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12-10   2240

서울시의 노숙인 쉼터 폐쇄 방침에 대해

쉬운 관리와 통제보다 전문성/ 체계화추구해야

2001년 초에 서울시에는 100개가 넘는 노숙인 쉼터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2년 11월 현재를 기준으로 노숙인 쉼터는 대규모 시설인 자유의 집을 포함하여 68개 시설로 줄어들었다. 2002년 들어서만도 사회복지관 부설의 노숙인 쉼터를 중심으로 30개에 달하는 노숙인 쉼터가 폐쇄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설의 감소추세가 노숙인 문제의 해결 혹은 완화와 관련된 자연스러운 추세라면 바람직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관련단체나 실무자들의 중론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재의 노숙인 시설 폐쇄 흐름에는 사실상 서울시의 암묵적·실질적인 노숙인 쉼터 폐쇄 방침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물론 서울시가 노숙인 쉼터를 전면적으로 폐쇄하겠다는 등의 방침을 직접적으로 천명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숙인에 대한 사회복지적 접근은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잠시 그간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노숙인 쉼터라는 것은 아예 없었다. 사실상 노숙자 혹은 노숙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화되기보다는 오히려 “걸인”으로 취급되어 왔다. 이에 대한 사회복지적인 접근방식은 대규모 “부랑인 시설”의 수용보호를 통한 격리이었다. 그러던 것이 소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갑작스러운 “실직노숙인”의 증가현상이 우리의 이웃, 혹은 나도 경제적 어려움에 의해 노숙인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왔고 이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펼쳐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과 여론이 일게 되었다.

초기 서울시의 노숙인 대책은 서울시의 독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중앙정부의 관련 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지시에 따라 소극적으로 대응한 성격이 짙다. 1998년 2월 27일 보건복지부는 증가하는 노숙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종전부터 빈민지역에서 활동해 왔던 민간단체나 종교계 대표들을 중심으로 “실업시대 도시노숙자 등 보호대책 마련에 따른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여기에서 단속과 수용보호가 중심이었던 기존의 부랑인 정책과는 달리하여, 노숙자 정책은 현장보호와 적극적 지원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졌고, 노숙인에 대한 지원은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정책을 집행하는 것보다는 민간이나 종교단체가 활동을 집행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민간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맡는다는 것이 이후 “노숙자 대책”의 주요골간으로 설정되었다.

서울시 대책은 중앙정부의 이러한 정책방향에 기초하여 마련되었으며 1998년 4월 6일 시장방침 제446호의 “노숙자 보호 및 관리 대책”이 노숙인 보호에 대한 최초의 정책방침으로 설정되었다. 이에서도 종교시민단체가 직접적 활동을 주도하고 서울시는 행·재정적 지원을 하며 전문가와의 논의를 통해 지원체계를 확립한다는 것이 주요골간을 이루었다. 이에 따라 몇몇의 쉼터가 개소되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당시 강덕기 부시장의 시장직무 대리기간이 끝나고 민선시장인 고건 시장이 취임하면서 서울시의 활동은 적극적인 보호와 자활지원으로 활동이 보다 확대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00년까지 서울시에는 100개가 넘는 노숙인 쉼터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지역사회복지관의 부설 형태로 설치되어 운영되었다. 당시 사회복지시설 중 이용시설에 해당하는 사회복지관에 생활시설에 해당하는 노숙인 쉼터를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찬반 논의가 있었으나 사회복지관에 부설되는 노숙인 쉼터의 경우 전문성과의 결합, 소규모 생활시설의 이점 혹은 지역사회 자원활용 등의 장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특히 복지관을 중심으로 쉼터를 증설한 것은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급격하게 쉼터를 늘리고,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력을 행사하려 할 때 민간종교단체보다는 사회복지관이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보다 만만한 파트너로 인식되었던 점이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에 재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복지관으로서는 서울시의 노숙인 쉼터 증설에 대한 요구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01년 하반기부터 갑자기 하나 둘 노숙인 쉼터가 폐쇄되기 시작하더니 복지관을 중심으로 급격히 폐쇄하는 곳이 많아져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현재도 노숙인 쉼터에는 그 정원에 해당하는 만큼의 인원이 입소생활하고 있지는 않다. 대략 3,300여 명의 정원규모에 2,300여 명이 생활하고 있어 60% 내지 70% 정도의 입소율을 보이고 있어 현재의 서울시의 방향은 일견 “이유 있는 폐쇄 지향의 방침”으로 보일 수 있다.

