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9-01   205

[복지톡] 우리는 행복한 노후를 꿈꿀 권리가 있다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및 정리 조희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5차 재정추계를 앞두고 국민연금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시민이 경제활동을 할 시기에 소득의 일부를 보험료로 내고 은퇴 후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노후 빈곤 해소와 은퇴 후 소득보장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90년생은 연금 못 받는다”라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이야기되곤 한다.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고 복지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많은 논의를 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문구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왜 필요할까? 더 좋은 제도를 위해 누구보다 앞서 활동하고 있는 남찬섭 동아대 교수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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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금행동 정책자문위원장<사진=참여연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인 남찬섭입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실행위원으로 2001년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전에 한국사회연구소라는 연구단체가 있었고 이 단체의 활동도 같이 했었는데, 한국사회연구소의 일부 구성원들이 진보적 시민단체로 참여연대를 1995년에 결성하고 그 내에 사회복지위원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몇 년 후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금과 관련해 여러 활동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국민연금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혹시 있으시다면요?

사회복지 전공자라면 국민연금, 공적연금에 자연히 관심 갖게 마련입니다. 크게 봤을 때 한국 사회가 복지국가가 되길 원하고 있고, 복지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연금 등 사회보험 관련 지출이다 보니 자연스레 연금에도 관심 갖게 되었어요.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이라는 네트워크 단체의 정책자문위원장으로 계신데요, 연금행동은 어떤 단체인가요?

당초 2012년에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으로 출범했고 이후 2015년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축이 되어 지금의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으로 확대개편하였습니다. 연금행동은 글자 그대로 국가가 시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책임지는 공적연금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자, 시민, 청년, 노인 등 공적연금 가입자와 수급자들이 함께 공적연금의 민주성과 보장성,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운동을 펼치는 연대단체로 현재 총 306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것이 1988년 1월인데, 20년 가입을 지급 기준으로 두다 보니 시행연도로부터 20년 후인 2008년 1월부터 처음으로 완전노령연금이 지급되었거든요. 그런데 본격적인 급여가 지급되기도 전에 급여수준을 하락시키는 정책이 두 번 나왔어요. 유감스럽게도 모두 민주 정부에서 이뤄진 개악이었죠.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높지 않고, 제도 도입 초기의 취지와는 다르게 연금 제도가 점점 자유주의 복지국가가 택하고 있는 모습으로 후퇴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 제도의 공공성을 지키고, 노후소득보장 제도로서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활동 가운데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연금 정책의 비전에 대해 당연히 모든 학자, 모든 단체가 같은 입장을 가질 수는 없겠죠. 그런 상황에서 학자인 저는 정책자문위원장으로서 학술적 연구를 통해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사실 정책자문위원장이라고 무슨 일을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복잡한 정세 흐름 속에서 기자회견, 입장 발표, 국회 대응 등 정치적 대응은 집행위, 즉 실무자 단위에서 해 나간다면, 이러한 활동이 더 탄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론적 개념적 근거를 제공하고 또 정책대안을 개발하는 것이 저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까 연금 제도 도입의 취지를 말씀하셨어요. 국민연금은 어떤 취지에서 도입된 것인가요? 막연하게 노후소득보장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취지에서 도입되었고 또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 특정해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연금 제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드릴게요. 연금을 이해하기 위해선 퇴직 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퇴직제도가 원래부터 있던 제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연금을 설명한 책에서도 그런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자본주의가 나타나기 전에는 퇴직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이전에도 퇴직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건 지극히 일부 즉 귀족들 우리나라로 치면 엄청나게 지체가 높은 양반들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일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사정이 달라집니다. 특히 자본주의가 19세기 중반을 넘어가면서 독점자본주의화하고 이 과정에서 노동과정이 탈숙련화하고 대중노동화하게 되는 것이 퇴직제도 도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노동과정이 탈숙련화하자 이윤경쟁에서 노동시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즉 동일한 노동시간에서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서 나이 많은 노동자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변하게 됩니다. 주어진 노동시간 내에서 작업공정을 빠르게 돌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젋은 노동자보다 나이 많은 노동자들은 동작이 느려 빠른 공정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19세기 후반 이후 자본은 인건비는 많이 들지만 빠른 공정에 불리한 중고령노동자들을 퇴출시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천년 동안 퇴직이라는 것이 없이 일을 해왔는데 나이가 일정기준에 도달했다고 해서 일할 의지가 있는 노동자를 퇴출시킨다는 것은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퇴출대상이 된 중고령노동자들의 반발도 엄청났습니다. 퇴직은 곧 생계수단의 상실이었고 그렇게 되면 구빈법 대상자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중고령노동자들은 퇴직에 격렬히 저항했습니다. 그래서 퇴직 후의 생계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기업이 퇴직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유럽에서 퇴직제도는 공무원이나 교사, 경찰, 우체국직원 등과 같이 정부가 관할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도입되었고 이들에게는 퇴직에 따른 연금이 지급되었습니다.

