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12-03   1792

[동향 1] 빈곤가정을 위한 찾아가는 가정파견보육사업을 마무리 하면서..

빈곤가정을 위한 찾아가는 가정파견보육사업을 마무리 하면서..
– 가정파견보육서비스 제도 발전 모색 –





 


김지혜
서울여성노동자회 보육코디


“보육사업은 한 가정을 살리는 일입니다.”
“저희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구조해 주는 119. 그런 역할을 해주셨어요.
선생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제가 다시 재기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저를 친정엄마보다 더 많이 이해해주고, 제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있다는게..
참 위안이 되고 그게 마음에 힘이 되더라구요.”


위의 이야기는‘가정파견보육사업’서비스 이용가정의 부모가 보육사업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여성저소득 가구의 경우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부족한 보육인프라 때문에 아이들이 방치되기 일쑤다. 보육부담으로 인해 이들은 임시직과 파트타임, 부업 등 불안정한 고용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저소득 한부모 가구의 증가로 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2008 통계청 여성가구주 가구 비율 22.1%)


이에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는 방치된 저소득층 아동들을 돌봄으로써 신체 ․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부모들은 안심하고 일하여 경제적 자립기반 마련을 도모하고, 일자리가 필요한 중장년 여성들을 전문보육사로 양성하여 취업취약계층인 중장년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일조함을 목적으로 지난 2005년 1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저소득층을 위한 찾아가는 보육도우미 사업’을 전국 6개 지역 여성노동자회(서울, 인천, 대구, 부산, 광주, 전북)에서 시행하여 지난 3년간 456명의 보육사를 양성하였고 505가구 806명의 아동을 돌보았다. 


지난 10월‘가정파견보육서비스 사업’은 많은 성과를 남겼으나 지속되지 못하고 큰 아쉬움 속에 마무리가 되었다. 그 3년간 진행된 사업경과와 그간 사업의 주체로 자리한 보육사, 아동, 서비스이용가정의 변화를 통한 사업의 성과를 정리해 보고 이를 토대로 향후 방향 및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 사업진행


초기 사업목표는 영아 및 야간, 방과후 보육 부담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에 영, 유아 무료 보육도우미를 파견함으로써 실직여성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저소득층에게는 보육부담 경감으로 경제활동에 참여 여건이 개선되어 간접적인 소득지원효과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선순환구조 구축이 목표였다. 그러나 실제 3년동안 사업이 진행되면서 현장의 욕구와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가면서 초기의 목표가 수정, 확대되게 되었다.


1. 사업초기에 보육이란 부모가 집에 없는 시간동안 아동의 안전과 건강을 도모하는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심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면서 아동을 돌보는데 정서, 사회성, 인지능력향상 등 전인적인 돌봄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이에 보육활동에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에 적절한 대응과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문제해결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어 보육사와 전문가가 함께하는 보육특성별(영․유아, 방과후, 장애) 아동 사례관리워크숍을 매월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아동별 맞춤보육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2. 저소득 여성노동자의 경우 경제주체이면서 동시에 양육주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 두가지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이를 위해 서비스이용가족 자조모임을 구성하여 자녀양육에 대한 정보와 고민을 나누게 하고 부모교육훈련 등을 통해 자신과 자녀관계를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보다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이끌었다. 


3. 서비스이용 가구 중 저소득 와중에 채무상환, 질환, 아동장애, 가정폭력, 이혼, 사별 등 매우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어 보육지원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려운 가정들이 있었다. 이에 지역자원을 발굴하여 의료․전문상담․물품지원 등을 통해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4. 가정파견보육서비스는 결국 많은 부분이 보육사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육도우미를 전문직업인으로 양성해야 했다. 초기에는 현장실습을 포함하여 80시간의 신입교육을 실시하고 월례모임, 보수교육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고 이후 신입교육을 144시간으로 확대하여 보육사가 가져야할 윤리와 가치 등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깨닫는 교육들로 구성하여 보육도우미의 전문성을 함양해 나가도록 지원하였다.


