분배장치는 경제성장에 필수요소인 것이다.

서구복지국가들의 사회복지제도가 경제침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이유는 사회제도가 분배와 성장의 균형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에게 기초보장을 실시하지만 그 중에서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극적 자활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적극적 자활정책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적극적 복지정책으로 나누어진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실직상태에 있는 근로자를 직업훈련지원, 생계지원 등을 통하여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제도이다. 한편 적극적 복지정책은 은퇴한 노인, 장애인, 여성 등 기술이 없거나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계층이 대상이 된다. 이들에게 복지간병, 시설청소, 재활용, 간단한 집수리, 건축도우미, 가정 돌보기, 산림감시 등의 일을 표준화하여 교범으로 훈련시키고, 서비스의 품질을 자활후견기관이 보증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저소득층이 빈곤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일자리에 취업하여 얻게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자활저축할 수 있게 하고 사회복지급여를 그대로 지속시켜준다. 일정기간 축적된 저축기금이 이루어지면 자활사업이나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프로그램을 안내한다.

이와 같은 적극적 자활정책에 의해서 소득이 증가하고 노동공급증대에 의한 노동비용감소로 투자환경이 개선되어서 생산이 활성화하게 된다. 그 결과 적극적 복지정책은 소득분배와 소득증대의 양면성을 지니게 되고 드디어 분배정책이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서구 복지국가들이 평등성을 지향하며 이상사회를 꿈꾸었지만 성장의 동력을 갖추는 효율성을 결여했기 때문에 제도적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발전지향적인 인적자원개발과 자활동기의 집중으로 생동감 넘치는 성장의 동력을 점화시켜서 제도적으로 균형국가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정경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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