물론 비스마르크의 독일이 1889년에 세계 최초로 일반 국민 대상의 공적연금을 도입합니다. 독일 이후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공적연금을 도입합니다. 하지만 이들 제도는 퇴직을 전제로 한 것이라기보다 빈곤대책에 더 가깝습니다. 독일이 1889년에 도입한 연금제도의 급여는 당시 독일 구빈법의 급여수준보다 낮았습니다. 유럽에서는 19세기 후반에 일종의 ‘빈곤의 발견’이라 할 수 있는 흐름이 나타납니다. 물론 빈곤이라는 객관적 사실은 그 전부터 있었지만 그 시기에 와서 빈곤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나타나게 되어 사회개혁가와 지식인들에 의해 빈곤이 고발되고 사회문제로 조명받기에 이릅니다. 이런 흐름이 당시 일반국민 대상의 연금제도 도입의 배경을 이루었고 그런 점에서 당시 연금은 자본이 요구하던 퇴직을 전제로 한 연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퇴직을 전제로 한 연금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차 대전 후입니다. 2차 대전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전쟁으로 그 이전 대공황을 불러올 정도로 누적되었던 과잉생산이 일거에 해소되어 새 출발을 할 토대가 마련되었고 또 전쟁으로 인해 노동의 상대적 힘이 강해지고 노동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미 그 전부터 자본이 요구해온 퇴직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연금의 제도화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퇴직제도나 연금제도는 사실상 이윤을 추구하고자 한 자본의 필요 혹은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퇴직은 노동자 개인의 일할 의사와 무관하게 그를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퇴직’이라고 해야 하고, 그렇게 자본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퇴직이 제도화하면서 퇴직자들을 부양해야 할 집합적 필요가 생겨났고 그 집합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가가 조직한 제도가 공적연금인 것입니다. 따라서 공적연금은 퇴직자에게 빈곤을 간신히 벗어나는 수준의 생활만 보장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빈곤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퇴직 전의 생활수준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OECD나 EU가 공적연금의 기능으로 노후빈곤방지뿐만 아니라 소득유지까지 제시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결국 요약하면 연금은 퇴직한 사람들에게 적정한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그들을 부양하는 집합적 부양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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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2022.7.27.수요일 오전 10시, 정치적 야합이 아닌 사회적 합의 보장하는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 국회 정문 앞<사진=참여연대>

역사적인 배경 안에서 제도를 설명해주시니 이해가 쉬워지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법이나 정책이 그렇듯이, 한국에서 실제 정책으로 실현되면서 내용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금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연금의 재정방식은 크게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으로 구분하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재정방식은 ‘적립방식’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저는 국민연금의 재정방식이 적립방식이라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매달 들어오는 보험료 수입으로 매달 연금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즉 부과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에 이 부과방식으로 지급되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20년 이상 연금에 가입한 사람으로 정해놓은 바람에 20년 동안은 거의 대부분의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급여를 받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부과방식은 연금제도 시행 초기부터 매달 들어오는 보험료 수입으로 매달 연금급여를 지급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 연금급여를 제도시행 20년 후부터 지급하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보니 그동안 기금이 엄청난 규모로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재정방식을 정확히 말하면 ‘제도시행 20년 후부터 적용된 부과방식’ 혹은 ‘기금이 적립되는 부과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적립방식의 제도라고 했었는데 이것은 기금이 적립된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적립방식이라는 것을 내가 보험료를 원금으로 적립하고 거기에 운용수익을 붙여 노후에 찾아가는 것으로 보는 생각이 점점 커지게 되었고 학자들도 이것이 적립방식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민간보험에서 적립식은 이런 식으로 사용되지만 국민연금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실제로는 부과방식으로 운영되고 다만 기금이 적립될 뿐입니다. 하지만 적립방식이라는 것을 민간보험에서 통용되는 개념처럼 사용하다보니 연금기금이 소진되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나게 된 것 같습니다.

