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7-11   1634

누구든지, 언제든지 질높은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사회복지시설의 확대와 운영의 합리화

지난 수 십년 동안에 이룩한 경제성장과 정치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없는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은 풍요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가족의 보호와 부양이 필요하지만, 급속한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기능이 약화되어서 가족의 부양을 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사회복지시설에서 보호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시설은 심신의 미발달, 노화, 기능장애 등으로 인하여 자립이 곤란한 사람들을 가족과 사회를 대신하여 보호해 주기 위하여 일상적 생활서비스, 요양, 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이러한 사회복지시설은 일반적으로 생활시설과 이용시설(재가복지기관)로 구분된다. 이 두 가지 유형은 이용대상자에 따라 장애인시설·노인시설·여성시설·아동시설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용시설(재가복지기관)에는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이 있으며 이 기관 내에는 재가복지센터나 주간보호센터 또는 단기보호센터 같은 보호시설들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일부의 경우에 주간보호센터나 단기보호센터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2001년 현재 이들 기관의 수를 보면 사회복지관이 357개소, 장애인복지관이 93개소, 노인복지관이 133개소인데, 대부분의 복지기관들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사회복지법인에 의해 위탁·운영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공급과 재정의 부족

지금까지 이 기관들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들을 실시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주민들의 욕구해결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래서 정부도 이러한 이용시설(재가복지기관)을 계속 늘려 왔으나 아직도 수요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사회복지관은 가장 먼저,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이 설치되었기 때문에 일부 지역을 제외한다면 비교적 적정하게 설치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노인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은 매우 부족하여 현재의 상태로는 장래의 노인인구 증가와 국민의 복지욕구 증대에 대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수적인 부족 이외에 또 다른 문제로서 이들 기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빈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위탁운영자를 선정하여 기본운영비를 보조해주고 있으나, 특히 가장 수가 많은 사회복지관의 경우에 이 기관에 지원되는 정부보조금이 너무 적어서 지역주민의 문제나 욕구를 충분히 해결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정부보조금이 인건비 등 기본운영비에 한정되어 있고 복지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에 필요한 사업비 지원이 거의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생활시설의 문제

한편, 생활시설의 경우를 살펴보자. 생활시설이란 일반적으로 양로원과 같이 가정이 아닌 특정공간에서 거주하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설을 말하는데, 2001년 1월 현재 우리나라 생활시설은 879개소이고 이 곳에서 보호받고 있는 인원은 약 7만9천명에 이른다. 이러한 생활시설은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없는 노인, 아동, 장애인, 부랑인 등의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많은 기능을 해온 것이 사실이나, 행정기관의 감사와 지도감독을 통해 드러났듯이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어서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생활시설의 문제점들을 짚어 보면, 먼저 시설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불충분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시설생활자의 수에 비례하여 재정이 지원되고 있고, 이에 따라 소규모 시설은 운영난을 겪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시설의 대형화를 조장하고 된다. 무엇보다 시설의 서비스를 책임질 인력과 관련하여 정부가 시설종사자 배치기준을 마련하여 시설로 하여금 그 기준을 지키도록 하고 있으나, 그것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부적절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인건비 지원은 이 기준에 따른 종사자 수보다 적게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시설종사자에 대한 기본인건비 수준이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어서 현재 대부분의 생활시설 직원(시설종사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많은 시설들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의 문제점으로 시설생활자들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채 그들을 단순히 수용·보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시설생활자의 사회적 재활 및 사회복귀가 어렵고 보호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시설의 경우에 시설생활자들이 방이나 거실에 모여 멍하니 앉아 있거나 텔레비전만 시청하는 등 특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채 하루 일과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는 앞서 지적한 종사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입·퇴소를 위한 전문적인 사정(assessment)체제가 미비하여 시설에서 오래 생활하거나 필요한 사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시설입소 과정에서 시설입소자가 받게 될 서비스내용 등에 대한 정보제공이 미흡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시설입소자의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끝으로, 시설의 운영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는 등 시설운영의 공공성이 빈약한 실정이다. 현재의 생활시설은 대부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가의 재정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설운영은 공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로 생활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의 이사장이나 시설장들이 대부분 생활시설을 사유재산처럼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시설장들은 장기간 재직하면서 아들이나 며느리 등을 직원으로 고용하여 족벌운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 결과 공금유용이나 인권침해와 같은 각종 위법·부당행위가 발생되고 있으나, 족벌운영 체제 하에서는 내부견제가 불가능하여 시설의 운영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1999년 감사원의 감사에서 예산횡령 등 부정비리가 적발된 시설들 중 대부분이 법인이사장과 시설장, 총무가 친인척관계였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기도 하다. 이처럼 대다수의 시설이 족벌운영 체제로 운영됨에 따라 운영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이 파괴되고 있으며, 친인척이 아닌 유능한 직원은 승진이 불가능하여 시설을 떠나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시설들이 회계처리에 대한 전문성이 낮고 예산집행이 불투명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부족하고 시설운영이 개방되어 있지 못하다는 문제도 지니고 있다. 즉, 폐쇄적인 시설운영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지원과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 내의 재가복지기관이나 사회복지관 등과 프로그램 협조체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이러한 시설운영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빈약한 것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시설을 지도·감독하면서 문제나 비리가 드러난 경우에 그 정도에 따라 시설장 교체, 법인설립 허가취소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러한 사례가 매우 드문 실정이어서 결과적으로는 시설의 불합리한 운영을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복지시설의 정책과제

