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12-10   1540

[심층분석:지역사회복지운동 어디까지 왔나 3]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5년 활동의 성과와 과제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이하 복지세상) 창립배경

사회운동의 볼모지와 다름없었던 천안지역에서 1993년 창립한 천안YMCA의 조직화 과정은 곧 천안지역 시민운동의 형성과정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전국조직의 기초조직으로써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영역의 운동과제를 활동범주로 갖고 있는 천안YMCA는 지역시민들의 지역문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심을 결집시켜 나가기 위해서 1989년 후반부터 준비하고, 1993년 정식 창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천안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운동단체이다.

1997년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1998년 6월 창립된 복지세상은 그 동안 전개된 천안지역 시민운동의 성과에 힘입어, 또 한편으로는 그 동안의 시민운동에 대한 일정한 문제의식 속에서 태동된 시민단체이다. 천안YMCA를 중심으로 한 주요활동가와 회원들의 지역시민운동에 대한 평가와 고민 – 건강한 시민사회를 어떻게 조직하고 확대해 나갈 것인가? 시민없는 시민운동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지역운동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 은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모색으로 이어졌다. 지역사회에 천착한, 백화점식 운동방식이 아닌, 단일영역 중심의 활동과제를 수행하는 새로운 시민운동단체 복지세상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준비되었다.

<표 1> 천안지역 시민운동의 형성과 전개과정 이해를 위한 틀

표없음.

복지세상 창립 추진 그룹

복지세상은 1년여의 창립준비 기간을 거쳐 1998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창립준비 기간은 창립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보다는 지역복지 운동단체로써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운동적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복지세상 창립 준비 그룹은 세 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그 동안 천안YMCA를 통하여 활동하고, 지역운동의 경험을 갖고 있는 실무자 그룹이다. ‘사회복지를 쟁점으로 하는 시민운동’에 대한 제안은 천안YMCA에서 상근 실무자로 일하던 활동가 2인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1년여 동안 ‘지역복지운동’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다른 지역의 사례들을 접하면서 천안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복지 운동 단체의 창립을 제안하고, 실무적 역할을 담당했다.

또 다른 그룹은 사회복지 전공 전문가 그룹이다. 천안지역은 인근에 대학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고, 대개 개별 학교에 사회복지학 전공이 개설되어 있어 관련 전문가들이 많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 전문가 그룹은 창립 준비 과정부터 이후 활동까지 복지세상의 중요한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참여한 일반 시민들이다. 창립준비과정 중에 결합된 일반 시민들은 특히, 운동의 초기 제안자였던 활동가 두 사람이 그 동안 지역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 지역복지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제안하면서 참여하였던 함께 했었던 사람들로, 이들은 창립준비과정 뿐 아니라 창립 이후에도 복지세상이 일반 시민들의 관점에서 사회복지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석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복지세상 5년의 활동내용 및 평가

지역복지운동단체를 표방하며 1998년 6월 23일 창립한 복지세상은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게 된다. 지역사회 안에서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그래서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시민들의 힘으로 풀어나가고, 이를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전형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갖고 창립한 복지세상의 5년 활동은 첫째,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을 통한 조직활동과 사회복지 기반형성, 둘째, 네트워크 활동을 통한 지역복지 역량강화와 정치력 강화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표 2> 「복지세상」기본활동 구조

표없음.

▪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

복지세상의 활동 중 가장 특징적인 내용은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을 통한 사회복지 당사자의 조직화와 이를 통한 천안지역 사회복지의 기반구축으로 볼 수 있다. 창립을 준비하면서 준비위원을 중심으로 본회의 운동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가장 논쟁이 되었던 사안은 시민운동단체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복지세상이 직접적인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의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사회복지 기반이 너무나 열악하고, 지역복지운동을 함께 추동해 나갈 동역자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세상은 지역복지운동의 추진세력, 즉 지도력 형성이라는 내부 목표를 갖고 직접 지원활동을 시작하였고, 이것은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표 3> 본회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 진행경과(1998년~2003년 현재)

표없음.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은 지역복지운동을 함께 추동해 갈 수 있는 다양한 세력들을 조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인큐베이터 활동은 첫째, 복지세상이 지역복지의 현안들을 현장활동을 통해 체득하고, 해결방안을 구체화 시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복지세상이 지역복지 의제들을 설정해 나가는데 구체성과 현실가능성을 담보해 나갈 수 있게 하였다. 실제로 2002년 지방자치제 선거 기간 동안 본회가 제안한 지역복지정책 제안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작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표 4> 인큐베이터 활동을 통해 형성된 영역별 연계망

표없음.

둘째, 사업을 담당했던 실무자, 내부 운동 지도력들에게 교육 및 훈련의 장을 제공하였다. 현재 복지세상을 비롯해 인큐베이터 활동을 통해 독립해 나간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20여명의 실무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복지운동의 구체적 실천가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셋째,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은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들을 연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현안에 대한 문제인식을 통해 다양한 활동 및 사업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기까지 지역사회의 물적, 인적 자원이 연계됨으로써 지역복지 증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교회를 중심으로 한 종교기관과의 연계는 일정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표 5-1> 종교기관과의 연계내용

표없음.

