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11-11   1262

유시민장관의 의료급여 제도혁신 국민보고서의 문제점과 대책

지난 10월 10일 보건복지부의 수장인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장관 취임초기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의료급여 진료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장관은 ‘의료급여 혁신위원회’와 ‘의료급여 재정혁신 희망기동대’까지 만들어 의료급여 진료비 절감에 집중하여 왔다. 전국 시군구에 사례관리사 230여명 을 배치하고, 종합 지침을 내리고 각종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매주 의료급여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장관이 ‘국민보고서’라는 이름으로 국민앞에 공개적인 반성문을 발표하였다.

장관의 보고서는 의료급여제도 운영의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정부가 의료급여제도의 목표 설정의 오류, 정보시스템의 부재, 도덕적 해이에 대한 통제기전 부재, 엄정하지 못한 공급자 관리 등이 잘못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의료급여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제시하고 현재 복지부가 취하고 있는 ‘응급처치’와 ‘근본적 제도혁신을 위한 도전적 질문들’을 국민에게 던졌다.

요컨대 장관은 의료급여 진료비 급증의 주 원인은 수급자들이 ‘무상의료’ 일명 ‘공짜 의료’를 남용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재정절감을 위해 수급자의 의료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갖은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세금을 내지 않고 의료보장을 받는 수급자들에 대한 차별과 규제는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국민에게,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연대와 수급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일부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수급권자에 대해 국민들의 적대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은 내용을 발표한 것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장관은 의료급여 재정낭비의 책임을 수급자에게 돌리고 있다

의료급여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05년 의료급여 진료비는 약 3조3천억원이고 매년 20%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에는 진료비가 4조원이 넘을 것이며, 올해 10월경에는 의료기관에 대한 진료비 지급 지연될 수도 있다고 예측되었다.

장관은 의료급여 진료비 낭비의 원인은 ‘내원일수와 입원일수 증가, 내원일당진료비 증가’에 있으며 이는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그러나 입원여부와 입원일수는 수급자가 아니라 공급자인 의사와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문제이다. 외래내원일수는 수급자의 외래방문횟수를 의미하며, 이것이 과다한 것은 이용자가 자주 방문하는 책임이 있지만 이 역시 환자의 병력과 현재 치료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의사의 의무라는 점에서 공급자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내원일당 진료비 또한 공급자의 진단과 처방에 관한 사항이므로 과다한 처방이 이루어졌다면 공급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장관이 보고서에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경우를 보면 이 사례는 정신지체 3급의 형제가 각각 작년 한 해 동안 70여개의 의료기관에서 6000여일을 이용하여 3천여만원의 의료급여비를 썼다는 내용이다. 이들 형제는 하루동안 27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51장의 처방전을 받아 3개의 약국에서 조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예는 누가 보아도 과다한 의료이용으로 보이지만,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수급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의원은 한 번에 세 건씩 셋트처방전을 발급해 주었으며 약국은 이들 형제에게 수고비를 주고 약은 조제해주지도 않으면서 의료비를 허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이용해 이득을 챙기고 불법을 저지른 공급자들이 형사고발당한 사실을 가지고 수급자 도덕적 해이의 전형적인 사례로 밝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는 공급자의 과다한 의료제공을 막고 책임소재를 가릴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며, 이는 관리주체인 정부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즉 진료비의 낭비는 기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 아래서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공급체계 때문이며 수급자가 아닌 정부와 비효율적인 의료체계가 주원인인 것이다.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는 대상자 증가와 고령화 때문이다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는 대상자 증가와 고령화에 주 원인이 있다. 의료급여 대상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이후 감소하였다가 다시 증가 하고 있다. 실제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올해 초 176만2천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02년의 142만1천명에 비해 23.9% 늘어난 수치다(표 1 참조).

표 1 연도별 의료급여 수급권자 현황 – 생략

노무현 정부의 공약은 의료급여 대상자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차상위계층의 희귀난치성질환자와 만성질환자, 12세미만 아동을 의료급여 수급자로 확대하였으며,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일제 조사를 실시하여 최저생계 이하의 가구를 수급권자로 확대하여 왔다. 특히 의료급여 대상자는 건강보험에 비해 노인과 장애인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에 속하였다가 중질환에 걸려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외래진료 과다이용자는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며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환자 개인의 건강과 의료급여 재정 효율화를 위해 사례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의료급여환자의 80%는 365일 미만의 의료이용자이며 731일 이상은 전체 수급자의 3.2%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전체 의료급여수급권자를 재정낭비의 주범으로 몰아 붙여서는 안된다.