방금 말씀이 이번 질문과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국민연금 기금과 관련해서 “고갈된다”는 불안감이 조성된 것 같습니다. 기금고갈론이 정말 사실인지, 이 논쟁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연금은 퇴직세대를 부양하기 위한 집합적 부양제도이고 이건 기본적으로 자본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가 아닌 사람들도 포함해서 그 사회의 모든 퇴직자들을 위해 매달 보험료를 국가에 내고 있고 국가는 이 보험료를 매달 받아서 이것을 퇴직자들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이런 식으로 보험료를 걷고 그것으로 매달 연금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20년을 가입해야 연금급여를 받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부과방식인데도 20년이 지나야 부과방식이 본격적으로 작동되도록 하였고 그 바람에 엄청난 규모의 기금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내가 낸 보험료로 기금이 쌓이고 퇴직 후에 나는 그 기금에서 돈을 받아가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후세대가 매달 내는 보험료로 연금급여를 받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연금수급자가 많아지면 후세대가 매달 내는 보험료만으로 연금급여를 다 받아갈 수 없게 되므로 기금에서도 연금급여를 받아가게 될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부과방식이라는 연금운영방식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기금이 소진된다면 그것은 기금이 없는 부과방식이 되는 것이고 이것이 현재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의 연금운영방식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연금재정계산을 하는 것은 연금제도 개선의 방향을 찾기 위한 참고자료를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우리가 연금재정계산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이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인데 이 연금재정계산의 기본방식은 국민연금의 제도적 내용을 재정계산을 시작하는 해의 내용으로 고정시켜 놓은 상태에서 경제규모와 물가, 임금, 경제활동참가율, 이자율 등 중요한 거시경제변수를 70년 동안 변동시켰을 때 국민연금의 재정상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다른 경제상황은 70년 동안 변하는데 국민연금제도만 변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으로 가정하여 추계를 하는 것이니 재정상태가 소진되는 것으로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아마 이 재정추계모형에 삼성이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기업을 투입하여 삼성은 지금부터 그 지배구조나 신입사원 모집방법이나 마케팅방법을 70년 동안 변화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경제변수를 변화시킨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삼성이라는 기업은 70년이 되기 전 어떤 시기에 아마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연금재정계산은 우리나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재정계산결과를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나라는 없습니다. 예컨대 미국은 사회보장연금의 재정계산을 매년 하는데요 우리나라 제4차 재정계산을 한 2018년에 미국은 사회보장연금의 기금이 2034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재정추계 사실을 보도하긴 하지만 우리 언론들처럼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지는 않습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기금고갈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 이 추계를 갖고 어떤 정책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흔히 재정안정론자들은 우리나라는 저출생고령화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다른 국가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면 우리 자식, 손주 세대는 윗세대를 부양하느라 세금, 연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면서 세대갈등론을 부추깁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2018년에 실시한 제4차 연금재정계산에서 2080년대에 65세 노인인구가 4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연금지출은 2080년대 GDP의 10%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었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습니다. 전체인구의 45%에 달하는 집단들에게 GDP의 10%를 지출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도 미래세대를 부담으로 밀어넣는 것일까요?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못받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가 마치 연금제도에만 해당되는 것처럼 말합니다. 연금 같이 대규모의 제도까지 위협에 빠트리는 인구문제라면 그것은 우리 사회 모든 분야를 위협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구문제에는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저출생고령화가 우리 사회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면, 단순히 기금고갈론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노인연령 기준, 정년 연장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하는 것이 맞겠죠. 미래에 우리가 만들어갈 이런 제도의 변화는 현재의 연금재정추계에는 반영되지 못합니다. 연금재정추계는 연금제도를 재정추계 시점에 고정시켜 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래에 재정추계를 할 때는 반영이 되겠지만 그 때는 또 그보다 더 미래에 일어날 제도변화는 반영이 안되겠지요. 그런데도 연금재정계산결과로 마치 미래가 확정된 것인양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필요한 정책적 논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통적으로 사회보험제도의 보험료는 주로 근로소득에만 부과해왔습니다. 