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9-10   404

없는 사람들을 더욱 힘겹게 한 여름은 끝나는가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무서운 태풍 로사의 영향으로 수 많은 이재민과 재산 피해가 있었다.. 수해 때마다 피해를 입는 저지대 주민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계속 보도되고 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낮은 곳에서 생활할까, 이사를 가면 될 것을? ” 아이들의 질문에 그들에게 적절한 잠자리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8월 들어 햇볕을 본 날이 몇 일 되지 않는다. 모두들 여름 휴가를 망쳤다고 하고, 여름 장사 역시 완전히 공쳤다고 한다. 하나 그들의 사정을 어디 수해민들의 입장과 비교할 수 있을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역시 없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한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예년 같으면 대선 공약을 둘러싼 정책 대결이 본격화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아직 여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고, 언론 역시 향후 5년간 한국의 미래상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관해 관심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그나마 관심의 대상이 되는 때가 선거철인데 불구하고 이 특수를 아직 못 느끼고 있으니, 올 대선도 정책 대결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 사회의 5%에 포함되는 수퍼 엘리트가 되어야만 잘 살아갈 수 있고, 나머지는 그들의 영광 뒤에 조용히 숨죽이고 살아가야 하는 경쟁사회에서 초보 경쟁력도 갖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의 기본 의무인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조차 제대로 다 하지 않는 우리 사회 상류층의 오만함과 부동산 투기에서 확인되는 끝없는 그들의 탐욕과 함께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잊혀진 삶의 비극을 대비해 본다. 복지동향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주역인 이들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주된 이슈로 다루어 왔다. 지난 46호의 장애인복지 특집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도시의 그림자에 가려 잊혀져 가고 있는 농촌을 집중 조명해 보았다.

우리 농촌은 시장개방의 결과 심각한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다. 1994년 UR 타결과 1995년 WTO의 출범으로 수입농산물의 급증, 특히 중국으로부터 저가 농산물 수입의 급증을 가져왔다. 그 결과 국내 농산물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을 초래했으며, 이는 농가수지 악화와 부채 증가로 이어져 농촌사회를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갈수록 낮아지는 식량 자급율, 농가인구의 고령화, 도농간 소득격차의 심화, 농촌 내 불평등 심화와 농가부채의 급증 그리고 농촌지역의 환경약화 등은 결과적으로 농촌의 공동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호 심층분석에서 <농촌복지의 실태와 과제>로서 잊혀진 농촌사회의 삶을 복지와 보건의료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날로 심각성을 더해 가는 농촌의 노인문제와 농민들의 소득보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다양한 볼 거리를 만들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또 한 권의 복지동향을 내놓는다.

이인재 / 한신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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