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12-02   3015

[심층분석 2]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전문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전문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한나라당 손숙미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를 대신하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전문개정안을 냄으로써 평지풍파가 일고 있다. 1998년 7월에 발효되고 1999년 4월에 현재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으로 전문개정되어 복지계의 민간재원 조달에 대한 중추역할을 하던 공동모금회 존립근거가 되었던 이 법안을 다시 ‘사회복지공동모금법’으로 바꾸고 그 내용도 전면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개정 발의안의 핵심이자 취지는 전문모금기관 승인제도를 통해 민간모금시장의 경쟁과 다원화를 꾀함으로써 민간모금의 활성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복수의 민간전문모금기관을 통해 국민의 기부 선택권을 보장하고 민간모금시장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복지부 산하에 차관이 위원장인 전문모금기관위원회를 설치하여 이들 기관에 대한 지정, 평가 및 지원 기능을 하도록 하며, 또한 전문모금기관협회를 두어 이들 기관간의 모금액의 배분 및 조정, 모금의 전문지식 개발, 종사자 훈련 등을 행하도록 하고 또한 전문모금기관의 지배구조와 운영에 대한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법안 취지의 배경과 내용을 보면 능동적 복지 하에서 민간복지재원을 정권의 의도대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에 다름아니며 여기에 더하여 그간 공동모금회가 정부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갖고 민간의 순수한 자율성을 지닌 것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인식에 의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길들이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정부는 이 법안의 통과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는 지난 10월 한나라당에게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는 법안 42개중에 공동모금회법 개정안을 거론하고 있을 정도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로서는 그동안 민간의 자율성을 앞세워 재원의 배분을 놓고 정부를 철저히 소외시켜왔다는 생각에 공동모금회의 거대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키워왔었기에 지난 해부터 법개정을 시도하였으나 당시 시민사회의 여론에 밀려 철회한 적도 있었다.


  1. 공동모금회의 탄생 배경과 공과
  공동모금회법의 개정 여부가 타당한가를 따지기 위해 우린 잠시 공동모금회의 역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공동모금회법의 탄생은 김영삼정부 말기인 199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미 정부내에서는 감사원에 의해 국민성금이 사회복지사업기금에 의해 관리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감사결과가 제출되었으며, 사회복지계에서도 이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있어 드디어 정부 입법의 형태로 제출된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이 국회에서 의결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당시 12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 악용되는 것을 우려한 야당의 반대로 발효시점이 1년여를 넘긴 다음해 7월로 명시되는 우여곡절을 거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전국과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각기 설립된 것은 1998년 후반기이며 본격적인 활동은 1999년 들어서이다. 마침 당시는 IMF 경제위기에 의해 온 국민의 고통이 심각한 때인지라 공동모금회의 탄생은 처음부터 그 사회적 역할이 매우 분명하게 확인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발효된 법은 근본적으로 두가지 문제가 지적된다. 첫째는 공동모금법이 됨으로써 공동모금제도를 마치 공동모금회가 전유하는 것처럼 해석된다는 점, 둘째는 민간의 자율성은 형식에 그치며 여전히 정부의 철저한 통제의 대상이 됨으로써 입법 취지가 무색하는 점이었다.
  이로써 당시 15대 국회의 이성재의원 등의 활약으로 전면개정을 서둘러 마침내 1999년 4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라는 단체의 근거법으로만 범위를 좁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이라는 법명이 채택되고 정부는 최종적인 감독권만을 가진채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중앙과 지회형태의 모습으로 재규정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는 근거로서 작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로써 올해로 공동모금회는 창립 10주년을 맞게 되었고 그간의 성과를 모금과 배분 두 측면에서 살펴보면 아래 <표 1>과 <표 2>와 같다. 즉, 10년동안 개개인과 기업들로부터 모금하고 사회복지사업을 위해 지출한 재원이 약 1조 2-3천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사회복지계 역사에 매우 획기적인 것이며, 이로 인해 수많은 민간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의 활동이 존재하였으며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복지욕구가 충족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2. 개정법안의 문제점
  그렇다면, 이 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몇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법안은 문제인식부터가 잘못 되어있다. 즉, 지금까지 민간모금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가 마치 경쟁체제와 국민선택권 확보가 부재함으로써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제하고 있으나 이미 민간모금시장은 충분히 경쟁적이며 국민은 매일 쏟아지는 각종 기부홍보물에 노출되어있다는 점이다. 10년전 출범시 연간모금액 150억원에서 2007년 2,500억원의 모금액을 기록한 가장 대표적이고 가장 공익적인 기관의 하나인 공동모금회의 지위를 끌어내리고 비슷한 공동모금기관들을 양산한다고 모금액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또한 지난 10년동안 공동모금회의 존재와 함께 다른 여타 모금기관들 역시 모금의 비약적 성장사를 기록하였다는 점도 공동모금회의 존재가 다른 모금기관의 모금액을 구축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표 3> 참조).