이렇듯 2차년, 3차년 사업이 진행되면서 사업목표가 확대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가면서 사업목표와 내용은 초기보다 매우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보육지원 이외에 아동지원, 부모지원, 지역자원연계 그리고 보육도우미 지원 등으로 보육사, 아동, 부모, 지역사회가 모두 사업 주 대상자로 포괄되게 되었다.


▣ 사업 성과


가정파견보육사비스의 성과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가정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P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하여 한부모가 되어 서울로 올라왔다. 당시 일곱 살, 초등학교 5학년인 남자 아이 둘을 데리고 일자리를 구하려니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초수급자가 되어 빨래방(자활근로)→장애아동통합보조원→○○○장학기숙사 조리원으로 일자리를 옮기면서 현재는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수입과 고용조건이 더 나은 현재의 일자리로 옮기면서 지금은 10년짜리 25만원씩 연금저축도 넣고 있고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하고 있다. P씨는 아이를 안 봐주면 정말 힘든데 아이를 봐주니까 마음이 안정되고 일을 잘 할 수 있음을 몇 번씩이나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더 아이를 돌봐주면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진짜 여성가장이 되어 혼자 살아가면서 혼자 헤쳐나가는 건 정말 힘든데 아이를 돌봐주니까 보육사님이 오셔서 아이를 돌봐주시니까 마음이 안정되고 마음이 안정되니 더 나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생활이 좀 더 안정되어 가고, 조금씩 저축도 늘여가고 조금씩 돈이 모이는 것을 보면 아이들 하고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처럼 가정파견보육사업은 첫째, 보육문제 해결로 저소득 및 여성한부모 가정의 경제활동 참여 여건을 개선하여 경제적, 사회적 자립기반을 마련하고, 보육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저소득층 경제적, 사회적 자립을 촉진시켰다. 둘째, 보육 사각지대의 저소득층 아동에게 보육서비스를 제공하여 건강한 아동발달과 성장에 기여함으로써 아동복지권을 실현하였다. 셋째, 교육을 통해 실직여성을 전문가정보육사로 육성하여 중장년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였다. 넷째, 복합적인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는 저소득가정에 지역자원 연계를 통해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가족통합에 기여하였다.



▣ 향후 방향 및 정책제언 


현재 가정파견보육서비스가 공공정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사업은 보건복지가족부 아이돌보미 사업이다. 이 사업은 긴급 ․ 일시적인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시간제로 파견하여 현장의 욕구와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게 때문에 가정파견보육서비스 제도가 발전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 가정파견 보육사업을 3년간 진행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방향모색 및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1. 포괄적 보육서비스 제공을 통한 가족지원이다. 가정파견보육서비스는 가정으로 직접 파견되어 1:1로 아동을 돌본다는 점에서 시설 중심의 보육서비스와는 차별되는 가장 큰 특징을 갖는다. 이는 사업의 주대상자가 아동뿐만 아니라 부모를 포함하여 넓게는 가족 전체가 다 해당된다는 것을 뜻한다. 즉 가정파견보육서비스는 가족지원까지 담당하게 되므로 보육지원만이 아니라 가족관계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부모들의 자조모임 운영 및 사례관리를 통한 지역자원 연계 등 훼손된 가족기능을 복원, 강화하고 가족 통합을 위한 사업을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보육사의 자격기준을 마련하고 전문성을 함양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가정보육사를 전문직업인으로 양성하여 이에 걸맞게 대우하는 것이다. 특히 돌봄노동에 대한 평가절하와 정당한 대우가 여전히 과제인 지금 가정보육사의 노동자성을 분명히 인정하여 유급휴가, 4대 사회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등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괜찮은 일자리로 창출해 나가야 한다.


3. 가정파견보육서비스 제도 설계 시 지원범위와 대상의 문제인데 가정파견보육서비스는 시설보육만으로 보육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는 장애아, 병아 등을 위한 취약보육의 대안으로 자리 매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중점사업대상이 저소득, 한부모, 맞벌이 가구 등 일정 소득 이하인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저소득 가구에게는 보육서비스 이용료를 일정 부분 지원하여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이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부모 모두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조건으로 할 필요가 있다.


