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11-10   1246

[동향 1] 고용허가제! 약인가, 독인가

고용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벌써 두 달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1991년에 해외투자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된 이래, 1993년에 산업연수생제도, 1995년 연수취업제도, 2001년 취업관리제가 순차로 도입되었으나, 한국정부의 외국인력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연수생제도는 경제논리에 따라 도입된 정책산물로서 그 편법적인 운용 때문에 국내외의 비판을 받아왔고, 그 외에 저숙련외국인력이 합법적으로 대한민국에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에, 정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가 35만명에 육박할 때까지도 이를 그저 방치하고 용인하는 자세로 일관하였다고 할 수 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무대응 정책의 결과

10여년간에 이르는 무대응의 정책이 낳은 결과는 참담했다. 그 결과 2003년 7월 31일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관한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동법은 2003년 8월 16일 공포되었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4년 8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법안에서는 산업연수생 또한 같은 법의 규율대상으로 삼고 있었지만, 이는 경영계와 중소기업청,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의 반발로 좌절되었다. 결국,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하여 시행되기 때문에 양 제도는 서로 경쟁적인 관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단체들은 고용허가제(궁극적으로는 노동허가제)의 도입을 위해 10여 년간 투쟁해왔다.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간절히 원했던 이유는 자명하다. 산업연수생제도는 연수추천을 위임받은 민간단체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대한건설협회에서 인력관리를 했기 때문에, 송출비리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그 책임소재가 불분명했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주노동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현실적인 이유로 산업연수생의 이탈이 잦아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권을 뺏거나 감금하는 등 인권탄압이 자행되었고, 연수생신분의 한계로 말미암아 이주노동자는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조차 빼앗겼다. 관리 및 책임주체를 정부기관으로 하고,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지위와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합법적 노동자지위를 보장하는 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용허가제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고, 긴급한 것이었다.

현행 고용허가제의 문제점

그러나 문제는 현 시점에서 고용허가제의 시행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사용자입장에서도, 노동자입장에서도 현행 고용허가제는 불편하고 무익한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체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현행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에 대해 간략히 살펴봄으로써 그 대답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첫째, 고용허가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전후하여 오히려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행 이전부터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해왔지만,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가 병행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고용허가제의 성패는 불법체류외국인력의 해소 또는 감소에 달려있다. 고용허가제의 합법적인 틀 속에서 외국인력이 관리되지 않는 한 고용허가제는 고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3년 8월경 30만 9천여명에 달하던 불법체류외국인노동자수는 외국인고용허가제에 대한 기대감과 법무부의 집중강제단속으로 인하여 같은 해 12월에는 13만 8천여명선까지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말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여 2004년 4월부터는 월 8천명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1). 이러한 경향이 계속된다면 불법체류외국인노동자의 수는 연말까지 2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는 오로지 강제단속을 통하여 연말까지 그 숫자를 10만명 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비현실적인 장담을 거듭하고 있을 뿐2), 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가 아닌 불안정한 미등록상태를 선택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내놓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와 법무부의 원칙적인 입장은 고용허가제의 시행으로 인해 1차 합법화조치가 있었으므로 더 이상의 사면 또는 합법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현실을 설명하거나 타개하는데 결코 합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둘째, 고용허가제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송출국가로부터 인력을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노동부발표에 의하면 현재 양해각서가 체결된 송출국가는 6개국에 불과하다3). 이에 비해 현재 우리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출신국가는 2002년 현재 96개국에 이르고 있다4). 이는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 이외에 다른 경로를 통한 저숙련 외국인력의 합법취업은 있을 수 없다는 정부방침이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를 보여준다.