이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사회복지시설 분야의 정책과제 혹은 대선공약의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1. 재가복지기관의 설치 확대

재가복지기관을 노인·장애인 등 종류별로 인구 10만명당 1개소씩 설치하도록 하되, 복지욕구를 추정하여 지역별로 균형있게 재가복지기관을 확대·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복지욕구를 조사하여 복지기관에 대한 수요와 공급계획, 복지인력의 수요, 재정수요 등을 포함한 지역복지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양적인 확대와 동시에 복지기관 운영비 등 재정지원 기준을 현실화하여 정부보조금을 증대해야 하고,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도록 사업비를 지원해야 한다.

2. 생활시설의 서비스 질을 높인다.

전반적인 사회생활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에 따라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질 높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유능한 직원(시설종사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정부가 법정 배치기준에도 못미치게 지원하고 있는 인건비를 최소한 정부가 설정한 기준에 맞게 인건비를 전액 지원해야 하고, 시설직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이와 동시에 법정배치 기준에 못 미치게 지원하고 있는 종사자 수를 단계적으로 확충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복지시설의 경우에는, 양로원에 근무하는 생활보조원(생활교사)은 법정기준에는 20인당 1인을 두도록 되어 있으나 정부의 인건비 지원기준은 25인당 1인으로 되어 있다. 사실 법정기준인 20인당 1인도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기에는 상당히 무리한 수준인데, 이것조차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설생활자를 일상적으로 보호해주는 생활보조원을 사회복지사로 확보해야 하는데, 정부는 사회복지사로서 생활보조원에 종사하는 자에 대한 우대조치를 마련하여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직원능력을 개발하기 위하여 직원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 사실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시설종사자들의 직무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그들에게 맡겨진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보수교육을 통하여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시설종사자들의 인건비지원 예산에 교육활동비용(혹은 직원능력개발 비용)을 포함시켜 시설종사자들에 대한 보수교육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보수교육의 참여여부를 시설평가와 개별종사자의 평가 및 인사에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3. 생활시설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인다.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서 생활시설 운영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시설 운영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법인이사 중에 일부를 공공기관 또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로 임명하도록 하는 공익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것은 시설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정부가 이사를 파견하는 관선이사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선이사제는 문제가 발생한 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조치인데 비해 공익이사제는 문제가 발생되기 이전에 운영과정에 개입함으로써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둘째로 시설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조직으로서 시설입소자 또는 시설입소자의 보호자 대표, 지역주민, 후원자 대표, 관계공무원 등으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하게 하고 그 운영을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사회복지시설에서 발생되는 성폭행이나 인권침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기초자치단체로 하여금 국가인권위원회와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시설운영에서 투명성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부분이 회계처리 분야인데, 시설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가 각 지역의 세무사나 공인회계사에게 의뢰하여 회계실무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후원금의 집행 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여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사회복지시설의 양적인 확대와 함께 사회복지시설이 갖추어야 할 새로운 모습은 1) 시설이 제공하는 보호수준을 향상시키고 시설이용자에 대하여 질 높은 전문서비스를 실시하고 2) 시설이용자의 인권을 보장해 주고 3) 시설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복지시설의 운영과 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재호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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