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2-01   350

[복지칼럼] 대선 공약 꼼꼼히 살펴보기

최영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선거의 계절이다. 3월에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고자 다양한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아직 모든 공약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정당의 공약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지만,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라는 지향점의 차이가 복지정치의 일부로 각 정당의 공약에 반영돼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약의 홍수 속에서 유권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보편, 선별 이분법적으로 공약의 실행가능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선택된 공약 하나하나가 앞으로 만들어질 복지국가의 모습이 될 수 있기에 유권자의 보다 신중한 검토와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영국의 저명한 사회정책학자인 티트머스(R. Titmuss)가 보편주의를 지향하는 복지국가의 더 공정한 분배의 원리로 제시한 ‘보편주의 원리’에 ‘선별주의가 결합되는 방식’은 시사점이 크다. 여기서 ‘보편주의의 원리’는 일반적으로 사회복지 서비스가 소득이나 자산과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적용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회복지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욕구(또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도구로 ‘욕구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모든 사람’이 대상이 되기보다는 ‘동일한 사회적 욕구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한편, 이러한 보편주의 원리에 결합된 선별주의는 자원이 적거나 욕구가 큰 사람에게 보다 많은 자원이 배분되도록 하는 ‘긍정적 차별’의 요소를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보편주의의 원리에 선별주의가 결합되는 방식’은 ‘유사한 욕구를 가진 사람은 모두가 할당의 대상이 되나(보편성) 할당의 크기는 욕구의 크기에 따라 상이하게 배분되는(형평성) 복지제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유럽식 복지국가는 누진적 조세와 더불어 이러한 원리에 따른 보편적이며 재분배적 성격이 강한 복지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완화해왔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유럽 복지국가들에서 제공되는 보육서비스는 이러한 원리를 충실히 반영하여 보편성(universality)과 형평성(equity)을 조화롭게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육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부모의 노동시장 참여로 자녀를 양육하기 어려운 경우 제공되는 사회 서비스로 가구 내 돌봄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보편주의 원리에 따른 정책대상은 ‘모든 가구의 아동’이기보다는 ‘모든 맞벌이 가구의 아동’이 보다 적절하다. 실제 대부분의 유럽 복지국가들의 보육서비스는 ‘맞벌이 가구’의 아동돌봄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보육서비스 이용에 있어 가구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득에 따라 상이한 이용료를 책정하고 있다, 즉, 저소득층에 비해 경제적 여유가 있어 국가 이외의 시장에서 돌봄서비스 구매로 욕구충족이 가능한(즉, 대체재가 있어 국가에 의한 돌봄의 욕구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소득층에게 보다 높은 이용료를 부담하게(즉, 낮은 정부의 지원) 함으로써 욕구에 따른 긍정적 차별이 가능토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이용료는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에게 일정 정도의 부담을 지움으로써 보육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가구와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이러한 원리를 모든 사회복지 제도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이와 같은 원리가 제도 내 또는 제도 간에 수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정액의 급여를 제공하는 보편적 아동수당에 형평성을 추구하기 위해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급여액의 일부를 조세를 통해 회수하는 클로우백(clawback) 시스템을 도입한다든지, 보편적 아동수당에 추가적인 욕구를 가진 다자녀 가구나 장애아동 양육가구 등에게 추가적인 수당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정책적 대안들은 보편성에 기반하면서도 형평성을 추구할 수 있는 공약으로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각 당의 새로운 복지 공약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각 당이 추구하는 복지국가의 이상과 정책방향이 담겨 있어야 하고, 유권자로서 대권 공약 살펴보기는 각 당의 공약이 그러한 고민을 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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