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2-01-05   2607

[심층분석1] 기초노령연금 개혁 논쟁: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I. 머리말

  

18대 국회 연금제도개선 특위의 시한은 12월 말이다. 다음 총선까지 불과 네 달이 남아있다. 기초노령연금제도 도입 직후에 시작된 이번 국회는 이에 관한 제도 개혁 과제를 안고  시작되었지만 결국 이에 관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시효가 만료되고 있다. 물론 특위에서 제도개선 논의는 있었지만 이조차 2008년에 바로 시작되지 못하고, 2011년에 와서야 이루어졌고, 그나마 논의로 그칠 공산이 크다.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오랜 논쟁거리였던 국민연금개혁 성사를 위해 먼저 서둘러 도입된 결과, 정부는 정부대로 또 국회는 국회대로 일단 쟁점 사항들은 회피한 채로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결과 여러 가지 개혁 과제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이는 한미 FTA 등으로 인한 국회 공전 때문이 아니다. 기초노령연금 제도 개선 문제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에도 국회의 주요 의제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제도개선특위는 2011년에야 만들었졌고, 그나마 8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소집되지 않았다. 복지부가 제도 개선 임무를 부담스러워한다 치더라도 의회가 첨예한 제도개선 논쟁에 개입하길 거부하는 것은 임무 방기라 할 수 있다. 한국 국회는 사회적 균열과 갈등을 정치 안에서 발현시키고 조정하며, 그 결과 제도개선을 도모한다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회피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제도개선의 논점은 다양한 수준으로 존재한다. 가장 핵심적인 논점은 노인 중 소득 하위 70%(실제로는 66-67%)에 대해 A값의 5%를 제공하는, 낮은 수준의 애매한 소득보장을 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소위 보편적 기초보장 혹은 수당제도로 발전시킬 것인가, 아니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노인 대상의 공공부조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후자로 이해된다. 복지부는 초기에는 수급범위를 노인 인구의 60%, 50%, 40% 등으로 줄이는 안을 내놓았다가, 최근에는 최저생계비의 일정비율을 기준인정소득으로 하여 수급범위를 자산조사를 통해 저소득 노인으로 제한하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논점에 대한 답을 내오기 위해서는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비롯한 공적 노후소득보장에 관한 포괄적인 고민을 필요로 한다.
한편 좀 더 실용적으로 접근하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해결했어야 하는 구체적인 제도개선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60%대에 머물고 있는 수급노인비율을 규정된 수준으로 올리는 것, 수년 째 A값의 5%로 고정되어 있는 연금급여액 인상, 재원의 국고보조 비율 인상 등이 그것이다. 특히 법률 제 8385호 기초노령연금법 부칙에서 연금액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A값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인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연금급여액이 수년 째 A값의 5%에 머물면서 수년 째 인상을 위한 아무런 단계도 밟고 있지 못한 것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기초노령연금법 4조에는 국회 제도개선특위에서 연금지급액 상향 조정의 시기, 방법, 소요재원 대책 등을 논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연금구조에 관한 중기적 개혁 쟁점과 최소한의 제도개선 양자 모두 중요하지만 양자 모두 방치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연금급여액 인상, 대상자 확대 등을 요체로 하는 기초노령연금제도 개선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함으로써 기초노령연금 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이어서 기초노령연금 제도 개혁의 두 가지 경로 중 특히 공공부조로의 전개가 갖는 문제점을 설명한다. 이어서 지금 필요한 제도개선 내용을 몇 가지 서술한다.

 

 

 

II. 왜 기초노령연금제도의 확충이 필요한가?

 

 1. 광범위하고 극심한 현세대 노인빈곤

기초노령연금제도 개혁이 필요한 가장 강력한 이유는 지금 한국 노인의 빈곤문제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극심하기 때문이다. 즉, 바로 지금 현세대 노인을 위한 공적 노후소득보장 장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노인빈곤률(기준: 중위소득 50%이하)은 무려 45%에 달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는 OECD 평균 13.3%의 세배에 달하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노인빈곤률 31% 수준인 2위 아일랜드와도 격차가 크다. 노인빈곤률이 가장 낮은 국가들인 뉴질랜드, 네덜란드, 캐나다가 비교적 잘 갖춰진 기초노령연금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세대간 자원분배에서 노인이 한국사회에서 극심한 소외를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빈곤 위험도는 50대 중반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노인기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아진다. 이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우며, 한국사회의 자원 분배가 상당 기간 동안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대규모로 투여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OECD 국가들에서 지난 몇 십년에 걸쳐, 소위 복지국가의 후퇴기에도 노인 빈곤이 꾸준히 감소되어 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지국가의 연금제도 축소 조정 사례들은 과거에는 국민연금 감축 주장의 근거로 동원되었고, 다시 최근에는 기초노령연금 확충을 반대하는 근거로 동원된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연금개혁은 세대간 자원 분배 및 빈곤률 분포에서 전혀 다른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소위 복지국가 축소의 시대에도 이들 사회는 노인 소득보장에 상당한 자원 투여를 계속해왔으며, 그 결과 꾸준히 노인빈곤률을 낮춰왔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컨대 한국에서 노인 다수는 공적 소득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자원 분배의 조정이 필수적이다. 현세대 노인빈곤에 대응하는 최선의 조치로 기초노령연금제도 확충을 통한 공적노후소득보장의 확대는 필수적이다.  