넷째, 일반 시민들의 지역사회 참여능력을 발전시켜 나간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한 사람들이 차츰 조직의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면서 지역복지운동의 중요한 실천가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파랑새방과후교실이 5년여의 활동을 통해 2003년 3월 ‘미래를여는아이들’이라는 아동복지단체로 창립해 나가는 과정은 좋은 사례로 생각된다.

▪ 살고싶은복지도시천안네트워크 활동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을 통해 독립한 각 단체와 지역복지운동에 대한 이해를 함께 하는 10여개의 사회복지단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살고싶은복지도시천안네트워크’ (이하 네트워크)는 2002년 6월 지방자치제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 조직되었다. 네트워크는 그 동안의 활동을 토대로 10개 영역, 33가지 의제로 구성된 사회복지정책제안집을 만들어 배부하였고, 이를 중심으로 천안시장후보자초청토론회를 준비, 진행하였다. 사회복지영역을 중심으로 했던 초청토론회가 가져온 성과를 살펴보면,

첫째, 그 동안 시민사회 단체 내에서조차 주변적 이슈였던 사회복지의 문제를 지역사회에 전면적으로 쟁점화 시켰다. 특히 당일 토론회에 천 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함으로써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한 정책 결정자들에게 사회복지계의 정치적 영향력을 각인시킨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둘째, 사회복지 기관ㆍ단체의 개별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지역복지 증진’이라는 공동의 선을 향해 함께 노력을 경주한 중요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네트워크구축 이전에 이미 다양한 협력의 경험을 공유했었기 때문에 이들 통해 형성된 서로간의 신뢰와 연대감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표 6> 「네트워크」조직 이전의 연대활동 경험

표없음.

셋째, 그 동안 현장에서 파악한 지역복지 현안의 문제들을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가 함께 모여 정책의제화 하는 과정을 통하여 복지현안의 우선 과제 선정 및 구체적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토론회 이후에는 ‘지역복지포럼’이라는 형식으로 각 영역별 의제를 좀 더 구체화시키고, 이를 천안시가 정책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표 7> 후보자초청토론회 이후 진행된 지역복지포럼 내용

표없음.

앞으로의 활동방향 및 과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함을 일차적 목표로 하고 있는 사회복지는 시민사회의 여러 가지 이슈 중 일반시민들이 사회적으로 가장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 동안 우리사회의 시민운동이 실무자와 일부 전문가 중심의 정책 제시형 운동에 의존하고 있었고, 따라서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접촉점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시민없는 시민운동’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시민참여의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경험세계와 무관한 도덕적 원칙과 참여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이렇게 볼 때 사회복지의 영역은 시민들이 사회적인 문제와 만날 수 있는 접촉점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접촉점을 토대로 사적 문제에 대한 공적인 인식이 생겨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점진적인 사회발전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압축성장의 경험을 하게 되면서 파생되는 사회문제도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빈곤으로 대변되는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사회적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화 이후의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시민들은 정서적 친밀감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사회문제인 사회복지 영역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바른 판단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즉, 여전히 사회복지의 문제를 시혜적이고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당위성에서 출발하여 창립 5주년을 맞는 본회의 경험은 시민단체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접촉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는 과정이었다. 즉, 지역복지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넓혀 나간 하나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도 역시 이런 고민과 모색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도식화된 표로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다.

<표 8> 「복지세상」활동방향 및 과제

표없음.

첫째, 지역복지 증진을 위한 일차적 책임은 지방정부에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결정은 결국 이를 구체화시켜 나갈 수 있는 정치력에 비례하며 이는 사회복지 기관ㆍ단체간의 협력과 연대를 통한 조직화된 힘에 의해서 가능하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 활동을 좀더 강화해 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정부와 그 동안의 갈등적이고, 소모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지역복지 증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좀 더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틀을 모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복지포럼ㆍ세미나, 복지예산에 대한 평가 및 제안 등)

둘째, 지역사회는 하루아침에 변화가 나타나는 현장이 아니다. 따라서 지역복지운동에 대한 장기적 전망과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복지세상은 비롯하여 사회복지인큐베이터 활동을 통해서 배출된 단체들이 좀더 안정적 운영기반을 가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그 동안 활동을 통해 배출된 지역복지운동의 내부 지도력, 특히 실무 지도력이 지금보다는 안정적 조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을 통한 인식 확대 및 쉼을 통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열악한 지역복지의 상황을 극복하고, 지역복지의 기반을 넓혀 나갈 수 있는 장으로 새로운 인큐베이터 활동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진하고자 한다.(회원모집, 실무자 재교육 및 연수, 노인센터의 시범적 운영 등)

셋째, 사회복지 현장의 문제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장이다.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체계화된 방식과 내용의 시민참여 공간을 넓혀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사회복지 현장과의 접촉을 통해 이것을 사회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공적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 가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사회 시민운동의 내실화, 시민사회 성숙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교육 및 현장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 진행하면서 다양한 활동 동아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여성복지학교, 청소년복지학교, 비영리단체 축제 등)

넷째, 복지세상의 경우 지역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좀 더 치열하게 있는 반면에 전국적 이슈 및 활동에 대한 연계 및 대응이 부족한 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의 실현으로서의 지역시민운동이 자기 제한적 운동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단위 및 다른 지역 운동조직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본회와 같이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되어 활동을 해 나가는 지역 시민운동단체들은 ‘수평적 네트워크형’ 방식의 연대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윤혜란/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사무국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