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2-01-05   2765

[동향2]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이찬진 | 변호사

  지난 10월 30일 대법원 1부는 “부양의무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60대 권 모씨가 대구 달서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구고등법원이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가 명백히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요건에 해당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것에 대하여 달서구청장이 제기한 상고를 “원심판결이 정당하다”며 기각하였다. 이번 판결은 ‘부양의무가 기본적으로 가족에게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실제 부양받지 못하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이 있는 수급권자에 대하여 국가가 기초보장급여를 실시하여야 하고,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에 대하여는 필요에 따라 사후 보장비용을 징수하여야 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취지와 정신을 사법적으로 확인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로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른 대통령령 제5조 제4호에 의하면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를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의미에 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따라서, 사실상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기피당하거나 거부당하고 있는 노인가구의 경우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 당연히 시`군`구로부터 기초보장 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장관은 매년도 발표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에서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경우를 ㉠생활실태로 보아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하여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 ㉡실질적인 가족관계의 단절상태에 있거나,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수급권자가 부양을 받을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양자, 양부모 등 혈연관계가 아님을 이유로 부양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일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대부분 이와 같은 지침을 형식적으로 적용하여  법률상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있는 경우(현재 부양의무자 가구의 실제 소득이 수급자 가구와 부양의무자 가구의 각 최저생계비의 합의 130% 이상인 경우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로 제한하여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법률과 시행령의 규정과는 전혀 다른 지침을 시행하여  실제로 부양받지 못하고 있는 수급권자 가구를 대부분 급여신청 단계에서 탈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부양의무자 기준만으로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층이 2008.기준으로 60만가구 100만명을 상회(기획재정부, 2009.3.12.자’민생안정 긴급지원대책”, p15)하는 등 광범위한 비수급 빈곤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다.   그러니까 법률은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여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층은 수급권이 있으니 기초보장급여를 실시하고,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에게 보장비용을 징수하라.’고 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법률을 위반하는 내용의 지침을 시행하고, 일선 공무원은 실제로 부양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알면서도 수급자 선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제도의 현실이다. 2010년 현재 수급자가 약 157만명인데, 수급자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같은 조건 하에 있는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 100만명의 수급권자들이 부양능력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들의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결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양능력유무 판정과 관련한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은 부양의무자가구와 수급권자 가구의 각각의 최저생계비를 합한 금액의 130% 이상이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소득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구의 소득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큰 30-40대의 도시 가구들 대부분은 직계비속에 관한 우선적 부양을 하고 있는 현실 상 노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을 도외시한 비현실적인 것이다. 결국 정부는 예산에 맞춘 제도 운영을 위하여  자신의 가족의 부양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부모를 사실상 부양하지 못하는 수준의 대부분의 저소득층을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매우 비현실적인 부양능력 판정기준을 설정하여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본질적으로 왜곡`축소운영하여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결국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수급자에서 탈락당하는 100만명의 비수급 빈곤층들은 자신들의 자녀들 역시도 대부분 도시 저소득층이어서 자신을 부양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이중의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제도적 폭력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실제 부양을 받을 수 없는 노인가구들에게 수급권을 인정하면 막대한 예산상의 소요가 발생하고, 보장비용을 사후에 징수하려고 하더라도 징수대상 비용은 실제의 급여보다 훨씬 낮을 뿐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대상 부양의무자들이 저소득층이어서 보장비용 징수율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여  부양능력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를 지침을 통하여 축소, 왜곡하여 100만명의 수급권자를 탈락시키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상당수의 일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최저생계비 이하 기준에 맞는 노인가구에게 일단 급여를 실시할 경우 부양능력있는 부양의무자에 대한 보장비용 징수라는 과도한 업무가 자신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잘못된 업무관행을 지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0월말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이 인정되는 ‘부양능력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를 법에서 규정한 취지대로 ‘가족으로부터 실제 부양받지 못하는 자’임을 분명히 하면서 현재와 같이 부양능력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권을 부인하는 제도운영이 위법하다.는 것을 사법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제 정부도 이와 같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위법한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상의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을 모두 폐지하고,  부양의무자들에게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  수급권자 가구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기초보장급여를 실시하여야 한다.    2011년이 저무는 12월 가족으로부터 부양받을 수 없는데도 국가로부터 버려진 100만명의 비수급 빈곤층은 온기조차 없는 냉골의 골방에서 추위와 병마의 고통 속에 처절하게 삶의 끈을 이어 가고 있다.  정부는 말로만 ‘친서민’, ‘서민생활 안정’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부양받지 못하는 수급권자의 급여에 필요한 공공부조 예산을 2012년도 예산안에 전부 반영하여 이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존엄을 지켜줘야 한다.  보편적인 복지를 천명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제 정당들 역시 이번 예산 국회때 이 부분 예산 반영을 관철하여 스스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 정치 집단임을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