 

 2. 공적연금제도의 미비함: 미래 노인빈곤 예방의 실패

노인빈곤은 지금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에도 상당 수 노인은 빈곤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노동시장의 불안정화와 주요 노후빈곤 예방 장치인 국민연금제도의 대응상의 한계에 기인한다.
국민연금제도의 미래 보장성의 핵심은 소위 사각지대 문제이다. 사각지대 개념은 보험료 납부가 이루어지지 않는 집단뿐만 아니라 충분한 급여액 확보가 어려운 집단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즉 비수급과 저급여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넓게 이해해 볼 수 있다. 양자는 물론 밀접히 관련된다. 우선 낮은 대상포괄률 문제부터 살펴보면, 현재의 낮은 국민연금 실질가입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 총가입자는 2011년 5월 기준 1,953만 명이며 이 중 지역가입자가 858만 명에 달하는데 그 절반에 달하는 494만 명이 납부예외 상태이다. 여기에 미납자

까지 더하면 가입자 수는 더욱 적어진다. 국민연금은 형식상 모든 경제활동인구를 포괄해야 하지만, 이용하(2010)에 따르면 총 가입자중에서 납부예외자 및 미납자를 제외한 국민연금의 실질가입자는 2010말 기준 1,270만명에 불과하여, 15세 이상 민간부문 경제활동인구의 53%, 20~64세의 전체인구의 40%에 불과하다. 미국의 OASDI는 경제활동연령대 인구의 약 88%를, 독일 국민연금은 약 70%, 캐나다 국민연금은 78.3% 가량을 포괄한다. 납부예외 상태인 지역가입자 중 다수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거나 영세자영업자로서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이렇게 국민연금의 낮은 대상포괄 문제가 이렇게 유연화되는 노동시장 구조와 기여와 급여를 연계시키는 사회보험제도의 한계로부터 비롯된 구조화된 문제라고 할 때, 일시적인 가입률 제고 노력으로 대상포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입률 문제는 결국 이후 수급률 문제로 나타난다. 일단 현 수급률 문제를 먼저 지적하면 기초노령연금을 제외한 공적연금수급자의 규모는 상당히 적은 편으로서,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자는 2010년 기준 26.67%에 불과하다.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를 합쳐도 수급률은 30.5% 미만이다. 즉, 노인빈곤률이 45%에 달해도 지금 소득비례연금인 국민연금은 사실상 유효한 대응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급률 문제는 국민연금제도의 미성숙과 관련되어 있지만 앞서 설명한 가입률의 한계로 인해 미래 수급률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국민연금제도가 충분히 성숙하고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2030년 경에도 국민연금 수급률은 약 40%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 노령연금 및 장애연금 수급률은 2030년이 되어도 40.4%, 2050년이 되어도 63.8%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국민연금운영개선위원회, 2008). 이렇게 미래에도 지속될 수급률 제약의 핵심은 사회보험 방식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낮은 기여율이다.
고용상 지위의 불안정 등으로 인한 가입기간 단축은 급여 수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의 현재 급여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아래 <표 4>가 보여주는 것처럼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은 2008년 가입자 평균소득의 9.5%에 불과하고, 제도가 상당히 성숙한 2070년에도 실제 소득대체율은  15-16%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 세대 이상이 지나도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빈곤탈출을 가능케 하는 최소 수준인 평균소득의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유지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 경우 대다수 국민연금 수급자는 국민연금 급여만으로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요컨대 국민연금제도가 사회보험 방식의 소득비례연금에 기대되는 빈곤예방 기능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소득비례연금이 독자적으로 빈곤예방 기능은 물론 최소한의 보장조차 하기 어렵다면 이를 보완하는 기초적인 보장제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즉, 보통 국민들에게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중층적인 보장이 반드시 필요해지는 것이다. 물론 현세대 노인 중 일부(약 15%)는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모두 받고 있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 급여는 9만원이며, 국민연금 평균급여액은 A값의 10% 미만인 약 18만원으로 두 연금을 모두 받는 경우에도 27만원에 불과하다.  

