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11-01   1600

[동향4] 사회복무제 확대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영환(성공회대 교수, 사회복지학)

1.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 허용 추진


국방부는 2007년 9월 18일, 종교적 사유 등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동안 이들을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여 2-3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토록했던 정책에서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투옥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전 세계에 900명 정도의 수감자 중 한국이 830명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와 비슷한 사정이었던 대만도 2000년부터 대체복무를 허용하였다. 이제까지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람은 총 1만 3천 명을 넘어섰고 최근 5년간 수감된 사람만 해도 3,700여명이다.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 교도처럼 종교적 사유에 의한 것이지만, 타 종교 및 여타의l 이념 및 양심적 사유로 인한 경우도 포함된다.

제도 도입과 관련된 국방부의 입장과 시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국방부는 ‘전과자를 양산하는 현제도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개선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되, 병역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사회복무제도 내 하나의 복무분야’로서 대체복무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기본 방안은 다음과 같은데, 여론을 수렴하여 확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추진, 보도자료, 2007.9.18.


–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사회복무제도」범주에 포함하여 추진한다. 단,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입대 前 병역거부자에 국한하기로 한다.
– 복무분야는 24시간 근접보호가 필요한 치매노인이나 중증장애인 수발과 같이 사회복무자 배치분야 중에서 難易度가 가장 높은 분야로 하고,
– 선정 기준은 아래 사항을 고려하여 종합판단한다.
   ㆍ육체노동이 요구되는 분야:장애자 목욕수발 등
   ㆍ정신적․심리적 불편을 수반하는 분야:치매노인 수반 등
   ㆍ위험도가 높은 분야:전염병 감염, 안전사고 등
– 복무대상 기관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ㆍ특수병원 9개소(4,500병상) : 한센, 결핵, 재활, 정신병원 등
  ㆍ국․공립 노인전문요양시설 : 200여 개소(15,000명 수용)
– 복무방법 및 기간은 출․퇴근없이 해당복무시설에서 합숙하면서, 현역병의 2배 수준을 복무토록 할 계획이다. 현역병 복무기간이 24 => 18개월, 사회복무자 26 => 22개월로 조정되고, 최장기 대체복무(공중보건 등) 기간이 36개월임을 고려하고, 본인이 선택한 대체복무라는 점, 국민정서, 현역의 사기 등을 감안 시 현역의 2배 수준의 기간이 적절하다고 함. (외국의 예- 독일은 현역과 동일, 그리스는 현역의 2배 하지만 그리스도 2007년부터 현역보다 30% 정도 긴 기간 복무하는 것으로 변경하였음. )
– 또한, 객관적이고 엄격한 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철저한 복무관리를 통해 제도의 악용소지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계획.


이러한 방안에 대해 인권단체에서는 전반적인 환영의사를 전제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성명서(2007. 9. 18).

 첫째, 종교적 사유가 아닌 정치적·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둘째, ‘입대 전’의 병역거부만을 허용하고 ‘복무 중’과 예비군의 병역거부는 허용되지 않은 점,

셋째, 현역병보다 2배(현역 복무 기간이 1년 6개월로 줄어든다고 가정했을 때) 긴 복무기간은 징벌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유엔인권위원회(현재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안 기준에 맞지 않다. 유엔인권위원회의 결의안에 따르면 현역 복무기간의 1.5배 이상인 경우에는 사실상 징벌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상에서 볼 때, 이들의 주된 대체복무지가 사회복지 영역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복지계에서는 그동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문제를 거의 논의해오지 않았다. 다만, 지난 2월 국방부가 대체복무제를 사회복무제로 확대개편한다는 정책발표 이후 사회복무제에 대한 실무차원의 대응논의가 부분적으로 전개되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쟁점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국방부 시안과 관련하여 총론적으로 두 가지 언급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징벌적 성격의 사회복무제도를 강행할 경우,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범죄자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데, 그러할 경우 그들의 주된 복무장소로 사회복지영역을 상정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점이다. 주지하듯이 사회복지영역은 일차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의 삶을 보호하는 영역인데, 그러한 삶터를 자칫 징벌의 장소로 오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무심함의 사례가 바로 사회봉사명령제도이다. 최근 비교적 경미한 범죄자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대신 사회봉사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 대상이 사회적 취약계층일 경우 이들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징벌적 시각을 불식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회복무의 정당한 근거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둘째, 그동안 일부 사회복지시설장 등이 이들의 대체복무 수용에 거부의사를 간간히 표출해왔
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거부의 근거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이들을 ‘병역기피자’로 인식하여 거부하는 것인데, 대체복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면, 이들을 ‘병역기피자’라는 이유로 기피하는 것은 시설장들의 권리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종교적 이유로 인한 기피현상이다. 현재 대부분의 양심적 병역기피자들이 여호와의 증인 교인이라는 점 때문에 종교계(특히 기독교계) 시설에서 기피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 거부는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종교단체에서 시설을 위탁운영하는 경우라도 종교적 목적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를 이유로 기피한다면 이는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및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금지하는 ‘종교에 따른 차별행위’라고 볼 수 있고, 그럴 경우 해당 종교단체는 시설위탁의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성당한 설득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며, 무엇보다도 사회복지계의 전향적인 자세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2. 사회복무제 확대계획


