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9-10   1087

국민연금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의 자격과 선정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하 기금이사)을 새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기금이사의 채용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도 있고, 연금기금운용과 관련된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금운용본부장, 연금기금 실질적 운용책임자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하여 설치된 이래 1988년에 4,867억원이 적립되기 시작하여, 2001년말에 75조 6,411억, 2002년 7월말 현재 적립금 규모가 85조 3,872억에 이른다. 또한 2001년에 공공자금관리기본법에 의한 공공자금예탁제도가 폐지되었고, 이로 인하여 금융부문의 운용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정적립방식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기금은 연금급여의 책임준비금으로서 연금제도의 유지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동시에 막대한 기금규모로 인하여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하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연금기금은 장기적 관점, 안정성, 수익성 그리고 공공성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국민연금기금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으며, 동시에 연금기금운용 역시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연금기금의 운용은 법률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기금운용본부 등이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는 상설조직이 아니며, 기금운용계획의 수립과 사후평가만을 담당하고 있다. 결국 기금운용의 상설조직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기금운용본부라 하겠다. 기금이사는 기금운용본부의 책임자이며, 연금기금의 관리운용에 대한 업무를 전담한다. 따라서 기금이사는 연금기금운용에 있어 실질적 책임자이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유감스럽게도 연금기금의 운용과 관련하여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이며, 또한 기금운용본부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불신은 기금운용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이며, 기금운용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로 인하여 장래 연금급여의 지급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대표성 확보와 위원회 운영의 민주성 제고, 공공자금예탁제도의 폐지 그리고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확보를 위한 기금운용본부의 출범 등 여러 차례의 제도개혁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기금운용의 민주성과 투명성에 대한 불신은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반면에 기금운용의 수익성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기금이사의 선정과 계약과정에서 목표수익률을 중시하고 있다. 때문에 기금운용의 주체인 기금이사의 업무수행에 있어서 수익률이라는 성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기금운용에 대한 상시적인 그리고 밀도 있는 통제장치의 부재와 기금운용주체의 도덕적 해이 등이 맞물려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과정에서 무담보 채권의 부당매입, 채권매입 수수료의 과다지급, 손절매대상 주식의 지역매각으로 인한 손실, 그리고 프리코스닥 펀드 등 부당운영 등의 사례가 있었다. 감사결과에 의하여 기금운용본부의 기금이사와 채권운용담당자를 징계하였다.

국민연금과 기금운용에 대한 철학

새로 채용되는 국민연금의 기금이사는 능력과 전문성, 인성의 측면에서 자격 있는 인사가 선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기금이사의 선정기준을 살펴보면 경력과 전문적 능력에 대한 배점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인성에 대해서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금이사의 선정은 서류전형과 면접심사로 이루어지며, 서류전형은 경력(70점), 인성(20점), 가산점(10점), 그리고 면접심사는 전문적 능력(40점), 인성(40점) 그리고 면접소감(20점)의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기금이사의 선정기준에 있어서 最우선순위는 전문성이 아니라 국민연금제도와 연금기금 운용의 가치관과 철학일 것이다. 기금이사는 연금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기금운용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분명한 생각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연금기금의 공공성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미래의 지불준비금인 기금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기금이사가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자격은 준법성이다. 연금기금의 규모와 성격을 고려할 때, 기금운용은 면밀하게 수립된 계획하에서 관련 법규와 규정을 정확하게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단기성과 혹은 수익에 대한 집착은 자칫 규칙의 준수를 가볍게 생각하고, 과정보다는 결과가 좋으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운용행태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기금이사의 준법성에 대한 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가치관과 철학, 준법성에 대한 강조는 전문성을 소홀하게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 기금운용에 대한 전문성은 기금이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격기준이다. 그렇지만 전문성이란 기본 자격요건이지, 비교우위를 측정하는 기준일 수 없다는 의미이다.

기금운용제도 개혁을 통한 명확한 역할부여 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명심해야 할 것은 자격과 능력이 있는 기금이사를 선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기금운용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금이사가 제 역할을 하고, 기금운용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제도의 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기금운용의 기본원칙 정립, 기금운용과 관련된 주체 및 기구의 합리적 역할분담, 정교한 평가체계와 이를 수행할 독립기구에 대한 제도개혁은 매우 긴요할 것이다. 또한 사후적 견제나 통제장치가 아닌 사전적, 일상적 통제 그리고 준법감시기구의 신설은 시급한 과제이다.

정홍원 /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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