 

 3. 노후소득보장의 재원 다변화가 필요하다

향후 한국사회 노후소득보장을 위해서는 노동소득에 부과되는 사회보험료 뿐만 아니라 조세 재원의 유입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 노동소득 분배율(자영소득을 제외한 분배율)은 1998년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하락하여 2010년은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였다(강두용, 2011). 이는 전체 고용량의 저하, 노동시장 불안정화에 따른 고용의 질 저하, 임금상승 부진 등으로 인한 것이다.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업, 서비스업 등의 비중이 커지는 산업구조의 변화 역시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이후부터 노동소득 분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것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변화로 판단된다.
이런 이유에서 증가하는 노인인구의 노후소득보장 재원을 노동소득만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보험료만을 통해 조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적 노후소득보장 전체를 사회보험 방식의 국민연금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그 보장수준을 현격히 낮추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다. 금융소득, 소비 등에 부과되는 다양한 세수에 의지할 때 적절한 수준의 공적 노후소득보장이 가능하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아직 직접세 증세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부가세와 사회보장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부가세는 한국이 4.3%이고 OECD 평균이 6.7%, 사회보장세는 한국이 5.9%이고 OECD 평균은 9.4%이다. 법인세도 계속적인 감소 결과 상당한 인상 여력이 있다. 이에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을 위해 부가가치세 인상 등 다양한 모색을 할 여지가 있다. 이에 조세 재원 기초노령연금의 축소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재원 다변화라는 면에서도 그 역할을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III. 공공부조 방식의 선별적 기초노령연금제의 문제점

  

앞서 언급한 노인빈곤 문제 및 노동시장 구조 변화로 인해 사회보험제도의 한계가 장기화되는 상황 등으로 볼 때 기초보장의 역할 확충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놓은 주요한 정책대안은 기초노령연금의 역할을 중장기적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이런 방안이 갖는 문제점을 살펴보자.

 

 1. 선별적 기초노령연금제의 내용

보건복지부에서 최근에 내놓은 선별적 기초노령연금제로의 개편 방안은 수급기준 소득인정액을 최저생계비(2011년 기준 1인 53만원)의 일정 비율로 설정하여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기준은 1인가구는 최저생계비의 140%(2011년 74.6만원), 부부는 160%(119.3만원)를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 경우 시행 초기에는 오히려 재정 소요액이 늘어나지만 중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근거는 특히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등의 수급률이 높아지면서 미래세대 노인의 소득과 자산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 선별적 기초노령연금제 비판

1) 선별적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기반을 침식한다. 
보건복지부의 선별적 기초노령연금안은 국민연금 수급자를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에서 점차 배제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이유로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국민연금 가입자의 예상 연금액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특히 중위소득 이하 소득자는 국민연금을 통해 적정 급여 보장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포기하고 기초노령연금 급여를 받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즉, 중저소득층,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국민연금 가입 유인이 현격히 약화될 수 있다.
조세방식의 기초노령연금과 기여방식의 국민연금제도가 중층적인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기여방식인 국민연금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2007년 제정된 기초노령연금법에 의하면, 2028년까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10%까지 기초노령연금액을 인상하도록 되어있다. 평균소득자 국민연금 급여액의 소득대체율이 대체로 15-16% 수준이라면 비기여에 의한 기초노령연금이 수익률이 더 높다. 가뜩이나 노동시장 불안정화, 지하경제 등 다양한 기여 회피 통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초노령연금의 공공부조화는 국민연금제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이는 결국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을 약화시킨다.

2) 빈곤층에게 집중해도 기초노령연금 급여액은 낮을 수밖에 없다
기초노령연금을 공공부조 형태로 재편한다고 할 때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재원을 집중하여 수급 노인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급여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공공부조식 기초노령연금 급여액을 노인빈곤을 막을 정도로 높이기는 어렵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낮다는 것과 관련된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가운데, 이를 보완하는 관계로 설정된 기초노령연금 급여수준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여 연금인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이 낮을 때, 무기여연금인 기초노령연금이 주로 국민연금 미수급자에게 지급된다면 국민연금제도의 구축 효과가 커지게 된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존립을 고려한다면 기초노령연금 급여수준은 최소 수준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예정된 2028년까지의 A값의 10%로까지의 인상으로도 공공부조 방식의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존립기반을 침식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이유에서 역으로 기초노령연금 급여를 가능한 한 느린 속도로 인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앞으로 20여년 간 급여인상을 자제한다면 그 기간 동안 극심한 노인 빈곤 문제에는 어떤 수단으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인가?