이번 조치의 배경 중 하나는 2007년 2월 6일 발표한 ‘국가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사회복무제도’ 확장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병역의무는 현역으로 복무하는 외에 다양한 대체복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다음 표와 같이 2006년 12월 현재 운영 인력 14만 3천명으로 전체 병역이행자의 22.6% 수준이다. 현역(사병)입영자는 단기복무 장교 및 하사관, 대체복무자, 면제자 등을 제외할 경우 징집대상자의 60% 정도이다.
 


<표 1> 대체복무 현황
     
 이러한 상황에서 국방부는 ‘사회활동이 가능한 사람은 예외 없는 병역이행 체계를 정립하여, 현역 미복무자는 전원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복무’토록 한다는 방침을 다음과 같이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전환복무(전·의경, 경비교도, 의무소방원): 2008년부터 배정인원의 20%씩 단계적으로 감축하여 2012년 이후 완전 폐지한다.
-산업기능요원: ◦ 현역자원은 단계적 감축없이 2011년까지 연 4,500명씩 배정, 2012년 이후 완전 폐지  ◦ 보충역 자원은 2008년부터 단계적 감축, 2012년 이후 완전 폐지
-공익근무요원:  ◦ 행정보조, 경비분야 공익근무요원은 단계적으로 감축하여 2011년 이후 폐지  ◦ 봉사분야와 보호·감시 분야 공익근무요원 중 사회서비스 분야 복무자는 사회복무 체계로 편입
-공중보건의, 공익법무관 등 사회서비스 성격이 강한 일부 복무영역은 사회복무체계로 편입


이상과 같이 대체복무자들을 사회적으로 필요하나 공급이 어려운 분야, 즉, 중증장애인 수발 등 기피하거나 공급이 부족한 분야에 우선 투입한다는 계획이고, 그에 따라 투입이 예상되는 사회봉사인력은 ’08년(3.5만) → ’14년(12.5만) → ’20년(13.7만)으로 추계된다.



3. 사회복지 측면에서 본 사회복무제도: 이슈와 쟁점


사회복무제 도입과 관련된 논의는 참여정부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하여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기획예산처와 보건복지부가 사회서비스 확충방안 차원에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사회복무요원들을 위한 교육훈련센타를 설치하고 이와 관련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 및
복지부와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의 대응과정

  07.1.11 기획예산처 간담회: 사회서비스 확충과 공익제도 개선
  07.2.5.  기획예산처 vision2030 인적자원활용전략- 사회복무제도
  07,1.26.  보건복지부, 사회복무제도도입 대응회의: 공익실태, 사회복무활용분야등.
  07.7.30.  보건복지부, 사회복무과정개발(T/F팀) 전문가 자문회의
  07.8.     보건복지인력개발연구원, 사회복무직무교육과정개발연구 수행
  07.9.11. 보건복지부, 교육과정개발 및 제도운영방안(T/F팀) 전문가 자문회의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복지계의 견해는 주로 사회복지시설 특히 생활시설(장애인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부랑인복지시설 등)의 입장만 편중되게 대변되는 특징을 보여 왔다. 그것도 시설장 등 공급자들이 주로 논의에 참여했다. 생활시설이 사회복지계를 대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설 외에 각종 기관, 법인, 협회, 시민(이용자), 시설생활자, 전문가(학자) 등이 사회복지계를 구성하고 있지만, 현행 병역법상 공익근무요원 배치가 생활시설에 국한되는 것으로 편협하게 해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이슈와 쟁점과 함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관련한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사회복무자의 자질 문제
사회복무제에 대한 국방부안은 기존의 보충역자원(신체4급)외에도 면제대상(제2국민역)이었던 신체5급 또는 자질사유면제자 중 사회복무가능자(중학중퇴 및 귀화자 포함)를 사회복무자원으로 편입하여, 예외없는 군복무원칙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사회복지시설에 배치할 경우, 신체적 허약자들(특히 신체5급)들이 중증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수발(care)하는 일을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실제 시설에 근무했던 공익요원들 중에서는 근무 중 허리디스크가 발생하여 근무보다는 요양기간이 더 길었던 사례도 있고, 청각제한자들과 같이 수발업무에 지장이 있는 경우들도 있었다.