둘째, 이 법안은, 전제만이 아니고 그 해법 역시 잘못되었다. 전문모금기관의 승인과 평가 등 감독을 위해 복지부 산하에 전문모금기관위원회를 두고 5년마다 평가한다는 것은 정부가 민간모금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배분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되고 이로써 오히려 모금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란 치명적인 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특히나 해방후 거의 50년간 존재해 왔던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이 그동안 기부금 모집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을 행사한 대표적인 악법으로 성토의 대상이 되어 겨우 2년전에 전문개정된 점을 상기할 때 또 다른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을 부활시키는 악법이 됨으로써 향후 이 법이 통과된다면 수많은 성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 이 법안은 지난 10년간 민간의 자율기구로서 어렵게 성장시키면서 ‘사랑의 열매’를 통해 발전되어온 사회적 자본인 공동모금회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붕괴시키는 우를 범하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10년전 IMF 경제위기에 고통받는 국민들과 이후 양극화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를 촉발시켜 10년간 15배나 모금액을 신장시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큰 잡음없이 배분해 온 공동모금회를 고사시키거나 아니면 길들이기 목적을 지닌 것이라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공동모금회는 현재 중앙본부와 16개의 지회를 통해 우리나라 전체와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경제계, 종교계, 법조계, 시민사회계, 학계 등의 명사들과 전문가들 수천명이 자원봉사의 형태로 결합되어있는 명실공히 순수한 민간자율적 모금 및 배분기관이다.

그러나 이미 잘 알려진대로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산하기관도 아닌 공동모금회의 회장과 사무총장을 사퇴시키려 하였으나 인권위원회가 이의 부당함에 대해 복지부 책임자에 대한 징계권고를 내리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정권의 의도가 관철되지 못하는 등 괜한 우여곡절에 휩쓸렸었다. 이를 상기할 때, 혹시나 현 정부는 코드인사가 관철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분풀이로 아예 공동모금회의 법적 위상을 박탈하고 5년마다 승인권을 통해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전문모금기관들을 대신 거느리는 것을 의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모금문화를 발전시키고 선진국처럼 훌륭한 기부문화와 그 성과가 자리잡기를 염원해 온 그간의 사회적 노력을 완전히 무산시키는 엄청난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넷째, 이 법안은 급조된 탓인지 조악함과 부적절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의 법안 발의 능력을 의심케하기도 하다. 우선 기존의 공동모금회에 적용되던 이사회 및 분과위원회 구성, 모금과 배분에 대한 규정을 향후 수없이 탄생할 모든 전문모금기관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 법안이 매우 비전문적이고 부실한 과정을 거쳤음을 짐작케한다. 이로써 앞으로 국민들은 제각기 운영되는 수많은  또 다른 공동모금회들의 난립에서 오는 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즉, 연말이면 수많은 기관들이 ‘사랑의 열매’, ‘사랑의 꽃(?)’, ‘사랑의 나무(?)’ 등을 내세워 신문 및 TV에 나와 경쟁적으로 기부해 줄 것을 요구하며, 8월 31이면 수많은 전문모금기관들이 일제히 사업공고를 내어 수혜기관의 입장에선 한때만의 배분 폭탄을 맞게 됨으로써 상시적인 사업진행에 차질을 맞게 될 것이다.

