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5 2005-11-10   1467

성장과 복지

참여정부에 반대하는 성장론자와 언론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현 정부가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한다고 몰아 부치다 못해 성장은 물론 분배까지도 악화시켜왔다고 주장하며 복지지출의 증가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참여정부가 과연 분배중심주의 정책을 펴왔는지 혹은 현 정부의 어떤 주요 인사가 언제 어디서 성장보다도 분배를 중시한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던지 분명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 단지.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성장과 복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왔음을 보아왔기에, 성장을 빌미로 복지에 대한 부정적 시각만을 일관되게 담아내고 있는 그 주장의 허구성과 편향성에 대해서 실소하게 될 뿐이다.

자본주의 발전이 수반하고 있는 운동력은 새로운 사회적 욕구를 끊임없이 창출하여 시장을 확대하고 사회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왔다고 하겠다. 이러한 변화가 그 자체로서 진정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단언할 수 없지만, 그 발전의 지속성을 위해서든, 필연적 결과에 의해서든, 복지에 대한 국가지출을 증가시켜왔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매우 일반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자본주의 경제성장에 수반하여 나타나는 수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대책수립과 이로 인한 국가복지의 지출 증대는 급속한 경제적 발전과정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사회적 투자이거나 비용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경제성장, 달리 말해서 산업화가 창출해낸 가족구조의 변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증가로 인한 새로운 사회적 욕구를 생각해보자. 산업화와 더불어,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인 대가족제도하에서는 차세대 부양기능까지 분담해주었을 그들의 부모세대로부터 지리적으로 분리되며 핵가족화 되어왔음은 동서양을 막론한 보편적인 사회현상에 해당한다. 이런 조건하에서, 어린아이를 가진 젊은 세대의 어머니가 취업하기를 원한다면, 보육시설이나 어떤 다른 대체 탁아시설을 찾아야만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사회적 수요에 부응한 공공 보육시설이나 탁아시설의 공급 확대를 소홀히 한다면, 무자격 보육교사나 부실한 보육시설이 확산되는 것과 같은 부정적 대체현상이 나타나거나, 육아를 위해서 젊은 어머니가 취업을 포기하거나, 출산자체를 기피함으로써 결국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산업인력이 부족하게 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2004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보육아동 930,252명에 대해서 26,903 개소의 보육시설이 있고, 이중 국공립은 5.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계획에 의하면, 국공립 보육시설 신설 예산을 2005년 400개소에서 2006년 100개소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어리둥절해 지는 대목인 셈이다.

또 하나, 자본주의식 산업발전이 고도화되어감에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복지지출증대가 불가피하게 됨을 설명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으로는 인구구조의 변화, 특히 연령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복지지출과 관련하여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점은,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현상이다. 이와 같은 인구의 고령화 현상은 주요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증대와 사회복지 서비스를 공급할 노동인구의 저성장과 같은 현상이 병존하게 되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특히, 돌보아주는 자식도 없는 상태에서 집에 머물게 되는 노인들의 경우, 직계 가족과 격리되어 재가보호나 시설보호를 통한 국가보조의 필요성을 더욱 절박하게 요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정책이 가족이나 시장에다 노인부양과 수발의 책임을 맡기게 될 경우, 이는 실제로 그 가족만의 책임으로 귀결하게 되어 가족 구성원의 물질적 정신적 부담이 말할 수 없이 증가하면서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사회문제(가정불화 및 파탄 등)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2005년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9.1% 수준으로 아직 OECD 국가평균 고령화율(약15%) 수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진행속도로 봐서 장기요양보호 욕구를 가진 고령인구가 급속하게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3~2004년에 걸쳐 공적노인요양보장추진기획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개발한 노인요양욕구 평가판정도구를 적용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약12% 정도인 53만명이 장기요양보호 욕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노인수발보장제도를 도입하여 이런 사회적 욕구에 대처해 나가고자 하는 모양이다.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드릴 만 한 일이다. 문제는 이 제도의 실시에 필요한 재원조달방식이 조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익자부담 원칙에 입각한 사회보험방식이라 하니,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대해서 또 한번 어리둥절해지는 대목인 것 같다.

이처럼, 경제성장의 과정과 결과는 전체 사회적 차원에서는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키고 그것에 대한 국가지출을 증가시키는 필연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사회적 욕구에 대한 국가지출을 억제한다면, 이는 역으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어 악순환 관계에 빠져들게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임종대 /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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