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9-01   2757

[동향1] 2022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평가와 과제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2022년 7월 29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준 중위소득을 4인 가구 기준으로 512만 1,080원 대비 5.47% 인상된 540만 964원으로 결정했다. 중위소득은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소득순으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여러 복지제도 수급자격의 소득요건을 정하는 기준으로서, 통계청이 공표하는 통계자료의 가구 경상소득의 중간값에 최근 가구소득 평균 증가율, 가구규모에 따른 소득수준의 차이 등을 반영하여 가구규모 별로 산정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한다. 2020년 중앙 생활보장위원회는 기준중위소득의 산정원칙을 정했는데, 전년도 기준중위소득에 최신 3개년의 평균증가율(기본증가율)과 소득분배지표에 관한 공식 통계자료의 교체에 따른 격차해소를 위한 추가 증가율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정한 해에도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지키지 못했고, 그 다음 해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이유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위원 중 한 명인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이 기본증가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논의 당시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회의장 밖에서 회의 결과를 애타게 기다린 국민들은 안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의 과정에서 다수의 위원이 합의된 산출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청하였고, 향후 기준 중위소득의 결정은 작년도에 위원회에서 합의한 원칙을 존중하여 결정하기로 하였다”는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만이 위원회에서 벌어진 논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1)

정책의 형성과 입법을 위한 논의 자체가 중요한 기능인 입법부와 달리 법 집행을 위한 관료조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행정부는 정책결정 과정이 폐쇄적이고 독단적 경향을 띠기 쉽다. 그러나 개인의 권리의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많은 정책결정들이 행정부에 맡겨지는 상황에서 이는 중대한 사항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민주적 토의와 논의의 생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 중앙행정기관위원회는 국민들이 중앙정부의 행정작용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됨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보완 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능한다.2)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바로 이러한 위원회에 해당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0조 제1항에 따르면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의 수립, 소득인정액 산정방식과 기준중위소득의 결정, 급여의 종류별 수급자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의 결정 등을 심의·의결한다. 모두 기초생활보장급여의 내용과 수급자격에 관한 핵심적 사항들로서, 입법부가 그 세부적 내용의 결정을 행정부에 위임하면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민간의 민주적 참여와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했던 것이다.3)

그러나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운영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그러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민간위원들이 참여하고 있기는 하나, 폐쇄적 운영은 민주적 참여를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무색케 한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준중위소득, 수급자격과 급여수준 등 국민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적 결정을 함에도 불구하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본회의와 소위원회에 논의 중인 사항에 대해 안건이나 회의자료, 속기록, 회의록은 모두 최종 의결까지 비공개에 부쳐진다. 속기록은 최종 의결 완료 후에도 공개되지 않는다. 심지어 회의 일시와 장소를 회의가 임박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4) 국민기초생활보장법령이나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운영규정 어디에도 회의록 작성에 관한 규정이 없다. 유사한 역할을 하는 다른 위원회와 비교하더라고 이러한 운영방식은 매우 폐쇄적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법에 따라 급여, 보험료, 국민연금기금, 국민연금제도 및 재정 계산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은 위원회의 회의에 관하여 회의록을 작성하여야 하고, 가입자, 가입자였던 자 및 수급권자나 그 밖에 국민연금의 이해관계인은 언제든지 회의록의 열람을 요청할 수 있다(국민연금법 시행령 제15조).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및 시행계획, 요양급여의 기준, 보험료율 등을 심의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운영규정을 전부개정하여 회의 속기록을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작성한 회의록을 보고일로부터 1개월 이내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일반인으로 하여금 회의장에서 방청할 수 있도록 하여 회의를 공개하는 위원회도 있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위원회의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한다. 다만 공개하면 국가안전보장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비밀로 분류되거나 공개가 제한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공개하면 개인·법인 및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감사·인사관리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회의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 제17조에 따르면 위원회 회의에 관하여 속기록과, 속기록을 근거로 회의록을 작성하여야 하며, 같은 규칙 제20조에 따르면 법 제9조에 따른 회의 비공개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회의록과 속기록은 위원회의 확인절차가 끝난 후 위원회 홈페이지 게재 등을 통해 회의 종료 후 15일 이내에 공개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역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회의를 방청하고자 하는 사람은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 방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13조의 3).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회의록 및 녹음기록을 작성·보존한다. 회의록은 속기방법으로 작성하며, 회의 종료 후 긴급한 회의가 소집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다음 회의일까지 공표한다(법 제13조의 2).

마찬가지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 운영규칙 제12조). 회의에 대해서는 속기록을 작성하고 회의록은 속기록을 근거로 작성하며, 회의 비공개사유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위원회의 확인절차가 끝난 후 홈페이지 게재 등을 통해 회의 종료 후 15일 이내에 공개한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 운영규칙 제19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에서 심의·의결하는 사항들이 위에서 살펴본 각 위원회의 경우보다 비밀유지의 필요성이 더 크거나 공개되었을 경우에 업무의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심의·의결 대상이 된 사항들은 원래 국회에서 논의해서 정해야 할 것들이나, 국회 논의구조상 세부적인 사항까지 정하기 어렵고 또한 기준중위소득이나 급여수준과 같이 매년 갱신되어야 하는 결정사항이 많아 행정부에 위임된 것뿐이다. 다시 말해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논의과정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논의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최종 의결이 완료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의결된 결과만을 발표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속기록을 작성하는지는 불분명하고, 작성한다 하더라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각 위원의 책임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올해 7월 결정된 2023년 기준중위소득은 보건복지부도 강조하듯이 “과거 2년과는 달리 2020년 기준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 이후 최초로 원칙을 반영해 결정한 결과다.”5) 이번에도 기획재정부가 기본증가율 삭감을 관철하려 했다는 언론보도6)가 있었음을 고려하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쾌거”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3년 만에 비로소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 과연 축하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의사원칙7)이 처음부터 제대로 지켜졌으면 애당초 벌어지지 않았을 상황이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다.

2023년에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제3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 자체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해당 의결에 “부대의견으로 덧붙여진”, “제3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 수립 시까지 마련하는 의료급여 개선방안은 부양의무자의 기준의 단계적 폐지방안 등 취약계층의 의료보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포함하여 검토”한 결실의 장막이 드디어 걷혀질 예정이기도 하다.8)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해당 논의과정을 비공개에 부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안건과 논의의 투명한 공개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공익위원이나 전문가위원으로 참여하는 국민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장계획의 영향을 받는 모든 국민들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1) 보건복지부, 국토부, 교육부 2021. 7. 30.자 공동 보도자료 “중앙생활보장위원회, 2022년도 기준 중위소득 5.02% 인상”. 원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중위소득의 3년 평균증가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해당 값의 70%만을 적용한 인상률이다.

2) 김종세(2016). 중앙정부의 행정기관위원회의 현황과 개선방향. 한양법학, 27(2), 85-106.

3) 국민기초생활보장법(1999. 9. 7. 법률 제6024호) 제정이유 참조.

4) https://www.peoplepower21.org/Welfare/1897977

5)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04198

6) https://m.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207201626001?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_share#c2b

7)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제31조

8) https://www.korea.kr/news/actuallyView.do?newsId=148875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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