이것은 2차 대전 후 노동인구가 증가하고 고용상황이 좋았던 시기에 사회보험의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서구에서 사회보험을 받아들인 우리나라도 사회보험료는 주로 근로소득에만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금과 다른 점입니다. 세금은 근로소득은 물론이고 사업소득, 재산소득 등 다양한 소득에 부과하고 나아가 자산에도 부과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구조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고 인구상황도 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OECD나 EU 등에서는 앞으로 사회보험료 부과대상소득을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사회보험료를 근로소득만이 아니라 플랫폼이나 디지털 등 다양한 소득에 부과해야 하고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의 하나로 국민연금에 대한 조세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사업주와 노동자의 연금보험료 분담비율이 5:5인데 앞서 연금제도가 자본의 필요에 의해 도입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 자본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합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실제로 자본이 더 많이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사업주의 분담비율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연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연금급여수준을 적정수준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2028년까지 40%까지 내려가게 되어 있는 연금 소득대체율 하향을 멈추고 이를 45% 내지 50% 수준까지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많이 내고 적게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는 말로 연금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현 정부의 연금에 대한 입장은 어떻고, 연금개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발언이 입장의 전부인 듯해요. 연금개혁에 대한 방향성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연금을 왜 도입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아 보여요. 아까 말했듯이 연금 제도의 도입 이유는 노후소득보장입니다. 기금을 쌓아두기 위해 연금제도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내기 아깝고, 사적연금은 일부러 가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사적연금과 비교해 국민연금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민간연금이나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현상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예컨대, 1970년대에 우리나라가 경제규모 전체로는 캐나다에 한참 못미쳤지만 민간보험시장만큼은 캐나다에 조금 못미칠 정도로 세계적인 규모였습니다. 그 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민간보험에 가입해왔다는 것입니다. 연금뿐만 아니라 세금에 대해서도 비슷하죠. 정부에 세금내는 것은 싫고 민간보험에 적금은 들곤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해에 정부에 내는 소득세보다 민간보험사에 내는 보험료 금액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민간연금에 많이 가입해도 그것이 노후소득보장에 사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중간에 해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90년대 중반에 개인연금이 도입되었는데, 개인연금을 유지하는 비율은 1/3이 채 되지 않습니다. 2/3가 넘는 가입가들이 중도에 해지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이 가입하고 그들이 또 몇 년 후에 중도해지하는 식입니다. 중도해지할 때는 목돈이 필요한 사정이 있어 그렇게 했겠지만 중도해지는 민간보험사에게만 이익을 주는 행위입니다. 중도해지한 가입자에게는 노후보장수단이 사라진 것입니다. 퇴직연금도 중간정산 등으로 사정이 비슷합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강제로 가입하게 되어있고, 어찌됐든 국가가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약속입니다. 또한 경제불평등을 해결하는 사회적 재분배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 연금을 민영화했던 남미 국가들이 민영화한 그 연금을 재공영화하고 있고, 동유럽 국가들도 체제전환기에 연금을 민영화했다가 최근에 와서 다시 재공영화하고 있습니다. 민간연금이 노후보장에 실패했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인구문제가 심각하고 불평등이 심각할수록 공적연금이라는 집합적 부양수단을 지키고 이것으로 다같이 힘을 모아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일수록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입니다.

연금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연금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2007년 2차 연금개혁을 통해 2028년까지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년 가입 기준으로 40%까지 떨어뜨리기로 합의했어요. 개인적으로 40%는 부족하고, 소득대체율이 45% 내지 50%까지는 인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득대체율을 하향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지만 하향은 멈춰야 합니다.

2019년 경사노위 때 연금보험료의 단계적 인상이 논의되긴 했습니다. 보험료 인상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금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을 근로소득에서 자본소득으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퇴직연금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이 섞여있기 때문인데요. 퇴직금 제도를 연금 제도로 통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합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역할을 분명하게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기초적인 수준에서 기초연금을 보편화된 연금화하고, 노후보장을 위해서는 사회보험 방식의 국민연금을 강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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