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11-11   1151

스웨덴 총선 결과, 스웨덴 복지모델 붕괴로 보도해야 하는가?

지난 9월 17일 실시된 스웨덴 총선 결과 프레드릭 라이펠트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사민당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좌파연합에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우파연합은 48.1%의 득표율로 178석을 얻어 득표율 46.2%에 171석을 얻은 중도좌파연합을 1.9% 차이의 득표율로 7석을 더 많이 얻어 집권하게 되었다. 지난 1994년 이후 12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중도좌파연합을 이끈 사회민주당의 페르손 총리는 패배를 인정하며 “스웨덴 복지모델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파연합은 “스웨덴 복지모델을 포기하지 않고 시장주의적 개혁으로 죽어가는 복지모델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전통적인 사회복지모델이 일대 수정을 겪게 되었으며 소위 워크페어(Workfare)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언론들은 스웨덴이나 유럽보다 더욱 요란하게 이 기사를 다루었다. 스웨덴 총선 직전부터 10월 중순까지도 신문들은 이에 대한 논평과 칼럼, 현장취재 기사 등을 연일 보도하였다. 평소 스웨덴의 복지모델에 대하여 거의 무관심하게 침묵하던 언론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으며, 특히 보수언론들은 참여정부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스웨덴 총선 결과가 보수언론과 정당에게는 값진 추석 선물이었다.

1991년에도 그랬다

1932년 사민당이 집권한 후 현재까지 74년 동안 우파가 집권했던 것은 1976~1982년과 1991년~1994년 두 번이었다. 기간으로 치면 9년이다. 65년간 사민당이 집권하고 불과 9년간 우파가 집권했던 것이다. 지난 1991년 우파가 총선에서 승리를 했을 때도 우리나라 보수 언론들은 스웨덴조차 복지국가가 막을 내렸다고 요란을 떨었다. 당시에는 독일 통일, 소련 해체, 동구권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이라는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 속에 있었던 때이라서 보수 정치권과 언론이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승리의 찬가를 부를 때였다. 사회주의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사회주의에 가깝다고 인식되던 스웨덴조차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어 우파에게 정권이 넘어갔으니 보수언론들 입장에서는 세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큰 소리를 칠 만했다. 사회주의국가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조차 이제는 역사의 무대에서 곧 사라질 것처럼 떠들어 댔다.

당시 중앙일보는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라는 박스기사(1991. 9. 17)를 통해 “복지재정 팽창 성장저해, 서구 복지국가이념 퇴색을 반영”이라는 부제를 달아 복지국가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같은 날 [분수대]라는 무기명 칼럼을 통해 “스웨덴 병”을 지적하고 “복지란 열심히 일한 다음에 얻어지는 과실”이라며 마치 스웨덴 사람들이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단정해 놓았다. 당시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복지국가 스웨덴의 고민”이라는 제목하에 복지국가의 지향을 원론적으로는 찬성하면서 그것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조차 같은 날 박스기사를 통해 “복지 부작용…국민들 등돌려”라는 제목으로 스웨덴 복지모델의 역사적 한계를 지적했다. 당시 아직도 군사정권 지배하에 있던 우리의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준 언론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 1994년 이후 다시 사민당이 집권할 때에는 조용하게 넘어가더니, 이제 우파연합이 집권하게 되자 다시금 시끄러워졌다.

조ㆍ중ㆍ동ㆍ문 대(VS) 한ㆍ경ㆍ한

대체로, 조선ㆍ중앙ㆍ동아ㆍ문화일보 및 경제신문들이 스웨덴 복지모델의 종말을 선언하고 참여정부의 정책수정을 강하게 요구하였으며, 한겨레ㆍ경향ㆍ한국일보 등이 이에 맞서 부정하고 나선 것으로 일간지들의 전선이 구축되었다.

사회적인 현상, 그것이 국내적이든 국제적이든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언론의 경우에는 명확한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균형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으로 정보와 판단을 제공해야 한다. 스웨덴 복지모델의 종언을 선언하는 보수언론들의 논조와 주장은 언론으로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보수언론들의 보도태도를 짚어본다.