셋째, 현행의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생제도, 연수취업제도, 취업관리제도와 병행하여 실시되고 있다. 산업연수생 및 연수취업제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에서 그 인력도입규모 및 선발, 적용사업장을 추천하는 1차적 역할을 담당하고, 송출국가선정 및 국가별 연수생정원은 외국인산업인력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농림부, 해양수산부, 건설교통부, 중소기업청에서 결정한다. 반면에 고용허가제는 지역고용안정센터를 통해 노동부에서 관할하되 외국인력의 도입규모, 업종 및 송출국가에 대한 사항은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그 밖에 전문기술외국인력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당사자간 고용계약체결 후 관계부처장관의 추천을 받아 법무부장관이 사증발급인정서를 발급하되 예술흥행비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율을 하고 있다. 이는 해외인력제도의 관리 및 운용에 있어 일관된 정책추진을 위한 전제조건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연수생제도는 빠른 시일내에 폐기되거나 원래의 취지에 맞게 해외인력의 연수제도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 편법성 때문에 오히려 고용주들의 선호도는 높은 편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5).

넷째, 현행의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논리적, 현실적으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현행법이 공포되고 난 이후로 가장 집중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조항으로는 법 제25조의 사업장변경에 관한 규정과 부칙 제2조를 들 수 있다6). 부칙 제2조는 2003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국내체류기간이 3년미만인 자에 대하여 고용안정센터로부터 취업확인서를 발급받아 2년까지는 합법적 취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3년이상 4년미만인 자에 대하여는 총 5년의 범위 내에서 자진출국 후 재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법 제25조는 제한적인 사업장변경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부칙 제2조로 인하여 합법적 신분을 가지게 된 이주노동자의 수가 13만 4천여명에 달한다고 하지만7), 반면에 자진신고 및 사면기간이 끝나고 난 2003년 12월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불법체류이주노동자의 수 또한 13만 8천여명에 이르렀다. 이는 부칙 제2조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와 같은 방식의 강제단속으로는 하루에 100여명이상을 적발해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진출국에 의존하기에는 인센티브 자체가 없다. 더욱이 현재 불법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본국에서 브로커에게 상당한 돈을 지불하거나 빚을 지고 한국행을 택한 사람들이어서 일정한 기간이상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노동하여 저축하거나 송금하지 않는 한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부칙 제2조에 의하여 2003년 8월 17일부터 취업관리제를 시행한 결과, 이주노동자단체들에 접수된 여러 가지 사례들은 취업관리제의 허술함과 불합리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8). 법 25조의 사업장변경신청 및 허가에 관한 규정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는 반면에 그 사유의 제한성과 신청 및 허가절차에 대한 규정미비로 인하여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에게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불법체류상태에서는 강제단속으로 인한 신분상의 불안은 있을지언정 자유로이 사업장을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본 규정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본 조항과 관련하여서는 또한 제3항에서 ‘사업장변경신청일로부터 2월이내에 근무처변경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사용자와 근로계약 종료 후 1월 이내에 사업장변경을 신청하지 아니한 외국인근로자는 출국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4항에 따라 변경신청 횟수에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로서는 사업장에서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경우에도 변경신청을 꺼리게 될 여지가 있다. 그 외에도 사업장변경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 대한 불복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사업장변경신청이 기각된 경우, 사업장폐쇄 등으로 인해 변경신청을 하였으나 고용안정센터가 적절한 알선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이주노동자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외에도 동법은 보험규정이 과다하고, 절차규정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법체계상으로도 적지 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두 가지 다른 입장 – 노동허가제와 고용허가제

현행 법률의 실제적인 문제점 외에 정책방향과 제도운용에 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먼저 제도운용에 관해서는 최근 캄푸의 예에서 보여지듯이 고용허가제 또는 취업관리제의 시행이 사업장에서, 또는 일상생활속에서 벌어지는 제3세계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유린을 해소할 수 없기 마련인데 일선에서 이주노동자를 만나게 될 고용안정센터의 공무원들의 의식향상이 미흡하고, 이주노동자 및 중소기업의 현실은 완전히 도외시한 채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업무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방향에 관하여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입장에서 고용허가제가 비판되고 있는데, 첫 번째 입장은 노동인권의 철저한 보장을 위해 노동허가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주노동자를 국내노동자와 차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체류기간이나 사업장변경에 있어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외노협과 민주노총은 노동허가제를 골자로 한 법안을 입법청원을 한 바 있다. 두 번째 입장은 이주노동자들의 존재 자체가 일자리부족현상을 심화시키고, 국내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저하시키는 등 국내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 하에9) 이왕 도입된 고용허가제를 철저히 운용하여 점차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숫자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이며, 인터넷이나 신문, 방송을 통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태도이기도 하다.

