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8-01   1933

[동향2] 2022년 수급가구가계부 조사 결과가 말하는 것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최옥란 20주기, 2022년 수급가구 가계부 조사

한국사회의 유력한 빈곤정책(공공부조)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15년 7월 맞춤형 개별급여로 개편되며 기준중위소득을 선정기준으로 도입하고 급여별 선정기준을 달리했다. 이전 선정기준으로 사용하던 최저생계비가 절대적 빈곤선이었다면 기준중위소득은 상대적 빈곤선이다. 이는 개념적인 도약이었으며 빈곤층 당사자와 시민사회에서 요구했던 형식과도 동일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를 사용하던 당시와 기준중위소득을 도입한 이후 수급자 수는 인구대비 3%대로 변하지 않았다. 상대적 빈곤선을 도입했음에도 급여별 선정기준을 낮게 정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빈곤선은 중위소득의 40~60%를 사용하고 있고, 한국 역시 50%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별 선정기준은 생계급여 30% 이하, 의료급여 40% 이하, 주거급여 46% 이하, 교육급여 50% 이하이다. 

aoUDfllFnyriRykQN7xUcK46w7uoZXsetCPcqMef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빈곤선 위로 급여별 선정기준을 쌓아올렸어야 하지만 그 반대로 설계된 것이다. 아래는 2015년 최저생계비와 기준중위소득을 비교한 표이다.

최저생계비를 사용할 당시 수급자는 최저생계비의 약 80%를 현금급여로 보장받았다. 개편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주거급여가 신설되어 별도 보장된다고 하지만 수급자가 실제 받는 급여액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생계급여 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보장수준, 최대급여액은 선정기준과 동일하다. 수급자의 소득에 따라서 기준중위소득의 30%를 최대로 생계급여를 보장받는다. 2022년 1인 가구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58만3천 원이다. 이 금액에는 식료품과 생필품 구입비뿐 아니라 의복비, 교통비, 통신비, 수도·광열비, 관리비, 의료비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출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기초생활보장법 제2조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급여수준을 책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58만3천 원, 법에서 정하고 있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인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낮은 급여수준은 제도가 시행된 초기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뇌성마비 중증장애를 가지고 청계천에서 노점을 하며 아이를 혼자 키우던 도시빈민 최옥란씨는 2000년 10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이후 수급자가 되었다. 당시 최씨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난에 처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선언하며 시행됐지만 낮게 책정된 최저생계비가 오히려 제도 시행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2001년 당시 최저생계비 28만 원, 그 중 26만 원이 현금급여로 지급됐다. 최씨의 한 달 총수입은 수급비 26만 원에 장애인수당 4만5천 원을 합한 30만5천 원이었다. 여기서 월세와 관리비 16만 원, 약값 13만3천 원, 통원치료 시 발생하는 교통비 12만 원을 제하면 이미 10만8천 원이 적자였다. 최옥란씨는 2001년 11월 국무총리에게 생계비를 반납하고 12월 명동성당 앞에서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기초법 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전개했다.

그리고 이듬해 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수급가구 하루 평균 식비 8,618원, 낮은 급여가 침해하는 권리

최옥란씨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올바른 개정을 요구하는 싸움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최옥란씨가 떠난지 20주기가 되는 해이다. 기초법공동행동에서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전국에 있는 수급가구 25가구와 함께 가계부 조사를 실시하고, 7월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기초생활수급자의 눈으로 보는 2022년 한국의 오늘, 최옥란 20주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올바른 개정을 위한 컨퍼런스’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컨퍼런스는 가계부조사에 참여한 수급가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전 개막을 시작으로 최옥란20주기 영상 상영회와 수급자 증언대회 그리고 가계부조사결과 발표 토론회 순서로 진행됐다.