4. 가정파견보육서비스는 서비스 제공기관을 사회적 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파견보육서비스의 서비스 질은 결국 가정보육사의 질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가정보육사의 보육철학과 마인드가 사업 성공의 관건인데 이에 걸맞는 조직형태 중의 하나가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일하는 사람들이 기업운영의 주인으로서 책임을 지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적기업을 통해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의 질을 높여가는 등 사회공익적 역할을 높여가는 것이 이 제도발전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5. 이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누구나 부모 혼자의 힘으로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작은 동네를 기반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육이 이루어지도록 보육공동체를 활성화하여 공동체의 힘으로 보육의 일정부분을 해결해나가는 것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가정파견보육서비스는 보육공동체 인프라로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가정파견보육서비스 제도가 발전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과 방향을 살펴보았는데 무엇보다 이 서비스가 발전되기 위해서는 저소득 가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보육서비스를 이용했던 어떤 분이 하신 말씀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렸을 때 엄마가 일을 나가셨는데 여섯 살인 본인이 세 살 동생을 돌보며 엄마가 돌아오시길 기다렸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한다. 그래서‘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애를 놓고 일 다니지 말아야지’생각했는데 지금 그 일이 본인의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동생이 쫓아가면 따라오지 못하도록 뒤돌아보며 돌을 던지며 일을 가고 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고 한다.
엄마도 직장 생활을 했었어요. 근데 엄마가 인천으로 오면서 식구가 6남매거든요. 우리 친정이 그러니까 아버지 혼자 목수 일을 해서는 될 수가 없어요. 엄마도 회사를 다니셨는데 제가 6살이고 내 동생이 3살일 때 놓고서 엄마가 가신 거예요. 근데 어쩔 수 없죠. 근데 저는 어릴 때 동생하고 있으면서 무서웠어요. 집에 있으면 애들은 상상력 때문에 그런지 바로 뭐가 튀어나올 것 같고 그래서 꼭 바깥에 부엌문 있는 쪽에 밖에서 이렇게 보고 밖에 앉아있고 밖에 사람들 왔다갔다하고 거기 앉아 있고 엄마 기다리다 잠들고 그랬는데 그때는 동생이 엄마 보고 싶다고 울고 그러면 달래다 저까지 울고 막 그런 생각이 나요. 근데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도 애를 놓고 일 다니지 말아야지 했는데 지금 제 일이 됐잖아요. 얘네들은 봐줄 사람이 있으니까 축복받은 애들이에요. 어떻게 보면……(생략)
저는 이 사업이 공동모금..거기서 참 큰 사업..엄청 어마어마한 사업인데 그렇게 하셨잖아요. 근데 이거를 솔직히 나라에서 해줘야 되는데…참..그게 문제에요. 여자들이 거의 50%이상 직장여성인데 여자들 같은 경우에는 나가서 일하고 싶은데….돌 던지고 동생이 쫓아가면 돌 던지면서 가시고 그랬던 게 생각이 아직도 나요.


그러므로 이제는 일자리 불안과 양육 불안에서 벗어나 일하고 싶은 저소득 가구를 위해, 부모가 없는 시간동안 홀로 남겨져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동을 위해,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장년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가와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가정파견보육서비스 제도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 참고문헌


서문희 외 (2007). 취약보육 대안 마련을 위한 저소득가정 영유아 보육실태조사 보고.
한국여성노동자회 ․ 육아정책개발센터
서문희 외 (2008). 저소득층 보육도우미 파견을 통한 사회적일자리 지원사업 효과성 연구
한국여성노동자회 ․ 육아정책개발센터
2008. 가정내 아동돌봄 서비스 제도발전 모색 전문가 워크샵 자료집. 한국여성노동자회
2008. 저소득층 보육도우미 파견사업 3년 보고자료집.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