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12-01   1180

[심층분석2] 기초보장 분야 대선공약 평가

 


남 기 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기초보장에 대한 견해는 대개 사회복지에 대한 입장의 이념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대개 공공부조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최소한의 소득보장에 대한 견해 속에서 보수파의 경우 효율성과 잔여성이 강조되고, 진보적 견해는 탈빈곤을 위한 제도의 대폭적 확충과 국가책임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 속에서는 이념형적인 입장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기보다는 공통적으로 그 중요성과 확충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 심각성에 비추어 기초보장 확충은 많은 표심과도 관련되리라는 대선진영의 예측일 것이다.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와 빈곤심화에도 불구하고 그 수급자 수가 제도 초기부터 150만명 선에서 전혀 증가하지 않고 있어 취약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부양을 받고 있지 못해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게 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 수급대상자의 결정과 보호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최저생계비의 절대적 계측방식의 문제점, 차상위 계층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없게끔 만들고 있는 통합급여체계의 문제점, 의료급여대상자에게 부과되는 본인부담제의 문제점 등이 제기되어 왔으며 시급한 개선과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대선 후보에게 이들 쟁점에 대한 공통적인 질문을 통해 기초보장에 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는 대략 다음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다.


<표 1> 기초보장제도 개편에 관한 후보들의 견해

먼저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과 배우자로부터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해도 수급권자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권영길 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폐지를 공약으로 밝히고 있으며,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 후보는 그 축소를 제안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계측문제는 그간 가장 첨예한 사안이 되었던 쟁점인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그간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도록 실계측 최저생계비의 소득대비 수준이 하락하지 않도록 하자는 수준유지방식을 제안해 왔다. 이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찬성하고 있다.

통합급여 방식에 개편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 후보는 소득계층과 관련없이 전면적인 개별급여방식을 도입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어 각 급여영역별로 개별법 도입을 주장한다. 권영길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계층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통합급여를 제공하고, 그 이상의 차상위 계층에 대해서는 필요한 서비스만을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주장하였다.
의료급여 본인부담제에 대해서는 후보들의 입장이 다소 차이가 나는데 먼저 정동영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본인부담제의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하였다. 문국현 후보는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축소안을 이야기하였고, 이인제 후보는 현행대로 유지하여야 함을 주장하였다. 이명박 후보는 이에 대해 답변을 유보하면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이므로 그 시행결과를 평가한 후에 차후에 결정되어야 할 문제라고 이야기하여 현행유지에 방점이 있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상의 응답결과를 보면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유지에 대해 모든 후보가 찬성하고 있고, 의료급여본인부담제에 대한 견해가 서로 상이하게 나타났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통합급여체계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권영길 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고,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 후보가 같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후보들이 그간 표방해온 이념적 지향이 기초보장 관련 쟁점에서는 그다지 잘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대체적으로 보면 후보들은 상대빈곤선의 수준유지방식 도입에 대해 모두 찬성하는 바처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그 개편과 보장수준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특정사안에 대한 폐쇄형 응답을 요구하는 세부질문이므로 이 응답만으로는 저소득층 기초보장에 대한 후보들의 인식과 공약을 개괄하기 어렵다. 때문에 빈곤과 양극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후보들의 기본적인 입장을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응답들을 요약하면 다음 <표 2>와 같다.

이명박 후보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을 통해 기초보장을 만들어간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으며 기초보장제도에 대해서 개별급여화 등 융통성 있는 개편을 제시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차상위계층 지원, 복지정책과 노동정책의 적극적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부양의무자기준, 조건부과의 폐지와 상대빈곤선 도입으로 기초보장대상자의 대폭적 확대와 긴급지원제도를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것을 강조하였으며 비정규직 및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을 통해 사회보장을 강화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는 일자리와 직업훈련, 복지의 연계를 강조하고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저소득층의 보육과 평생교육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되, 반대로 기초생활보장대상자 등 저소득층에 대한 재산확인을 강화하여 예산의 효율집행을 강조하였다.


<표 2> 후보별 기초보장 및 저소득층 지원정책의 핵심

기초보장에 대한 대선 각 후보들의 공약과 질의서 답변 내용에 기초한다면, 대선 후 차기정부에서는 기초보장제도가 상대빈곤선을 기초로 하고 부양의무자 기준 등 제약조건이 완화되며 차상위 계층까지 개별급여가 이루어지는 등 전반적인 확충과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소득층에 대한 고용-복지의 연계서비스와 사회적 일자리 등이 확충될 것도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이 비록 후보진영에서 공언된 공약에 기초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장밋빛 환상이 되리라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권영길 후보를 제외한다면 다른 후보의 공약은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혹은 현 참여정부에서 제기했던 정책개선 방향을 다른 수사로 포장한 것에 머무르는 모습도 대부분 후보의 공약에서 나타난다. 한편으로는 기초보장 확충을 위한 재원의 문제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도 있어 그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별도의 재원이나 증세 등 없이 경제성장의 성공을 통한 재정지원 규모 확대나 기존 복지예산의 증가분을 통해 기초보장을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다. 또 이명박 후보는 주로 비판해 온 참여정부의 기초보장제도 개선방향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방향을 나타내고 있어 자기모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개별급여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개별급여방식 도입에 따른 빈곤층 지원의 확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을 예측하게 한다. 이 후보의 ‘계층할당제’와 같이 저소득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 영역에서 시행되기 어려운 공약은 그 합리성에 대해 면밀한 고려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도 한다. 그리고 이인제 후보의 경우에는 저소득층에 대한 재산파악의 강화와 의료급여본인부담제 유지 등 효율화와 수급자에 대한 통제기제의 강화를 동시에 표방하고 있다.

기초보장과 관련된 공약을 통해 몇 가지 짚어보아야 할 점이 있다. 첫째는 모든 후보들이 상대빈곤선 도입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나 축소, 통합급여체계에 대한 개편 등 반가운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후보자간 공약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 보-혁 구도마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제도개선의 당위성일 수도 있지만 소위 공약과 정책선거가 아닌 인물중심의 선거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낳게 한다. 이 경우 대선 이후 공약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이런저런 핑계 속에 그 개혁적 국가책임 증대의 부분은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다른 하나 유의할 사항은 당의 입장과 관련된 공약의 일관성의 문제이다. 통상적으로 하나의 당 혹은 한 명의 후보에게서 동시에 제기될 수 없는 확충과 통제의 기제가 나타나곤 하는 점이다. 이 역시 면밀한 고려 없이 선거 국면에서 그 실천의지보다 긴급하게 제시하는 표어로 공약이 제시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구체성, 일관성, 적절성이나 혹은 실현성의 재원문제 등 실질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할 때 기초보장에 대한 공약은 대부분 후보진영의 실제 준비정도에 비해 ‘양극화와 빈곤을 해결하겠다는 새로운 용어의 슬로건’으로 과잉포장되어 있다. 대권을 향한 의지만큼 국민들의 기초보장에 대한 실질적 의지도 고양되기를 바란다. 아마도 후보 진영에 맡기기보다는 시민사회 진영의 지속적인 견인과 요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