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9-01   183

[기획4] 기본생활권이 보장되는 마을통합돌봄: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

김영숙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

2020년 2월 18일, 대구로 되돌아 가보자. 그날은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일이었다. 대구중앙로역 참사추모공간에서 작은 국화한송이를 놓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중,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대구에서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대구는 일주일만에 코로나19는 급속히 확산되었다. 대구시 행정인력은 의료병상 확보와 환자이송 등 긴급의료 지원활동에 투입되었고, 사회서비스와 지역복지관, 교육기관은 올스톱되었다. 시민들은 공적마스크를 사기 위해 4~5시간을 기다리고, 노인회관도 노숙인 급식소도 서서히 문을 닫았다. 대구에서 이러한 상황대응에 가장 세심하게 움직인 곳은 마을공동체 현장이었다.

위기의 이웃, 마을이 마을을 돌보다

2월 중순부터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해지자, 대구 동구 ‘안심마을 사람들’은 비상용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데 뜻을 모았다. 안심마을공동체는 동네 주민들에게 재봉틀 7대를 빌려 천마스크 400개를 사흘만에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마스크는 지역 발달장애인 주거시설인 ‘체험홈’에, 마을에 사는 이웃에게 전달됐다. 그 뒤 계속해서 마스크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단체에 공급했다.

수성구 시지마을공동체 ‘마을공유공간 톡톡’은 SNS로 긴급 모금을 진행했다. 이틀간 마을 주민 130여 명이 십시일반으로 400여만 원을 모았다. 후원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공동체와 대구쪽방상담소, 청소년 쉼터 등에 전해졌다. 라디오를 통해 마을 이야기와 골목 화제, 동네 이슈 등을 다루는 달서구 ‘성서공동체FM’은 코로나19 특별 생방송을 진행했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기록하기 위해 2월 24일부터 매주 3회 방송을 이어갔다. 서구 비산2·3동에서는 공부방, 마을도서관 등 3곳 회원들이 모여 마을내 아동 70여 명의 간식꾸러미를 매주 준비하고 배달하면서 ‘집콕’하는 아이들의 건강을 챙겼다. 성서 마을공동체네트워크는 공동체 회원들이 성금을 모아 식생활품 꾸러미를 만들어 성서지역의 사각지대 100가구에 전달했다. 또한, ‘우렁이밥상’ 마을기업은 임대아파트 등에 무료급식이 없어져 어려운 어르신 세대 50가구에 매일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였다. 주민들이 생활하고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 마을 곳곳이 사회적 안전망으로 연결되었고 위로의 메시지를 서로에게 보내주었다. 이렇게 재난의 시기에 이웃이 이웃을 스스로 돕는 공동체 활동은 상품화된 사회복지서비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발적인 마을공동체의 작은 실천은 마을속의 사회적인 신뢰망으로 쌓여갔다.

마을이 먼저 움직이자, 대구마을센터와 공익센터는 협력회의를 통해 2월 20일 센터기능을 <코로나상황에 대응하는 긴급 시민상황실>로 전환했다. 한달동안 전국에서 54개 마을센터, 마을공동체가 보내온 수제마스크부터 손세정제, 의료진을 위한 양말, 솟옷류, 건강세트, 어린이 간식, 생필품, 각종 김치와 장아찌류, 먹거리 등 1만여 점의 물품과 3,000여만 원의 기금이 현장과 긴급하게 연결되었다. 당시에는 코로나로 직접 대면서비스가 중단되었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은 마을에서 움직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일은 전남지역 마을활동가 200여 명이 나서서 ‘전남의 봄을 대구로 보내드립니다. 마을이 마을을 돕는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였다. 광주와 전남의 전체 시군구 22곳의 마을활동가와 사회적기업, 주민들이 참여해 물품과 현금, 자원봉사로 직접 만든 먹을거리를 비롯해 다양한 물품을 5톤트럭 2대 분량으로 보내 와 섬진강휴게소에서 만나 전달했고, 대구 마을공동체센터는 대구의 긴급 생계지원이 필요한 500여 가정에 물품을 나누었다. 그후로도 5달동안 시민상황실은 전국의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기업, 전국 시민들이 보내오는 기금, 물품을 필요한 곳에 나누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움직이는 재난대응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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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대구의 긴급한 현장을 연결하는 시민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거대한 행정의 제도와 시스템도 긴급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행정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는 느린 시간의 사각지대를 공동체가 세심하게 메꾸어 갔다.

