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9-10   1358

농민의 소득보장 실태와 과제

농민을 위한 소득보장제도 왜 필요한가?

한국에서 농민을 위한 진정한 소득보장정책은 존재하는가?

농민을 위한 소득보장은 우선 농업, 농민, 농촌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에 기초하여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농민의 소득보장정책은 경제적인 측면과 사회보장적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농업경제적인 측면에서 소득보장은 농산물의 생산, 유통, 판매과정을 통해 농가소득을 극대화하는 정책기조 아래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적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사회보장적 차원에서는 소득의 이전이나 재분배정책을 통해 소득상실의 위험에 대비하고 적정한 소득수준을 유지시켜 최적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그 동안 역대정권들은 경제적 기능주의에 입각하여 공업중심의 농민수탈적 농업정책을 추진하였다. 사실 농업정책에 대한 올바른 정책수립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농업생산성의 저하에 따른 소득조건의 악화와 생산물의 판매조건에서 오는 공산품과의 부등가교환 및 유통구조의 불합리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종 복지제도에서도 도시지역과 비교하여 불균등한 정책시행으로 인해 농촌인구는 이농 및 탈농하여 해마다 줄어들고, 남아있는 인구는 노인들과 부녀자들이 대부분인 작금의 농촌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농업을 담당할 농민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농업소득보장정책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경제적인 접근이외에 사회정책적 접근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사실 농촌, 농업, 농민에 대한 각종대책은 기본적으로 농촌이라는 지역적 공간에서 농업이라는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주체인 농민들이 지니고 있는 당면한 문제와 사회적 요구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결국 이러한 범정부적인 종합적인 문제해결 노력이 있을 때 농민들은 농촌사회에 대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농가소득구조의 실태

현재 농가소득구조실태를 보면 전체농가의 40%정도가 소득이 가계비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하위소득 20%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농가의 40% 가량은 소득이 가계비에 미치지 못해 국가나 농협 등으로 만성적으로 부채를 얻어야 생활이 유지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IMF경제위기 전후로 농촌의 빈곤화가 심화되고 있다. 즉, 1995년∼1999년 중 경작면적 0.5ha이하 영세농의 실질소득은 연평균 7.4%나 감소한 반면, 이들이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27.7%에서 1999년 35.8%로 증가하고 있어 절대빈곤층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농업인구는 해마다 감소하여 탈농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60년에 농가인구는 전체인구의 58.3%를 차지했으나 1990년 15.5%로 수직하강한데 이어 2001년에 8.3%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촌인구의 절대적 감소가 농업구조조정의 긍정적 결과로 볼 수 없는 것은 이농인구가 주로 청장년층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인구구성상의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청장년층이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이었는데 현재는 전체 약 1/5정도에 지나지 않고 있다. 지난 IMF경제위기시 귀농자가 농촌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U턴하고 있는 현상은 농촌의 생활조건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실 농업인 후계자로 선정된 농민들도 파산하거나 전업하는 실정이고 보면 당연한 귀결로 볼 수 있다.

농가소득이 악화된 이유는 앞서 제기하였듯이 농업소득이나 농외소득 등을 통한 문제해결은 한계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즉, 농산물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농업소득의 감소와 농가인구의 노령화에 따른 취업가능인력의 감소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WTO 체제이후 농산물수입자유화로 인한 농산물의 대량 수입으로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이 한계에 도달하였다. 특히 투명하지 못한 한·중 마늘협상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농산물수입과 관련하여 국내 마늘농가의 경제적 이해는 공산품의 수출이라는 경제적 기능주의에 떠밀려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가령 2000년도 농산물 수입액을 놓고 볼 때 한국은 세계에서 14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러시아, 덴마크, 스웨덴, 브라질 등보다 많이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수치이다. 특히 옥수수는 세계 2위이고 쇠고기 수입은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인접국인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농산물 수입개방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민의 소득보장: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따라서 농민의 소득을 보장하여 농촌사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농산물가격을 지지하는 정책을 줄여나가면서 대신 농가소득을 지지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정부지원을 강화하여 현재 악화된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촌, 농업, 농민에 대한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소득보장제도의 개선과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논농업직접지불제 확대·강화

