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12-10   1670

[심층4] 자활지원체계 개편방향에 대한 제안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들어가며

  이제 자활사업에 대해 그 문제점을 비판하고 성과를 포장해야 할 단계를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지나칠 정도로 위축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자활사업에 그 취지에 맞는 위상을 부여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10년간의 실험을 통해 <보장중심 전략>과 <취업중심 전략>이 모두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점은 그 필요성을 여실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것은 자활사업에 근로빈곤층 전체를 대상으로 소득보장과 취업․창업지원 그리고 근로인센티브를 유기적으로 연계시킨 제도로서의 위상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의 정책실험이 주는 시사점

  지금까지 자활사업은 마치 근로능력이 미약한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활근로사업처럼 인식되고 있으며 그렇게 운영되어 왔지만, 이는 <보장중심 전략>이 강제했던 명분에 의해 왜곡된 것이었다. 근로빈곤층 문제는 취업자와 미취업자 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미취업자만을 대상으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미취업자에 대해서는 초기상담을 통한 고용․복지서비스의 유기적 연계, 기초직업능력판정을 통한 효과적인 취업지원 프로그램 연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취업자의 취업상태 및 소득상태 변화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래서 복지제도에 안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성과가 반감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지금 자활사업이 직면한 문제인 것이다. 기초보장제도의 성과가 크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재 근로능력자에 대한 취업상태와 소득상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고, 그로 인해 보충급여방식이 온전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근로인센티브의 확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통합급여가 주는 ‘상대적’ 편익이 취업과 탈빈곤을 저해하고 있으며, 자활사업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는 점 또한 직시해야 한다. 기타 복지제도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옳다. 하지만 설사 지난 10년간의 속도로 복지지출을 확대하더라도 앞으로 10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빈곤정책의 존재이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근로빈곤층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장중심 전략>을 수정해야 할 이유이다.
  위와 정반대의 논리에서 <취업중심 전략>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사회에서 근로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취업이 탈빈곤을 약속하지 못하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취업을 강화하더라도 추가적인 소득보장이 없이는 근로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각국의 근로빈곤층 지원정책에서도 여실히 확인되고 있는 사항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근로빈곤층을 지원대상으로하는 각종 취업 및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왔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소규모 사업이었을 뿐 아니라, 소득보장 프로그램과 단절된 또 다른 극단적인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들이 단기적으로는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다. 취업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빈곤층이 아닌 일반계층을 지원하면 프로그램의 성격이 불분명해지고 재정투입의 우선순위도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근로빈곤층을 주요 지원대상으로 하면 취업성과가 낮아지고 재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사실상 생계급여나 다름없는 인건비 보조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취업중심 전략>의 퇴행을 보여주는 것이며, 소득보장 프로그램을 보다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위의 두 전략이 극단적이라면, <재정적 인센티브 중심 전략> 또한 극단적이다. EITC 또는 근로장려세제로 불리는 <재정적 인센티브 전략>은 내용적으로는 취업빈곤층 대상 생계급여를 대체하는 또 다른 소득보장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강점은 <보장중심 전략>과 달리 취업빈곤층에게 인센티브를 집중하여 실직빈곤층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강화함으로써 노동공급을 촉진할 수 있으며, <취업중심 전략>이 안고 있는 고비용․저효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에 경도되는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근로빈곤층의 직업능력을 키워 더 나은 일자리로 진입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소홀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정책만을 확대하는 것은 중산층을 위해 저임금으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근로빈곤층을 양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재정적 인센티브 중심전략>이 소득보장보다 인센티브로서의 기능에 천착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활지원체계 개편과 관련된 제안