과다한 비용때문에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무상의료’의 실상은 의료급여대상자 1종에 한하여 법정 본인부담을 면제해 주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는 입원 부문에서 의료급여 1종은 약 20-30%, 2종은 30-40%의 본인부담을 부담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2005년 ‘의료급여 수급권자 의료비 지출실태 연구결과’에 의하면 직접 진료비용 중 본인부담비용이 건강보험보다 의료급여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의료급여 대상자가 노인인구 비중이 높고, 질환의 중증도가 높으며 고액이 소요되는 중질환에 걸린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본인부담 능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진료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 2.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본인부담 – 생략

또한 진료ㆍ조제거부, 입원보증금ㆍ연대보증인 요구, 진료과정상의 차별, 정신질환자의 장기입원ㆍ비인권적 치료 및 보호 환경 등 각종 차별과 비인권문제 등이 의료급여제도의 현재의 모습이다.

‘응급처치’는 수급자 의료이용 제한 조치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심사조정 강화’ ‘수급자 신고보상제’ ‘수진자 내역조회’ ‘약국의 허위부당 청구 발굴’ 등이다. 이에 지난 7월 전국 시군구 의료급여 보장기관에 내려 보낸 지침에 의하면, 첫째, 의료급여 상한일수 연장승인을 사전연장승인으로 운영하고 ‘의료급여심의위원회’운영을 강화하였다. 급여일수 90일이 넘은 환자에게 매달 급여일수를 통보해주고 365일이상 급여연장이 불승인 나면 의료급여증에 ‘연장승인불허’ 스탬프를 찍어준다고 한다. 둘째,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 자격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분기별로 정기적으로 자격 확인하여 보고하도록 하였다. 셋째, 장기입원환자의 생계급여 삭감을 강화하여 6개월동안 30일이상 입원한 의료급여수급자의 생계비를 삭감하도록 하였다. 1인 단독세대의 경우는 최저생계비중 광열수도비, 가구집기비, 교통통신비, 식료품비 상당액에 해당하는 245,023원을 삭감하도록 하여 이미 9월 생계비 지급부터 시행하였다. 또한 의료급여 과다용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2005년 연간 의료급여일수 365일 초과자 38만명 전체를 방문하여 의료이용실태 및 부정적 이용여부를 파악하도록 하였다.

이렇듯 정부의 대책은 의료급여 환자의 건강은 뒷전이고 의료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에 집중되어 있다. 과잉 진료에 부당 청구까지 일삼는 의료기관에 대한 실효성있는 관리방안은 마련하지 못하는 반면, 손쉽게 힘없고 돈없는 수급권자만을 다그치고 의료이용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도 의료급여 환자들이 받아온 차별과 각종 제한이 더욱 심화되고 이로 인해 필요한 의료이용을 못하는 빈곤층 이웃이 늘어만 갈 것이다.

장관이 고백하듯 정부는 의료급여비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보시스템 결여, 엄정하지 못한 공급자 관리, 수급자 사례관리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부의 문제를 제도 전반의 문제로 확대해석한 잘못된 정책대안은 실효성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의료급여 혁신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 의료급여 차별은 정당한가!

장관은 근본적인 제도 혁신을 위한 질문을 던지면서 의료급여수급자들에 대한 차별이 정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주치의제도는 의료이용자와 의료공급자 모두를 관리하는 제도로 의료급여만이 아니라 건강보험에도 적용하여야 할 제도이다. 본인부담금제도는 일부 과다의료이용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급권자들에게까지 무차별하게 의료이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이미 급여일수제한과 연장승인제도로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장치는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 치료문제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지역사회 재활 및 생활시설을 확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의료급여제도는 여전히 차상위층과 사각지대의 대상자를 확대하는 과제, 보장 수준을 확대하는 과제, 의료이용의 차별을 해소하는 과제 등을 가지고 있다. 의료급여 제도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건강보험제도를 포함해 보건의료제공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데 의료급여 재정을 절감하여 대상자를 확대하고 의료보장을 확대하여 건강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목표와 과제는 장관보고서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의료비 낭비를 줄여서 어려움에 처한 빈곤층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그들이 바로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어야 할 비수급빈곤층이고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복지수요자들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조경애/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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