스웨덴 사민당 패배 → 스웨덴 복지모델 붕괴 → 노무현 정부 복지정책 수정 요구

보수언론의 전통적인 특기는 선정적인 보도이다. 이는 현상을 총체적이거나 합리적으로 인식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분만을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 부각시켜 독자의 인식을 왜곡시키는 방법이다. 참여정부가 성정보다 분배를 강조했으며, 특히 스웨덴 모델을 참고했다며 보란 듯이 스웨덴 복지모델을 두들겨댔다. 특히 경제신문들은 복지보다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런 면에서 가장 적극적인 보도를 한 것 같다.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특히 동아일보가 가장 앞장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9월 19일자 보도에서 “시장주의적 개혁 앞세운 우파 야당연합 스웨덴총선 승리”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이어서 사설에서는 “노정권의 스웨덴 복지모델 숭배자들 꿈 깨야”라는 제하에 “세계에서 버려지고 있는 모델을 흉내내며 ‘시대정신’ 운운해 온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일괄하였다. 또한 “하필이면 비대한 정부와 복지병을 애써 배우려 한 게 노정권”이라며 꾸짖었다. 이어 9월 20일자에서는 국제면 기사로 “스웨덴 우파연합 12년 만에 정권탈환…유럽 우향우 가속화”라는 파리특파원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스웨덴 좌파가 무너졌다”라고 보도했다. 9월 21일에는 “정부 ‘스웨덴 배우자’ 목청 높이더니 ‘그게 아니고’ 딴소리”라는 정치면 기사를 내보냈다. 스웨덴 총선 전과 총선 후 참여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정리하면서 말바꾸기를 비판하였다. 9월 22일자에서는 “받을 돈 봇 받으면서 ‘빛내서라도 복지확대’하려는 정부”라는 기사를 내고 국가책무 상황과 복지예산의 관계를 스웨덴 총선 결과를 계기로 문제제기하였다.

이어서 10월 4일자에 “[변화하는 스웨덴 모델] 복지모델, 20세기 초 시장경제 덕분”이라는 제하에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뭉크함마르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또한 “웅성거리는 천국…스웨덴 복지병 현장을 가다”, “[변화하는 스웨덴 모델] 일한 만큼 월급 더 가져가야”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10월 5일자에서는 [기자의 눈]을 통해 “스웨덴 좌파정부의 오만”을 지적했다. 높아지는 실업률에 대해서 사민당은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꼬집었다. 그리고 10월 16일에는 “소득세 60%, 스웨덴 좌파 패배불러”라는 제목의 세계납세자연맹 총장인 스웨덴 출신 비에른 타라스팔베리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 밖에도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자. 편의상 기사 제목만 소개해 본다.

스웨덴식 복지모델 흔들(9월 19일자)

노무현정부 경제참고서 스웨덴 복지모델 스웨덴서 외면당했다(9월 19일자)

스웨덴식 복지모델 한국에선…(9월 19일자)

스웨덴식 복지 41세 열린보수가 바꾼다(9월 19일자)

복지 대신 효율 택한 스웨덴(9월 20일자)

조선일보의 기사도 소개해 보자.

스웨덴, 일자리 못만드는 무능정부에 민심 등돌려(9월 19일자)

국내서 스웨덴식 복지모델 논란(9월 20일자)

[기자수첩]스웨덴 모델 안 베꼈다고?(9월 20일자)

우파 정당 승리한 복지천국 스웨덴을 가다(9월 23일자)

또한 문화일보는 9월 19일자사설에서 “노정권 스웨덴 허상에서 벗어나라”고 일갈하였다.

과장과 선정을 넘어야

우선, 우파연합은 중도좌파연합에 비해 7석을 더 얻은 것이며, 득표율도 1.9% 앞선 것이다. 이러한 근소한 차이를 놓고 65년간 사민당이 견인해온 복지국가가 막을 내린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스웨덴 우파연합의 보수당 프레드릭 라이펠트 당수조차 스웨덴 복지국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우파연합이 오히려 워크페어 중심의 새로운 복지모델 공약을 개발한 덕에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보수언론들은 스웨덴의 복지국가모델이 종말을 고하는 것처럼 우겨대는 것은 현상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악의적인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복지제도의 체계도 정치경제적 사정과 문화적 배경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웨덴의 우파연합도 사실은 중도우파연합이며, 우리나라 언론의 잣대를 대보면 아마도 좌파로 분류될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정권은 여야간에 얼마든지 역전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97년 선거 때부터 정권교체가 시작되었다. 내년 대선은 또 어떻게 정권의 변화가 올 지 모를 일이다. 그 이후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한나라당 역시 활발하게 사회복지법안을 만들고 제도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지 자체를 거부하는 정당은 없다. 다만 그 방법론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정당들의 이념적인 차이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이다. 때로는 한나라당이나 과거 자민련의 복지공약이 더욱 선진적인 경우들도 있었다.

따라서 스웨덴 총선 결과에 대해 각 정파들의 사회복지 공약을 평가해 제시하는 수준 높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이렇게 과대 단순화하고 선정적인 보도로 죽지도 않은 스웨덴 복지모델에 대한 축문을 읽어대는 것은 참으로 망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노무현 정부에 대해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 온 보수언론 입장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스웨덴 복지모델에 대해 우호적인 사실을 들어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좌파연합의 패배는 속 시원한 호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웨덴 복지모델이 끝냈으니 노무현 정부의 정책도 틀렸다는 공세를 퍼붓고 싶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이러한 식의 공세는 문제가 있다. 스웨덴 복지모델의 형성 배경과 그 내용 및 지향성을 검토하고 스웨덴 유권자들이 우파연합의 복지정책을 선택한 이유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한 마디 보태자면, 우리나라에는 복지타임즈, 복지뉴스 등 사회복지 주간지들이 몇 개 있다. 그런데 이들 신문들이 스웨덴 총선에 대해 보도하지 않은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복지신문들의 복지의식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윤 찬 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 사회복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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