또한 이들 전문모금기관들마다 1명의 회장, 3명의 부회장, 12명 이상 각계대표가 고르게 포함된 이사, 그리고 4개분과에 80명 이상의 위원들이 확보된 거대한 조직을 꾸리게 됨으로써 아마도 인력난을 겪는 진풍경까지 일어나게 되어있다. 현행법에 의하면 공동모금회 조직은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후진성과 기부성과의 부진을 탈피코자 법률에 근거하여 확보된 강력한 공신력을 담보하기 위해 매우 엄중하게 이사진 및 분과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규정하고 있으며 모금과 배분에 대한 철저한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발의법안처럼 수없이 탄생할 기관들에게 이러한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요 간섭임에 틀림없으며, 엄청난 혼란만을 가져올 것임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조되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다섯째, 이 법안은 전문모금기관협회라는 옥상옥 구조를 만들어 정부가 재정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이 협회의 회장과 임원, 사무국을 운영하는 데에 국고를 낭비하며 이 기관을 통해 상시적인 전문모금기관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대신하려는 노림수까지 두고 있다. 발의법안의 부대자료에서 적시한 대로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최소한 초기설치에 필요한 임대료 등 2억원, 매년 경상비 3억 7천만원이 소요된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으나 이 정도로 그칠 사안이 아님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재정의 효율성을 그렇게 강조하는 현정부의 근본취지에도 배치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섯째, 발의안은 애초 복지부가 검토단계에서 흘렸던 핵심적 내용인 현행 공동모금회와 같은 세제상의 혜택, 즉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에 대한 전액공제혜택이 빠짐으로써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 애초부터 모든 공익적 목적의 모금기관들에게 적용하지 않고 전문모금기관으로 승인된 곳만 전액공제혜택을 준다는 것도 매우 우스운 발상이었지만, 아마도 경제부처의 반대로 기인한 것이겠지만 그마저도 빠짐으로써 이 법안이 전문모금기관으로 승인된 기관에 도대체 무엇을 지원한다는 것인지 아무런 실체가 없게 되었다. 이 법안 42조에 보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전문모금기관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경영․기술 등의 분야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가 전문모금에 대해 언제부터 기술적 자문을 할 수있는 엄청난 능력을 갖추었는지 우리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결국 이로써 이 법안은 통제는 있고 실질적 지원은 없는 최대의 악법적 요소만을 갖게 되었다.
 
  3. 모금시장의 활성화를 진정 원한다면…
  결론적으로 이 법안은 복지부가 오랫동안 꿈꿔온 대로 차제에 공동모금회를 산하기관화하겠다는 움직임과, 민간재원의 동원으로 국가재정투여책임을 대신하며 동시에 코드인사가 관철되지 않은 기관에 대한 길들이기를 시도하려는 청와대의 움직임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악법이며 졸작이다.

  공동모금회의 탄생과 운영은 하나의 사회적 합의물이다. 이것을 한 의원 개인의 발상에서 깰 수도 없는 것이려니와 더군다나 정부와 정권의 숨은 의도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와해시킬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올바른 해답은 어디에 있는가? 만일 민간모금의 활성화를 원한다면 현재의 공동모금회법을 개정법으로 바꾸는 대신 매우 간단한 답이 있다. 즉, 다른 모금기관들의 세제혜택 수준을 공동모금회 수준이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올려주면 된다. 현재 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경우 개인은 소득의 100%, 기업은 50%까지 소득공제 상한을 설정하고 있으므로 거의 모든 기부액에 대해 면세혜택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녕 정부가 모금을 활성화해야겠다면 이 비율을 모든 경우에 적용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차등적용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운영을 하는 곳에 우대 적용을 하도록 조세특례법이나 소득세법, 법인세법을 고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아울러 공동모금회의 운영 혁신이란 문제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는 없는 문제임을 당연하다. 그러나 그 해법이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정부의 평가에 있다고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각이요 발상이다. 그동안 모금회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존재한 맹점이나 현재 이사회 구성의 문제점, 모금회의 관료화 문제, ‘배분권력’이라 불릴 정도의 배분과 관련된 권한의 비대화 등이 해결되는 방법은 오로지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가 모금회의 운영과 결정과정에 얼마나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느냐에 달려있고 이에 대한 보장장치를 모금회의 자체 개혁과정에서 확보하는 것이 건강한 해법이다. 필요하다면 이런 차원에서 공동모금회법의 부분 개정이 요구되는 바이지, 현재의 전면개정안은 분명 해법이 아니다. 독을 아예 깨버리자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이 결국 사표를 내었다는 우려스러운 소식을 접함에 따라 향후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적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의 공동자산이다. 공동모금회 이사나 직원이 주인이 결코 아니다. 이런 점에서 모두의 지혜가 결집되어야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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