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12-10   1274

[동향 1] 건강보험의 재정 추이와 급여확대의 전망

늘 적자에 시달릴 것만 같았던 건강보험이 1996년 이후 처음으로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것도 1조원 이상이어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이다. 물론 우리 나라 의료구조상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해질 요인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건강보험이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거나 올해 1조원의 당기수지 흑자가 되자 이를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일부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면서도 내심 건강보험 재정적자(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약 2조 6천억원)를 갚는데 사용하고자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 이는 1조원의 흑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2004년에도 보험료를 8%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의료계 역시 자신의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며 향후 수가인상과 연계하고 있다. 의료계는 1조원의 당기흑자가 병의원 수입감소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의료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건강보험 재정의 흐름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재정이 어떻게 당기흑자를 발생했으며 그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건강보험의 재정추이에서 올해 1조원의 당기흑자의 의미를 밝히고 이를 급여확대에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자 한다.

올해 건강보험의 수입은 약 16조 6천억원, 지출은 약 15조 6천억원으로 1995년에 비해 불과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거의 3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건강보험 재정은 1997년 이후 지난해까지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여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해왔다. 특히 2000~2001년에 의료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수가를 1년 사이에 무려 40% 정도 인상해준 결과 지출의 증가폭이 커져 당기수지 적자액은 2조원이 넘게 발생했다.

한편 건강보험의 수입 및 지출 추이는 2000년을 기점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건강보험 수입은 2000년 이전보다 증가율이 훨씬 커진 반면, 2001년 이후 지출의 증가율은 1999년 이전에 비해 다소 둔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2003년까지 계속되어 수입이 지출보다 커지게 되어 1조원의 당기흑자가 난 것이다.

<그림> 건강보험 수입 및 지출 추이

그림없음.

그렇다면 2001년 이후 건강보험의 재정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수입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와 지출 항목 중에서 가장 큰 ‘급여비’의 추이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래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당기수지는 2001년 이후 연평균 약 1조 6천억원씩 개선되었다. 이는 그만큼 수입의 증가가 지출의 증가보다 컸다는 뜻인데 지출이 2001-2003년 사이에 연평균 5.1%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수입은 같은 기간동안 연평균 18.3%나 증가했다. 한편 같은 기간 동안 지출 항목중 급여비는 연평균 5.8% 증가하였으나 보험료(지역가입자 국고지원금, 담배부담금을 제외한 보험료)는 연평균 21.2%씩 증가하였다.

<표> 2001~2003년 건강보험 재정 추이

표없음.

이상에서와 같이 간략히 건강보험 재정의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올해 생긴 1조원의 당기수지 흑자는 그만큼 국민이 매년 8~9%의 보험료 인상을 수용하고 더 많은 부담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2003년에는 수가를 2.9% 인상하고 보험료를 9% 인상하여 올해와 같은 1조원의 재정 흑자가 발생한 만큼 그 흑자분은 국민을 위하여 급여확대에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내년에도 보험료를 8%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순전히 국민의 보험료 인상으로 갚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4년에도 건강보험료를 8% 인상하게 되면 내년에는 1조 수천억원의 당기흑자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잘하면 내년 말 건강보험 재정은 누적적자를 모두 해소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2조원이 넘게 발생한 것은 지난 2000~2001년 사이에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수가인상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또 다시 보험료를 8% 인상하겠다는 복지부의 계획을 국민이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발생한데는 보건복지부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알고 있는데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모두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복지부의 생각을 국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역시 의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약 보건복지부가 내년에도 보험료 인상률을 8%로 밀어붙일 경우 재정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년동안 국민들은 보험료 인상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확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건복지부는 보험료 인상률을 8%로 고집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보험료 인상률을 최저수준으로 재고하고 건강보험 당기흑자를 바탕으로 급여확대를 해야 한다. 특히 올해 신빈곤 문제가 등장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외쳤던 ‘2만불 시대’를 무색하게 할만큼 이 사회의 안전망이 빈약한 상황에서 건강보험 당기흑자는 우선적으로 급여확대를 통한 혜택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의료비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거나 딸의 산소 마스크를 떼어야 했던 비정한(?) 아버지를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하여 실효성 있는 ‘건강보험본인부담총액상한제’가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또 다시 급여 적용 시기를 2006년말까지 연기하려던 MRI, 초음파 등 4개 항목에 대하여 부분적으로 급여를 적용하더라도 예정대로 내년부터 급여혜택을 실시해야 한다.

다시금 강조하건대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빨리 보전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성급하게 재정안정화에 집착하는 태도가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는 길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국민들이 수년간 보험료 인상을 수용하여 당기재정 흑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급여확대를 더 이상 연기하는 것 또한 건강보험에 대한 불신만을 키울 뿐이라는 점을 보건복지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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