노숙인 쉼터 폐쇄방침의 문제점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돌이켜 볼 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쉼터 개소와 폐쇄에서 나타난 정책방향 일관성의 문제이다. 서울시는 복지관을 중심으로 다급한 쉼터 증설을 마친 후 얼마 되지도 않아 곧장 폐쇄방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였다. 그 1년 사이에 우리사회에서 노숙인 문제의 양상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사회복지 욕구에 맞추어진 변화라기보다는 서울시의 방침이 시에 의존성이 큰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쉼터의 설치를 유도했다가 다시 폐쇄를 유도하는 일관성 없는 혼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다음으로 서울시가 노숙인 쉼터의 방향에 대해 소위 “전문화”와 “체계화”를 이야기하며 정리와 폐쇄의 작업을 끌어 왔는데 이 내용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소위 노숙인 보호사업의 모습이 그간 응급구호적인 성격을 띠어 왔던 것에서 벗어나 정규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복지 프로그램들과의 연계와 조화 속에서 체계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고, 따라서 노숙인 쉼터의 전문화와 체계화는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되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전문화와 체계화의 내용은 노숙인이 재활과 자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지원체계라는 측면에서 다루어져야지 비용을 절감하고 보다 통제와 관리가 쉬운(특히 서울시의 입장에서) 쉼터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사회복지시설은 가급적 소규모로 지역사회와 통합되어 있어야 복지대상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이는 노숙인 쉼터뿐만 아니라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인 부랑인 시설에까지 확장해야 할 시설운영의 방향이다. 그런데 현재 서울시의 노숙자 쉼터 방침은 다수의 소규모 쉼터를 폐쇄하여 몇 가지 영역으로 구별된 대형화된 시설 중심으로 재편되어 가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물론 이에는 대형쉼터를 폐쇄하는데 따르는 반발 등에 맞닥뜨려야 하는 서울시의 부담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이는 노숙인 쉼터의 전문화와 체계화가 아니라 “돈 적게 들고 통제가 쉬운 시설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일 뿐이다.

애초에 노숙인 쉼터 사업은 소위 “실직 노숙인”에 대해 조기에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보호와 사회복지적 개입이 있다면 빠른 사회복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에 지역사회에서 유사한 활동의 경험을 가진 시민종교단체가 지역사회 일선에서 소규모의 쉼터활동을 전개하고 시는 이 활동이 전문성과 체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담당하는 것이 기본적 구도이었다. 그런데 서울시의 노숙인 쉼터 방침은 원래의 취지나 혹은 구도에 전혀 맞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복지관 중심의 급격한 증설 과정에도 무리가 따랐지만 최근의 정리와 폐쇄 방침은 더욱 문제가 된다. 겉으로 쉼터의 전문화와 체계화를 이야기하면서 내용적으로 비용절감과 용이한 통제권을 추구한다면, 지금까지 노숙인 보호 사업에 헌신적인 파트너로서 기능해 온 종교시민단체와 사회복지계의 심각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시 100여 개 이상의 노숙인 쉼터 개수를 확보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운영 주체의 자발적인 의지 없이 시의 방침에 의해 마지못해 운영하는 쉼터의 프로그램 속에서 노숙인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갑자기 숫자만 늘어났던 노숙인 쉼터에 대해(물론 여기에는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 어느 정도의 정리와 폐쇄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전문화와 체계화의 내용에 맞도록 관련 활동 주체인 종교시민단체, 사회복지계와 공개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순식간에 나타난 쉼터 증설과 폐쇄의 방향 혼란 속에서 쉼터의 사회복지실천가들은 장기적인 실천과 서비스 계획을 가질 수 없게 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에게는 한 번 더 주거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참고문헌>

남기철 외(2001), 자활의 관점에서 본 노숙인의 이해와 지원체계,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서울시노숙자대책협의회(2000), 서울시노숙자지원사업백서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2001), 한국형 노숙자 쉼터 발전방안연구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2002), HOMELESS, 2002 여름호

남 기 철/동덕여자대학교 가정복지학과, kcnam@dongd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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