  우리나라의 근로빈곤층 지원정책을 온전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난 10년간 보여왔던 극단으로의 경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장중심전략 → 취업중심전략 → 인센티브전략>으로의 경도를 통해 경험했던 시행착오에서 시사점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소득보장․취업지원․인센티브>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종합적인 근로빈곤층 지원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또 하나의 거대한 제도를 탄생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제도가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각 제도를 개편하자는 것이다.
  먼저 단기적으로 자활사업을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제도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 기초보장제도를 노인․장애인 대상 지원제도와 근로능력자 대상 지원제도로 분리하여, 근로빈곤층의 자립을 촉진할 수 있도록 소득보장과 취업지원 간의 연계를 강화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근로능력 수급자에 대한 관리체계를 합리화하고, 분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소규모의 취업 및 창업지원 프로그램 통합하는 수준의 개편을 의미한다. 전자는 현 제도가 안고 있는 행정적 관리에 있어서의 비효율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이 있고, 후자는 법적 근거가 없는 소규모 취업 및 창업지원 프로그램 간의 중복과 충돌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세 가지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 첫째, 취업수급자에 대한 취업상태 및 소득상태 변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근로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둘째, 근로빈곤층에 대한 근로능력 및 직업능력 판정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참여자의 욕구와 능력에 맞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근로빈곤층 중 상대적으로 취업능력이 높은 집단에 대한 <취업중심 전략>과 취약집단에 대한 <교육중심 전략>을 차별화하면서도, 개별 참여자에게 노동부와 복지부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보다 유연하게 제공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취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소득보조 기능을 확대하고, 재정일자리사업에는 참여자의 노력에 따라 소득이 증가할 수 있도록 성과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저조 문제를 해결하고, 재정일자리사업이 안고 있는 장기체류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근로빈곤층 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단기 개편방안




  이어 중기적으로는 근로빈곤층 지원제도를 중심으로 욕구별 급여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기초보장제도 도입이후 현재까지 계속되어 왔던 <통합급여 vs. 개별급여 논쟁>을 일단락 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노인․장애인에 대해서는 현재의 통합급여체계를 그대로 유지해도 무관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선정과 급여 관리의 어려움이 큰 근로빈곤층 을 대상으로 욕구별 급여제도를 먼저 도입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노인과 장애인에 대해서는 보편적 소득보장체계로의 길을 트고, 근로빈곤층에 대해서는 욕구별 급여를 확대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단계적으로 탈수급을 촉진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기초보장제도를 중심으로 복지급여를 상향조정하는 전략보다 복지급여의 대상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현금급여보다는 현물급여와 사회서비스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근로빈곤층의 특성을 감안할 때, 사각지대 집단 중 상당수는 생계급여보다 <교육, 의료, 주거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처럼 욕구별 급여를 도입하는 경우, 지금까지의 탈수급 전략은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기초보장제도로부터의 탈수급이라는 <도약 목표>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낮은 탈수급율)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외국 공공부조제도에서처럼, <생계급여로부터의 탈수급>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목표가 설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욕구별 급여를 통해 근로빈곤층에 대한 <근로소득과 복지급여의 결합> 원칙이 유지되면서도, 현금급여에 대한 의존성을 완화시키고, 기초보장제도 수급자격으로 인한 각종 저소득층 지원의 집중 문제 또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근로빈곤층 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중기 개편방향





열려진 토론을 기대하며

  위에 언급했던 개편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공론화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빈곤정책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발전방향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고, 구체적으로는 <선정기준․급여와 인센티브․취업지원 프로그램․전달체계> 개편과 관련된 세부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마련된 개편안 또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차원에서는 제도개편에 따른 논쟁을 소모적으로 인식하기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개편방향과 구체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면의 한계로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 힘들었고, 이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촉발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이 제안이 갖는 도발성과 미숙성의 문제 또한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제안이 구빈법을 되살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로능력자 구분이 불가능하다거나 외국에서 이러한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최선을 주장하지만 사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연구자나 정책결정자 모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 또한 지적하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다른 특성을 갖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제도개편이 근로빈곤층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보다 개방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였다. 보다 적극적인 토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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