고용허가제에 대한 한계와 기대

고용허가제는 여러 가지 가치판단이 전제될 수밖에 없는 지점에 서있다. 최근에 성매매특별법의 시행과 관련하여서도 유사한 논의와 저항, 이해관계의 충돌이 목격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묵적으로 불법적 지위를 용인하는 과거의 관례가 문제의 해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7월경에 참여한 바 있는 이주노동자단체회의에서 누군가가 잘못된 법은 지킬 필요가 없고, 따라서 고용허가제는 고사시켜야 할 법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기왕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상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사회적 지위는 더욱 불안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논리이다. 노동허가제가 아니라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것은 아쉽지만, 10여년간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말 그대로 방치되어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허가제는 떳떳하게 대한민국에서 노동할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을 제공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현행법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글의 주제는 고용허가제가 한국사회에 독이 될 것인가, 약이 될 것인가를 한 마디로 답하는데 있지 않다. 모든 사회문제와 그에 대한 정책대안이 그러하듯이 고용허가제 또한 이제 막 첫 걸음을 디뎠을 뿐이기 때문이다. 정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연금을 내지 않을 자유를 보장하라는 일부서민층의 주장을 이해는 하면서도 동의할 수는 없는 것처럼 고용허가제 또한 정부를 신뢰할 수도, 적절한 제도운용을 기대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도 없다. 다만 정부가 현재와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한, 조만간 또 하나의 불법적 관례가 고착화될 것이 자명하므로, 시급한 제도개선이 절실하고, 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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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4. 7. 21. 제1회 불법체류외국인대책협의회 회의내용에 관한 법무부 보도자료

2) 2004. 10. 11. 파이낸셜 뉴스

3) 2004. 9. 1. 노동부발표 고용허가제 관련 보도자료. 애초에 정부는 8개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었다. 이는 산업연수생 송출국가가 2002년말 현재 17개국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너무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길상 등. 「외국인력제도의 국제비교」 한국노동연구원 국제이주기구, 2004.

4) 2002. 7. 19. ‘외국인노동자실태 : 문제점과 대책’ 세계일보, 유길상 등. 「저숙련 외국인력 노동시장 분석」 한국노동연구원, 2004. p.36

5) `외국인 산업연수취업제 및 고용허가제의 상호 활용비교’ 설문조사결과(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부산ㆍ울산지부 시행, 조사대상 352개 업체), 응답기업의 83.9%가 연수취업제를 고용허가제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취업제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비용부담이 적은데다 노동3권을 보장해야하는 고용허가제에 비해 노동쟁의 우려가 없기 때문으로 응답했다. 부산ㆍ울산지역이 전통적으로 산업연수생을 고용하는 업체가 집중분포된 지역이라는 점과 산업연수생제도는 이미 10여년이상 시행되어 온 반면 고용허가제는 새로이 시행되는 불안정한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저한 선호도의 차이는 지방중소기업체의 현실인식을 엿보게 하는 측면이 있다.

6) 취업기간을 입국일로부터 3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동법 제18조는 외국인력의 장기체류가 정주권획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회적 선입견에 의해 정당화되었고, 정치적으로 결정되었다. 현 시점에서 동 조항에 대해 전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 팽배해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라는 표현 자체가 시사하듯이 저숙련외국인력의 사회통합이라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동 조항의 개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동조항에 대해서는 숙련되고 익숙한 이주노동자를 선호하는 중소기업체의 경영자들도 반발하는 경향이 있다.

7) 2004. 9. 1. 매경이코노미

8) 자세한 사항은 http://www.jcmk.org/또는 http://migrant114.org참조

9) 그러나 이주노동자와 내국인노동자간의 대체성 여부에 대한 분석결과, 한국에서는 외국인력이 국내인력을 대체하지 않고 오히려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유길상 등. 「저숙련 외국인력 노동시장 분석」, 노동연구원, 2004. pp.128-143).

류혜정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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