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12-10   1198

[복지동향칼럼 1] 시민운동과 로또복권

몇 년 전에 발간된 한국민간단체총람을 보면 각종 민간단체는 1만 5천 180개에 달한다. 그 중에서 시민사회 운동단체가 25.5%에 이른다고 하니, 우리가 시민운동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시민운동의 영역과 활동방식도 다양하다. 복지뿐만 아니라 정치ㆍ환경ㆍ여성ㆍ인권ㆍ평화는 물론 자원봉사 등 여러 분야에서 시민단체들은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발전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통신혁명은 디지털시대의 시민운동을 다양하고도 폭 넓게 확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온라인 운동은 오프라인과 연결되어 도시 속의 광장에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였다. 월드컵 때의 ‘붉은 악마’나 반미 촛불시위 등은 온라인상의 운동을 통해 오프라인상의 광장운동으로 확산되었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경기대학의 김재홍 교수는 우리사회의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환경운동연합, 경실련, 참여연대 같은 단체들은 활동은 지난해 성숙한 모습의 광장 운동에 비하면 사실상 지식인 운동이라고 해야 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향후 시민운동은 그런 지식인 단체와 일반 시민에 의한 열린 광장이 어떤 상호관계를 갖느냐에 따라 발전방향이 좌우될 것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도 사실상 지식인 운동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복지권(Welfare Rights)운동의 확산을 위해서는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하는 제도 중심의 접근법 편향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인간의 존재 문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짐으로써 시민참여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패러디광고 응모전에서 “로또는 현실을 바꾸는 희망이 될 수 없습니다”라는 패러디 카피를 낸 어떤 사람이 한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지금 이 나라를 휩쓸고 있는 로또 열풍이 과연 진정한 희망일 수 있을까요? 혹시 당신은 지금 이 불평등한 사회를 좀더 평등하고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노력을 외면한 채, 자신만이 이 불평등한 사회의 벼락부자로 만들어 줄 814만분의 1의 허망한 확률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차라리 현실을 바꾸려 오늘도 어렵게 노력하는 시민단체에게 기부해 주십시오. 혹은 복지에 투자하거나 서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세력을 후원해 줍시다. 진정한 희망이란 하루하루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현실을 바꿔나가려는 구체적인 노력에서 비로소 만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 우리 모두가 로또복권으로 인생역전을 꿈꿔보지만 우리의 인생은 여전하기나 하면 다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이다.

백종만 /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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