수급가구 가계부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22가구)의 월평균 식비는 258,556원, 식료품비에 외식비와 비주류 음료 구입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8,618원에 불과하다. 가계부조사를 진행하는 2개월 동안 육류를 한 번도 구입하지 않은 가구가 25가구 중 9가구, 생선 등 수산물을 한 번도 구입하지 않은 가구는 14가구, 과일을 한 번도 구입하지 않은 가구는 9가구에 달했다. 가계부조사 참여 가구 모두가 적은 수급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A씨는 한번 장을 볼 때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시장과 마트를 돌아다니며 장을 봤다. 한 번 장을 볼 때 얼마나 걷는지 궁금해 측정해본 결과 약 3만 보가 나왔다. 다른 이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가성비가 아니라 질이 떨어지더라도 저렴한 제품 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그럼에도 양질의 식사는 불가능하고 라면이나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A씨의 경우 과거 명의도용에 따른 채무를 상환하고 있었기에 식비를 극도로 줄이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계부조사를 진행한 2개월, 61일을 3끼로 계산하면 총 183끼가 나온다. A씨의 가계부에는 61일 중 51일 지출이 없었고 183번의 식사 중 라면이나 우유를 제외한 밥을 먹은 횟수가 50번이 채 되지않았다.

가계부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광열비와 관리비가 고정지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25가구의 월평균 수도·광열·관리비는 75,971원, 가구별로 관리비에 포함된 항목이 다르기에 정확하게 분리할 수 없지만, 관리비를 제외한 월평균 수도·광열비는 26,037원이다. 2022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나타나는 평균 연료비는 154,000원이다. 수급자에게 감면·할인과 그중 중증장애가 있거나 노인인 경우 에너지바우처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은 금액이다. 낮은 생계급여에서 충분한 광열비 지출은 일상에 큰 부담이 되기에 조사에 참여한 수급가구 대부분이 광열비 지출을 포기하며 살고 있었다. B씨는 겨울철에도 보일러를 온수용도로만 사용했다. 두꺼운 이불과 외투를 덮고 자는 것이 적응됐다고 했다. C씨도 마찬가지다. 이사를 하고 처음으로 보일러를 가동한 첫 달 감면 할인이 되었음에도 28만 원의 가스비 고지서를 받아 본 이후 비닐하우스용 두꺼운 비닐을 구해서 창문 안팎을 봉쇄하고 집에서도 외투와 양말을 신고 생활하며 잘 때만 전기장판을 틀었다. 가계부조사에 참여한 25가구 중 관리비를 체납한 경험이 있는 가구는 2가구, D씨는 관리비가 3개월 이상 체납되어 퇴거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주거복지센터와 지인들에게 빌려 납부해 퇴거위기는 면했지만, 해당 금액이 여전히 빚으로 남아있다.

낮은 수급비가 침해하고 있는 권리는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을 보장받게 되었을 때 병원 이용이 마치 모두 면제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사실일까? 당연히 아니다. 의료급여는 급여항목 내에서만 자기부담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한다. 비급여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와 똑같이 지출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의 의료필요도가 높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25가구 중 만성질환이 없는 가구는 2가구, 2가구 모두 중증장애를 갖고 있기에 25가구 모두 중증장애나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다. 입원이든 외래든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비급여가 발생하기 다반사다. 때문에 의료이용을 포기하는 선택을 반복하고 있었다. B씨는 갖고 있는 희귀난치질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1년에 한번 뇌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50만 원이다. 매년 모아보려고 시도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아 3년 동안 검사를 받지 못했다. C씨는 최근 손가락이 골절되었다. MRI를 찍어야 한다는 소식에 병원 치료를 포기했다. 집에서 얼음찜질 등 처치를 하며 뼈는 붙었지만 손가락 감각이 이전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E씨는 혈당 체크용 일회용 바늘을 재사용하며 감염의 위협을 무릅쓰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었다.

기초생활보장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급여의 의미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 문화적인 생활을 차치하고 건강한 생활은 무엇을 의미하나? 균형 있는 식생활을 하고 집다운 집에서 적정 온도로 생활하며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 그리고 사회적 존재로서 관계하며 살아가는 삶이 건강한 생활의 최소한일 것이다. 하지만 균형있는 식생활을 포기하고 연료비를 극도로 줄이며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나 필수치료 외의 의료이용을 포기하는 일상은 결코 건강할 수 없다. 더불어 참여자들은 사회적 관계에 지출되는 교통비 등의 비용이 부담되어 스스로 관계를 단절하고 있었다. 3월 어느날 F씨의 가계부 하단 메모에는 “XX동생이 양평에 같이 가자는데 거절했다. 움직일 수가 없다. 그놈의 돈”이라고 적혀 있었다. F씨는 2월에도 동생이 인천에 가자는 제안을 거절했었다. G씨는 자신이 언제 고독사 할지도 모르기에 방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일 수급비가 입금되는 날 이후 외식비가 증가하며 가계부 하단에 지인들을 만났다는 메모가 많았고 이후에는 메모가 없거나 고립으로 인한 감정을 호소하는 메모가 많았다.