3) 빈곤노인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 비용을 숨기지 말라. 
이렇게 최저수준을 밑도는 공적노후소득보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낮은 수준의 소득보장을 저소득 노인 대상의 주택 바우처, 사회서비스 등과 같은 현물급여를 부가하여 해결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는 복지에 관한 현금지출을 줄이고 사회서비스 지출을 늘리자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첫째, 사회서비스 급여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에 대해서는 일체 말하고 있지 않다. 특히 최저수준에도 못 미치는 부족한 현금급여를 메우기 위한 것이라면, 그 현물 급여의 범위는 상당히 포괄적이 될 수밖에 없다. 주택 바우처 등 사회서비스 제공 역시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현금급여를 무조건 삭감하자는 주장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둘째, 최근 한국의 사회서비스 대부분은 바우처 등으로 수급자에게 사실상 소득 지원을 하는 형태이다. 즉, 사회서비스 바우처는 용처가 지정된 현금급여와 유사하다. 결국 사회서비스 지원으로 낮은 연금액을 보충하자는 주장은 결국에는 현금급여의 확충으로 귀결된다.  사회서비스 확충을 현금과 대비되는 대안으로 언급하는 것은 지금의 제도 발전 경로에서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셋째, 노인에 대한 사회서비스 급여의 종류와 대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한국 복지국가 발전 전망과 관련된 중요한 별도의 논의를 필요로 한다. 빈곤노인에게 제한된 현물급여를 제공하자는 주장은 사회서비스의 중요 노선 결정, 즉 보편화냐 선별화냐에 관한 중간 논의를 결여한 것이다. 사회서비스 확충 필요성은 물론 존재하나 이것이 현금 급여, 그것도 공공부조식 급여을 대신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떤 정당성도 찾기 어렵다.
4) 소득 및 자산조사는 다양한 문제를 수반한다.
소득 및 자산조사의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다. EITC 등 도입 이후에도 한국에서는 항상 소득파악 문제가 이슈가 된다. 특히 노인 대부분에 대한 광범위한 소득 및 자산조사의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다. 게다가 공공부조에 항상 뒤따르는 부정수급 시비는 제도의 정당성을 저해한다. 게다가 복지부의 최저생계비 기준은 소득 변화에 따라 자동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며, 정책적 의도에 따라 조정될 여지가 있다. 게다가 소득수준에 따른 수급노인과 비수급 노인의 분할 또한 예기치 않은 사회적 비용을 가져올 수 있다. 보편적 수당은 노인빈곤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대책이자 성, 고용형태 등에 따른 노후소득 불평등을 넘어서서 사회통합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단 급여를 보편적으로 지급한 후 국세청 소득자료를 통해 clawback하는 것이 훨씬 행정적으로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며, 효율적이다.

 

 

VI. 맺음말

  

제도의 장기적 경로 형성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를 논의과제로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수행해야 하는 과제는 분명 존재한다. 게다가 장기적 논의를 담보로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최대한 유보하는 태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노령연금 급여액 인상이다. 기초노령연금 도입시 초기 A값의 5%인 급여 수준 등을 점진적으로 A값의 10%까지 상향 조정하기로 한 바 있다. 여태까지 미뤄놓은 기초노령연금 급여 인상을 원래 스케쥴대로 수행한다면 급여 소득대체율은 당장 A값의 5%에서 6%로 올라간다. 이를 향후 두 해에 걸쳐 0.75%씩 인상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의회에서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둘째, 막연하게 2028년까지 급여액을 A값의 10%로 올린다는 지침이 아니라 기초노령연금 급여의 정기적 인상을 위한 지침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즉, 소득대체율을 정기적으로 자동적으로 올리는 스케쥴을 만들 필요가 있다. 급여액을 올릴 때마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된다. 셋째, 기초노령연금급여인상과 함께 국고부담 비율을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재정능력이 취약한 지방정부에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소득보장제도의 부담을 지나치게 부과하는 것은 저절치 않다. 60-100% 사이로 중앙정부 부담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
바로 지금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하면 좋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회의 국민에 대한 약속을 준수하는 것이자, 노인빈곤이라는 사회적 대처가 절실히 필요한 문제에 대해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문제이다. 연대는 파괴되고, 개인과 사회의 불안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노인의 삶의 문제에 대한 안이한 대처는 개인의 삶과 사회 모두를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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