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9-10   770

세계 최초 복제인간, 국내에서 태어나려나?

생명윤리 관련법의 입법경과와 과제

편집자주 : 복지동향에서 웬 복제인간? 인간배아복제는 과학자인 의료인들의 윤리와 관련된 문제이고, 이와 관련된 법안을 보건복지부에서 준비중입니다. 다소 생소한 얘기지만 그 쟁점을 독자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생명공학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본격화 된 것은 1997년 체세포 복제 방법을 이용한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하게만 느껴 왔던 생명공학의 윤리적 문제가 이제 인간도 복제될 수 있다는 구체적 우려로 다가온 것이다. 이 사건의 뒤를 이어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인간배아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생명공학의 사회 윤리적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체세포 복제를 통한 동물과 사람의 이종간 교잡, 인간배아연구, 유전정보의 상업적 이용 등이 아무런 규제 없이 진행되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와서야 생명공학의 윤리 사회적 문제를 다룰 법안이 구체적으로 준비되고 있지만 법안의 쟁점 사항들이 어떻게 결정될 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입법배경 및 과정

국내에서 생명공학의 안전과 윤리적 문제를 다룰 구체적 법률안의 논의는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나 국제사회로부터 시작되었다. 외국의 경우 1990년대 초반부터 생명공학 기술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규제와 금지법들이 시행되고 있거나 의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에는 생명공학을 육성하기 위해 1983년에 제정한 유전공학육성법(현 생명공학육성법)이 유일한 관련 법안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생명윤리나 안전에 관한 구체적 사항이 들어 있지 않다. 1997년 복제양 돌리 사건 이후 몇몇 국회의원들이 인간 개체복제를 막기 위한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2000년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상황이 크게 변하게 되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인간 유전정보를 이용해 상업활동을 하는 각종 벤처기업들이 생겨나 유전 정보의 오남용 문제가 심각히 제기 되었고, 동물의 난자에 사람의 핵을 이식하는 체세포 복제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불임시술을 하고 남은 잔여배아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관련 연구의 실태조사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시민단체들은 연대 모임을 결성하고 각종 토론회를 개최해 외국의 규제 동향을 소개하고 쟁점에 대한 논쟁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려고 노력했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는 자체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했고, “생명과학인권윤리법”과 같은 구체적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2000년 겨울이 되면서 정부가 구체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부는 산하에 “생명윤리자문위워원회”를 구성해 관련 문제를 논의하도록 했고 2001년 5월에는 위원회 활동의 결과물인 『생명윤리기본법』이 완성되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보건복지부도 생명공학의 안전과 윤리를 다룰 통합적 법률안을 준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의 공청회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활동은 더욱 큰 사회적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즉 생명공학에 대한 산업적 가능성과 국가 경쟁력을 내세우는 측과 생명공학의 발전은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고려하면서 발전해야 한다는 측이 팽팽히 맞서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과 정부의 미약한 입법의지가 서로 맞물려 관련 법안의 국회 제출은 계속 미뤄지게 되었다. 물론 윤리적 논란이 있는 관련 연구는 현재에도 계속 진행중이다.

논란 많았던 배아복제 문제

과학기술기부나 보건복지부의 법안 중에 가장 크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배아복제의 허용 여부였다. 배아복제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국내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의학적 가능성을 지닌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여서 상업적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선 인간배아의 배양과 파괴가 필수적이고 이에 따른 윤리적 사회적 종교적 문제가 심각히 제기된다. 인간배아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은 인간배아의 도덕적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크게 세 가지 입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인간배아는 그 창출 순간(난자와 정자가 만나는)부터 완전한 인간의 지위가 부여된다”는 입장이다. 주로 종교계가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인간배아는 단순한 세포덩어리로 특별한 도덕적 주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마지막 입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현실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입장으로 “인간배아는 잠재적 인간 존재로서 특수한 지위를 지닌다”는 것이다.

즉 배아가 성장해감에 따라 점차 도덕적 지위를 획득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 입장을 취하게 되면 제한적인 배아연구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입장을 취하더라도 어떤 배아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불임시술을 하고 남아 폐기처분 될 잔여배아를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연구목적으로 체외에서 만들 것인지 더 나아가 핵치환 기술을 이용해 복제를 해서 사용할 것인지가 그것이다.

배아복제를 찬성하는 일부 과학자들은 수정과정이 없어 윤리적 문제가 없고 환자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배아복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여성의 난자는 동물난자를 이용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인간배아를 복제하는 것은 인간배아를 “수단”으로 취급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또한 배아복제는 생식목적의 복제(인간개체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의 일부 의학자들은 의학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복제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체세포 핵이식은 유전체의 비정상적 발현 등 동물 실험에서조차 안정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고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줄기세포로 활용할 수 있는 배아가 적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미 이뤄진 사회적 합의, 제대로 이행해야

하지만 논란이 많았던 배아복제의 허용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진 상태다. 과학기술부 산하의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배아복제는 금지하되 의학적 가능성을 고려해 불임시술을 하고 남은 잔여배아에 대한 연구는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이종간 교잡은(예컨대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핵을 이식하는)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의 결정은 과학계, 종교계, 시민단체들을 대표하는 20명의 위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조금씩 양보해 결정한 것이고 그 과정 또한 오랜 토론을 통해 민주적이고 공개적으로 이루어 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물론 이런 결정은 외국에 비해서도 결코 강력한 규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준비중이었던『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에도 “배아복제와 이종간 교잡 금지” “잔연배아에 대한 연구 허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법률안은 자문위원회의 원칙적인 안보다 더욱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배아연구에 대한 규정 뿐만 아니라 유전자 검사, 유전정보의 보호, 유전자 치료 등의 세부적 사항에 대한 관리 체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의 입법 활동도 국내외 실태 조사, 일반인 여론조사,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치는 등 비교적 공정하게 이루어 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이런 사회적 합의 사항을 슬쩍 빼버린 채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과학기술부는 산하에 구성되어 활동했던 자문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무시한 채 법안을 국무조정실에 제출했고 관련법안에 대한 주도권 문제로 경쟁관계에 있던 보건복지부도 인간배아복제에 대한 금지 사항을 빼버린 채 제출했다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과학기술부는 지난 5월에 이런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고도 이제까지 이런 사실을 숨겨왔고, 보건복지부도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배아복제는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다. 지난 7월 중순 국무조정실은 보건복지부의 법안을 중심으로 입법을 하겠다고 밝혀 법안 주체와 관련된 갈등은 일단락 되었다. 이제 공은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로 넘어 갔다.

만약 정부가 기존의 합의를 빼버린 채 졸속 입법을 추진한다면 그간의 정부활동은 시간 끌기 또는 윤리적 방패막, 부처간의 이해다툼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미 마련된 사회적 합의물을 온전히 법제화 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 해야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남은 법제화 과정에서의 여론 수렴은 과학계, 산업계, 여성계, 시민 사회단체, 종교계 등이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입법활동과 별도로 시급해 해결해야할 사안이 있는데 바로 인간개체복제 문제이다. 최근 의사 종교단체인 “라엘리언무브먼트”는 외국에서 복제배아를 임신한 대리모가 국내에서 복제아기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은 윤리법이 통과 되더라도 법적인 규제가 불가능한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는 세계최초의 복제인간이 국내에서 태어나는 일이 없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김병수 / 고려대 과학기술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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