특히나 최근 물가가 급등하며 수급자들의 일상이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미 고정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식비로 지출하고 있었기에 물가가 올라도 추가 지출할 비용은 마땅치 않다. 같은 양을 쪼개서 먹거나 라면 등의 간편식을 더 자주 먹거나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거나 굶는 것이 선택지 상단에 있을 수밖에 없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복지급여의 권리를 선언하며 시행되었지만 최옥란씨가 국무총리에게 수급비를 반납하고 명동성당 앞에서 농성했던 2001년,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급여수준을 낮게 유지하며 권리보장은커녕 수급자들을 총체적 권리 박탈 상태로 내몰고 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기준중위소득 결정의 문제점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중위소득은 인구 전체 소득의 중앙값을 의미한다. 왜 수급자들은 그 중앙값의 30%로 살아야 하는가? 그것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에 적합한 수준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은 기준중위소득의 50% 이하를 빈곤선으로 정하고 있다. 빈곤선에도 훨씬 미달하는 수준으로 책정되어있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제8조 2항은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100분의 30 이상으로” 정할 수 있게 되어있어, 법 개정사항도 아니지만 가장 낮은 수준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현재의 기준중위소득은 현실의 중위소득과 격차가 있다. 올해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은 194만 원이다. 반면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나타나는 1인 가구 소득의 중위값은 254만 원으로 무려 60만 원 차이가 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일까? 답은 명확하다.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에서 정해진 산출원칙조차 지키지 않으며 예산에 맞춰 낮게 유지·결정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5.02%로 결정하고 ‘역대 정권 최대 인상’이라며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마치 기준중위소득이 엄청나게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기준중위소득은 통계청에서 공표하는 최근 3개년도 통계자료에 나타나는 중위값의 평균증가율을 적용하여 차년도 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 올해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할 작년 당시 중생보위는 어떤 근거도 없이 산출된 평균 증가율의 70%만 적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작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할 2020년 당시에는 국가 통계 개편에 따라 기준중위소득 산출에 사용되는 통계자료가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되었다. 통계자료가 변경됨에 따라서 산출된 필요 인상률이 12.49%, 여기에 3개년도 평균증가율 4.6%를 더해 17%의 인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중생보위는 12.49%를 1/6씩 6년에 걸쳐 반영하고 코로나 경제위기를 근거로 평균증가율 4.6%에 대해 1%만 반영하여 2021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2.68% 낮게 결정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공식을 뒤집은 반복지적 결정이었다. 이러한 결정이 반복되어 온 결과가 현재의 낮은 기준중위소득이다. 중생보위의 폭거가 현실의 상대적 경제수준을 반영하기 위한 기준중위소득 도입의 취지를 후퇴시키며 전체인구 생활수준의 향상에서 수급자들을 배제 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확대를 위해 기준중위소득 현실화하라

기준중위소득은 생계급여 보장수준을 결정하기에 수급자들의 삶과 직결될 뿐 아니라, 76개 사회보장제도의 선정기준으로도 사용된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75% 이하, 한부모 복지급여는 60% 이하, 차상위는 50% 이하인 식이다. 현실의 상대적 경제수준보다 낮게 결정되어 있는 기준중위소득은 복지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제도 바깥으로 밀어내며 빈곤과 불평등 확산을 방치하고 복지제도에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펜데믹 상황에서 지자체 재난지원금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 100%로 정하며 기준중위소득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격리지원금 선정기준이 기준중위소득 100%로 정해지기도 했다. 기준중위소득은 복지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과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의 오늘과 미래를 결정하는 기준선이기에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논의되지 않는다. 이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는 수급권자를 대표하는 위원이 단 한 명도 없고, 회의록과 속기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논의하는 시기가 되었다. 고물가가 계속되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에도 빈곤과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준중위소득 현실화와 생계급여 현실화는 긴급한 사안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수급권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로부터 기준중위소득 논의에 임하여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에 나서길 바란다.


참고문헌

2022 가계부조사 영상 : https://youtu.be/oD0rLKSJIWg

최옥란 20주기 영상 : https://youtu.be/bEEofmUAJ8U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