나아가 복무자들의 인성문제는 신체문제보다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수발과 보호대상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허약자들이기 때문에 복무자들의 정신적, 심적 태도가 매우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그러한 문제는 단기간의 교육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공익요원들 중 일탈사례가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시설에서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과업이 추가로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병무청에서도 고민 중이며, 제일 자질이 좋은 사람들을 배치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고, 추후 현역대상자도 시설에 배치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회복무 대상자 중 시설에서 제대로 근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이냐 하는 점에서 비관적인 관측이 존재하고, 따라서 이들을 위한 각종 훈련, 근무체계 및 관리체계에 상당한 노력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 시설측의 대체적 입장이다.


2) 사회복무자 활용분야: 탈시설화를 지향해야
사회복무제에 의한 근무분야는 2008년의 경우 사회복지분야에 60.3%를 배치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는 지정제로 배치하고, 추후 본인선택제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사회서비스 수요 확대를 고려하여 다양한 분야에 투입한다는 전망은 가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주로 사회복지생활시설이 주 활동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계획이 대체복무자 관리의 편리성을 중시한 나머지 시설중심적 사고에 고착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복무 대상자들 중 시설근무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 외에 자칫 장애인, 노인보호의 시설화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시설화는 시설생활자들이 일반인들과 정상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생산적, 주체적으로 살아갈 기회를 박탈할 뿐 아니라, 엄청난 보호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탈시설화 지향이 사회복지계의 지배적 담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른다면, 사회서비스의 발전방향도 시설서비스의 확충이 아니라 중증 장애인 활동보조인이나 재가노인 수발자 파견, 장애아동 학교 보조교육인력 파견 등의 재가서비스 확충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체복무제도도 이러한 흐름을 적극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더욱이나 사회복무요원들이 복지시설의 인력부족을 메우는 값싼 인력으로 악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실제 사회복무제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기획예산처(사회서비스 향상기획단)와 복지부는 생활시설보다는 재가복지 중심의 사회서비스 확충에 강조점을 두고 있으며, 사회복무제가 이러한 목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사회서비스는 “개인 또는 사회전체의 복지증진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오늘날 한국사회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광범위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욕구에는 간병과 수발욕구(치매, 중풍노인, 장애인등), 여성의 사회활동 증대로 인한 보육, 가사, 방과후활동서비스 욕구, 주5일제 및 소득수준향상에 따른 문화예술, 환경 관련 욕구 등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 문화 등 영역에 걸쳐 다양하다. 이에 따라 필요한 사회서비스도 보육시설교사지원, 지역아동센타 아동복지교사 지원, 가사, 간병서비스 확대, 방문보건서비스, 특수교육 지원인력 확대, 깨끗한 학교 만들기, 방과후 학교, 노인,장애인돌보미, 그리고 도서관, 박물관, 고궁 등 연장 개장 등 다양하다. 이미 2004년도에도 장애인복지단체등은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건의문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활동보조인이나 특수교육보조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를 가능케하는 병역법 개정을 청원하였다(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국회 국방위원회 병역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한 장애인단체, 사회복지단체 의견서, 2004.11.16)..


