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12-20   1944

[칼럼] 이제 바야흐로 복지정치가 시작되었다 –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

이태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꽃동네대학교 교수

서울을 사람에 투자하는 복지도시로, 토건시장이나 전시시장이 아니라 복지시장이 이끄는 한국의 수도로 만드느냐 아니냐의 대회전이 치루어졌고, 결과는 시민의 현명한 선택으로 끝났다.
 

 

이 결과를 단순히 복지발전에 대한 시민의 기대감이 높아졌다거나 복지의식이 고양되었다거나 앞으로 서울의 복지발전을 통해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웬지 2% 부족한 느낌이다.
 

 

결국 현재의 이 흐름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으로, “바야흐로 한국의 복지발전사 또는 정치사에 복지정치(welfare politics)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고 이것이 핵심이다.
 

 

언제 한국에 복지정치가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는가? 복지는 정치의 영역에서, 그 곳에서 활개치는 정치인들에겐 하나의 정치적 수사(修辭), 즉 레토릭에 불과하였다. 물론 1997년 대선이나 2002년 대선에서 대선주자들 사이에 복지에 대한 결이 다른 점이 있긴 했다. 그러나 복지정책의 차이가 대선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우며 메인 이슈가 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해 치러진 6.2 지방선거부터 선거의 최대 핵심은 무상급식으로 대변되는 보편적 복지와 이에 반대하는 선별적 복지였고, 마침내 당선된 자들 중 의미있는 다수가 보편적 복지의 주창자였으며, 당선 결과는 지방정부의 정책기조에 있어 복지중심으로의 거대한 전환이 이어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의지의 박약이나 여건의 불비로 획기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에 대해 명목적으로 수용하고 유권자들에게 이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는 것은 확인되고 있다. 또한 몇몇 지자체에선 복지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또 다시 쐐기를 박는 사건은 지난 8.24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였다. 복지와 관련된 단일 이슈로 정책투표가 일어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비록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 그러나 대한민국의 수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공간에서 천만 인구에게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단일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는 정치적 과정은 또 하나의 복지정치의 진전이었다.
 

 

복지정치의 구도가 잡혔다는 점에서는 그 결과는 부차적인 문제지만, 어쨌든 그 결과에 있어서도 보편적 복지의 진전에 유리한 고지가 점령되었고, 오세훈 당시 시장의 고뇌에 찬(?) 결단에 따라 10. 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이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록 나경원후보 역시 복지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찬동의지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이 보궐선거의 양 후보자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이미 ‘복지’서울과 ‘비복지’(반복지는 아니라하더라도)서울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마침내 당선된 새시장의 첫업무는 무상급식 전면확대 서류에 싸인을 하는 것으로 복지서울에 대한 기대감을 여실히 충족하였고, 이어 토건사업의 전면 재고, 복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 복지시장으로서의 선언, 복지는 시민의 권리라는 언명 등 연일 복지서울을 향한 사자후를 토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복지정치가 한국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생생히 확인하고 있는 요즈음의 친 복지진영은 이러한 새로운 기류와 현상에 있어 더욱 공고한 기반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복지정치는 단순히 정치인들이 복지를 주요 의제로 내걸고 정치적 선거과정을 통해 이것들이 실현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즉, 이렇게 정치의 장에서 복지가 주요의제가 되기 위한 그 사회적 기반이 명확히 형성되어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사회적 동력이 시민사회 내에 착근되어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시민사회 내에 복지국가를 위한 공고한 기반의 구축. 이를 통한 복지정치 작동 과정에 친복지 정치인들의 배출과 복지확대에 대한 압박, 정책패키지의 수립과 실현에 대한 참여와 견제,,,,, 등등의 역할이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지역사회라는 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필수적이면서도 긴급한 일로 인식된다. 중앙정치를 둘러싼, 아니면 겨우 서울권에서만 작동하는 복지정치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미 복지정치의 불은 지방정치를 중심으로 불붙었고, 끝내 지역사회의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의식적 변화와 선택이 대한민국 전체의 변화와 선택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지방정치를 통해 불붙은 현 시점에서 지역 중심의 복지기반을 만들어 내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복지정치의 출발도 지역 사회 내의 시민이고, 복지정치의 끝도 지역 사회 내의 시민임을 인식하며 복지운동의 새로운 좌표를 읽어내야 한다. 그것이 2012년 또 다시 거세게 작동할 복지정치만이 아니라 그 너머를 바라보며 친복지진영이 해야 할 일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