첫째, 현재 시행하고 있는 논농업직접지불제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 논농업직불제는 논농업을 하는 논에 대하여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지급단가(농업진흥지역 ha당 500천원)를 상향하고 지급상한면적(2ha)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논의 공익적 기능(홍수방지 및 환경보전)을 유지하고 관리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제한된 예산범위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신청한 농업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농작물 재해대책 정비 및 강화 필요

둘째, 농작물 재해대책에 대한 제도적 정비 및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수해로 농민들의 삶의 터전까지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보상)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농어업재해대책법(농림부)과 자연재해대책법(행정자치부)을 현실화시켜 단순구호적인 성격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이재민 구호, 생계지원, 중고생 수업료 면제, 영농자금상환연기, 비료·농약대 등 보조로는 피해를 입은 농가들에게 근본적인 소득손실의 보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까지 보상해 주는 재해보상제도 등을 도입하거나 농작물재해보험제도를 전체 농작물을 대상으로 확대 실시해야 한다. 현재 일부 농작물(사과, 배)에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제도는 임의가입형태이고 보험료를 농민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농가경제현실을 고려할 때 보험료부담능력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지원은 필수적이다.

▶ 농작업사고 등에 대한 예방 및 보상체계 정비

셋째, 농업노동에 대한 재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즉, 농업노동재해보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농작업 노동사고는 주로 농기계사고, 농약중독사고, 그리고 농업직업병(농부증) 등이다. 사실 농기계사고는 농업용 트랙터, 콤바인 등 대형 농기계의 급속한 보급과 사용증가에 따라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농약사용량의 증가에 따른 농약중독과 농민의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어깨통증(견통), 요통, 손발의 무감각증, 호흡곤란, 불면증 등 농부증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우선 농작업사고 예방에 대한 교육·훈련 등이 선행되어야 하며, 농작업사고시 치료와 보상을 사후적으로 해주는 제도적 대책이 요청된다.

농업에서의 산업재해인 농작업사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일반산업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산재보험 수준의 급여종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WTO체제하에서의 농어업협상시 사회보장이나 복지제도를 통한 정부지원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여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소득지원효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

▶ 농어민연금제도의 개선

넷째, 농어민연금제도가 실질적으로 기능하여 명실상부한 소득보장제도가 되어야 한다. 농어민연금은 국민연금의 농어촌지역 적용을 말하는 것으로 농어민의 노후생활 보장과 사망, 질병에 따른 유족의 생활안정을 위한 사회보험제도로 1995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농어민연금제도가 사회보험제도로써 강제가입에 의해 전체 농어민을 포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직, 휴직, 미취업 등으로 납부예외자(31.5%)가 방치되고 있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농어민의 경우, 농어촌특별세 재원으로 국민연금 표준소득월액 최저등급자가 부담하는 연금보험료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2004년까지 한시적으로 보조해 주고 있는데, 국고보조가 종료되면 보험료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이에 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연금보험료의 부과는 신고소득을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낮은 신고소득으로 인해 위험발생시 낮은 급여로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보험료의 적정부담을 통한 적정급여의 장점을 홍보하고 실제소득에 근접한 소득을 과학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부과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 농촌 실정에 맞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

다섯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합리적 제도개선을 통해 절대적 빈곤층에 해당하는 농어민들을 모두 대상으로 적용해야 한다. 소득과 재산기준 그리고 부양의무자 기준 외에 농어민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주거면적이나 토지소유면적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 또한 농어촌특성에 알 맞는 자활공동체 및 자활후견기관을 활성화시켜야 하며, 농촌노인들이 다양한 소득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농어민들을 위한 다양한 소득보장(지원책)제도들이 더 이상 알맹이가 없는 정치적 수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 동안 수출위주의 공업화정책으로 인한 농정부재의 결과 농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 속에서 농업의 사양화는 결국 농가경제악화로 그리고 농촌사회의 해체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농민을 더 이상 죽게 내 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농촌을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농업이 국민 모두의 삶과 환경 그리고 민족의 생존을 지키며, 국토관리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사회정책적 차원에서의 소득보장책들을 소홀히 한다면, 향후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재완 /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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