이러한 욕구에 비해 서비스 인력은 매우 부족한데, 2006년 현재 약 90만 명 정도의 서비스 인력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 관련 정부부처들의 계산이다(노동연구원 90만 명,  기획예산처 91만 명, 사람입국일자리 위원회 86만 명으로 각각 추산). 구체적으로 보육 14만 명, 간병 13.4만 명, 방과후 활동 19.8만 명이 부족하다. 물론 이러한 정부측 추산은 민간단체들의 추산에 비해 큰 격차가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특수교육을 위한 보조원은 2007년 현재 약 4,000명 정도 배치될 계획인데(2006년에는 2,413명 배치), 교육인적자원부의 수요조사에서는 전국적으로 7,054명의 수요를 추산하고 있지만, 민간기관들은 21,876명으로 주장하고 있다. 김기룡, 전국 특수교육보조원 수요 및 각 유형에 대한 욕구조사 결과, 2006


어쨌든 정부는 약 90만 명의 부족을 염두에 둘 때,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급인력은 연간 10만 명 수준에 불과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08.7. 2010년까지 전체노인의 3.1%  16.6만 명에게 서비스 제공예정) 등 제도개선을 통한 서비스 공급 외에 재정지원으로 2010년까지 매년 20만 명씩 사회서비스 인력을 공급하고, 이후에는 조금씩 재정의 역할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부족인력은 90만 명인데, 시장과 재정을 통해 공급하는 인력은 30만 명에 불과한 것이 사회서비스의 현실이다. 제도개선을 통한 공급효과를 감안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게 사회서비스 공급이 부족한데, 사회복무제를 사회복지시설로 국한한다면 표적이 빗나간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일각에서는 대체복무자들이 사회서비스 시장의 사회적일자리를 대체하여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잠식하리라고 우려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대체복무자들을 철저히 보조요원으로만 활용함으로써 대체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조요원이라고 해서 대체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 양질의 요원을 단순 보조요원으로만 활용하는 것 또한 낭비가 아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인력수급상황을 볼 때 이같은 대체효과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겠지만, 대체효과보다는 오히려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복무자를 사회서비스에 주로 투입하는 것은 독일, 대만 등 해외사례에서도 일반적 경향임을 참조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설중심주의가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현행 병역법상 사회복지생활시설이 아닌 각종 협회, 단체, 기관 등은 사회복무요원 배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현행 병역법 제26조(공익근무요원의 업무 및 소집대상, 개정 1997.1.13)는 공익근무요원의 업무를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 및 사회복지시설의 공익목적에 필요한 경비·감시·보호·봉사 또는 행정업무등의 지원업무(제1항 제1호)로 제한하고 있다. 실상 사회복지사업법(제2조, 정의)에서 “사회복지시설”은, ‘사회복지사업을 행할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을 말한다’고 간략하게 정의되어 있을 뿐인데, 생활시설 중심으로 지나치게 협소하게 이해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물론, 사회복지관 같은 일부 이용시설은 포함되지만, 그외의 사회복지기관이나 단체들은 ‘공공단체’의 범주에 속해야만 사회복무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공단체‘는 시행령 제47조의 2(공공단체의 범위)에서 각종 정부투자기관,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어업정보통신국, 각종 사립학교 및 특수학교 중 사립학교, 그리고 ’그 밖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재정지원을 받는 공익목적의 비영리 기관 가운데 국방부령이 정하는 기관‘으로 제한하고 있어, 국방부에 결정에 좌우된다. 이와 관련하여 시행규칙 제35조의 2에는 국방부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총 143개로 열거되어 있는데, 그 중 사회복지관련 기관은 불과 10-20개의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갱생보호공단,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서울대학교병원 등 국립대학병원,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한적십자사, 대한결핵협회

 그나마 대부분 정부투자기관 성격의 기관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재가복지를 공급하는 사회복지서비스 관련 기관, 단체들은 대부분 배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의 확충을 통해 전국민적으로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한다면, 시설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생활시설보다는 각종 사회복지 협회, 단체, 기관 및 NGO, NPO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사회복무자들도 획일적인 업무보다는 자신의 적성을 살리면서, 인격적 성숙과 함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3) 사회복무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
사회복무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 있어서는 군사교육을 축소하고, 2-3주 정도의 소양 및 직무교육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소양교육은 병무청이, 직무교육은 수요부처가 맡는 방안이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 교육팀을 구성하고, 준비 중이다. 일반적인 직무교육 외에 심화교육과정을 거쳐, 노인요양보호사 2급 자격을 수여하는 방안이 추진되었었는데, 형평성 문제 등에 부닥쳐 철회된 상황이다. 그리고 관리자들을 위한 실무자교육 과정도 준비 중이다.

핵심적인 것은 전문직무교육인데, 사회복지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과 수발관련 직무교육이 실습, 실연중심으로(동영상 등 활용) 약 80시간의 교육이 계획되고 있다. 교육과 관련하여 몇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지적되고 있다.

-교육목표의 설정문제이다. 전반적으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보조요원으로서 어느 정도의 직무교육이 필요한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 직무교육 외에 인권, 상담, 윤리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아울러 인문학적 소양(인간에 대한 이해와 소통능력)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면 좋을 것이다.
-실습의 경우는 직무를 수행할 개별기관이나 시설에서 직접 담당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직무수행기관에 배치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퍼비전과 교육이 필요할 것이며, 이에 따라 담당자의 업무부담이 증가할 것인데,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4) 복무관리 시스템
병무청에서는 사회복무요원운영위원회를 설치하여 배치업무를 체계화하고, 사회복무요원들의 현장관리를 위한 매뉴얼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무불이행시 현장의 권한에 한계가 있음을 유념해야 하고, 역으로 사회복무자들의 인권보호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5) 적정 복무기간 등 근무조건
현행 공익사회봉사요원은 현역입영자보다 길게 26개월을 근무하고, 공중보건의는 36개월을 근무한다. 사회복무자의 복무기간도 현역입영자보다 약간 길게 책정되고 잇다. 육군 현역의 경우는 현재 24개월 복무에서 18개월로 단축될 전망인데, 이에 따라 사회복무요원의 근무기간도 26개월에서 22개월로 4개월 단축될 전망이다. 그리고 합숙근무나 주야간교대, 중증장애인수발분야, 오지근무 등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복무기간을 차등적용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으며, 앞으로 2단계에서 상호선택제 실시와 연계하여 확대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사회복무자와 현역입영자의 근무기간을 차등적용하고, 또 사회복무자 내에서도 근무여건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선 사회복무를 현역입영보다 무조건 ‘쉬운 일’이라고 보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 직무에 따라서는 현역보다 어려운 일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사회복무와 현역입영 기간을 같이 하는 예도 참조할 수 있다(독일은 현역과 동일, 그리스는 현역의 2배 복무). 마찬가지로 사회복무자 내의 차등화 문제도 형평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6) 기타 지적사항
-공익근무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서는 직무교육 과정의 유무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복무요원의 안전, 그리고 복무요원에 의한 사고에 대비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도 제한적으로 배상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보다 전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복지기관의 자부담문제이다. 현행 공익요원제도에서는 100% 국가부담이지만, 사회복무제에서는 40%(월 2-3만원의 점심식사비용) 정도의 기관자부담을 계획하고 있다.
-사회복무 중 자기개발 기회제공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사회복지 부문에는 사회복지전공자를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4.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사회복지
사회복무제도 확대와 관련한 쟁점과 과제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하다: 사회복무자의 자질문제, 생활시설중심의 근무처, 교육과 훈련의 문제, 복무관리시스템, 복무기간 등 복무조건의 문제 등. 즉, 사회복지분야는 팽창하는 서비스인력 수요에 비해 막대한 인력부족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무제도의 확대에는 원칙적으로 찬성이지만,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쟁점들은 상당부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사회복무제 편입의 경우에도 유사할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몇 가지 구분하여 지적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사회복무 대상자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생활시설은 물론 여타의 사회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기에도 부적합할 수 있는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경우는 이러한 점에서 상당히 우수한 인적 자원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인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사회복무에 대한 징벌적 시각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사회서비스의 확충을 통해 전국민적으로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한다면, 시설중심주의를 벗어나, 각종 사회복지 협회, 단체, 기관 및 NGO, NPO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징벌적인 시각을 불식한다면, 굳이 이들의 근무처를 시설 중심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사회복지시설이 징벌의 장소가 아닌 것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회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종교 이외의 사유로 인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폭넓게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근무기간 산정에 있어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징벌적 근무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현역과 사회복무자간에 근무기간 차이를 두는 것도 당연한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복무규정에 따라 업무의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고, 때로 현역보다 더 어려운 과업을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징벌적 처우가 당연시되는 상황의 배경에는 현역입영자들의 열악한 처우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현역입영자는, 경우에 따라 난이도는 다르겠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신체적 속박과 경제적 손해는 물론, 인격적 존엄성까지 유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들의 열악한 처우를 기준으로 사회복무제도를 도입할 경우 징벌적인 제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역입영자의 처우개선이 모든 문제해결의 관건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즉, 현역입영자들의 군복무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무기간 단축은 물론, 적절한 경제적 보상, 인격적 대우, 자기 성숙의 기회 등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한편으로 양심은 물론 자부심과 품위를 지키면서, 다른 한편으로 보람있고 유익하게,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복무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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