대구시는 이후 공식적으로 <코로나19 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를 4월말 구성하였고, 시민운동분과를 통해 매주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다양한 현장지원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시기 공동체 활동을 진행했던 마을활동가는 이렇게 활동 의미를 평가했다.

“재난 상황에 처했을 때 일상속에는 심리적인 위축과 불신이 스멀스멀 번진다. 마을에서 작은 연대와 지지활동이 다시 사람과 사람의 신뢰 관계로 연결되고, 서로 돕는 활동은 움츠려든 마음을 치유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이렇게 시민들의 작은 지지와 응원이 쌓여서 사회적 신뢰망이 촘촘해 진다.”

사실, 대구 마을공동체는 지원사업이 펼쳐질 때 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서로 긴밀하고 더 세심하게 서로 환대하고 연결되었다.

코로나19는 대구 공동체가 더 세밀하게 삶의 관계망, 사회적 신뢰망을 촘촘하게 연결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열어 주었다. 코로나19 재난은 단순히 공동체가 공적 시스템에 동원되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공동체가 공적 시스템의 파트너로 존재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보건복지부: 행정주도 커뮤니티케어 사업의 명암

법정부 차원의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은 2018년부터 본격화되었다. ‘커뮤니티케어’시범사업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받으며 지역사회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2019년부터는 별도로 커뮤니티케어특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신설하여 복지부, 행안부, 국토부 3개부처 협력사업으로 돌봄, 자치, 도시재생사업을 연계한 의료, 요양, 복지, 주거 등의 지역기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선도사업을 진행했지만, 대구는 아직 시도한 모델이 없다.

지난 2년동안 대구시 남구의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현장흐름을 마을공동체 현장을 지원하면서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시장에서 상품화된 돌봄이 아니라 돌봄정책이 본격화 되는 실천현장, 마을에서 사회적이고 공적인 돌봄으로 진화되는 시스템이 궁금했다.

앞으로 마을공동체가 마을돌봄에 어떻게 접근하고 협력할 수 있는지 더 깊이 고민하고 학습하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돌아보면 남구의 커뮤니티케어사업은 마을과 공동체 자원이 촘촘하게 연결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대구 남구의 커뮤니티케어사업으로 진행된 전국의 첫‘무장애 주택’에 입주한 2명의 장애인중 한명이 자립부적응으로 다시 시설로 돌아갔고 선도사업이 내년에 중단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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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마을공동체가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질문은 복잡 미묘하다. 수시로 닥치는 삶의 위기상황을 국가나 지방정부가 일상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행정주도의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 마을공동체 생태계의 기반구축 없이, 단순 시설과 서비스 제공기관들의 비상설적인 협력구조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인가? 시범사업과정에 민간주체로 역할을해야 하는 동사회보장협의체는 작동 되고 있는 것인가? 마을공동체는 지역내 파트너쉽으로 인정되고 참여하고 있는가? 등 질문이 많아진다.

마을공동체는 사회복지기관과 달라 통합돌봄지원체계 안에서 민관협력파트너로 인정되기 싶지않다. 마을단위에서 새로운 마을통합돌봄을 위한 실천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자구적인 노력과 학습, 실천과 가능성 사이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이어가고 풀어가야 한다.

마을공동체 : 마을통합돌봄을 어떻게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는가?

코로나19 재난상황을 지나오면서 대구에서는 가슴 아픈 사건이 두 번이나 발생했다. 2021년 8월에는 조손가정에서 존속살해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2021년 9월에는 대구에서 강도영(가명) ‘영케어러’ 사건도 발생했다. 삶의 위기와 생채기는 다양한 영역에서 돌봄의 위기로 악화되고 있었다. <돌봄선언> 서문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돌봄의 부재, 무관심이 지배하는 곳’이라 보고, 보편적 돌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편적 돌봄이란 ‘돌봄을 삶의 모든 수준에서 우선시하며 중심에 놓고, 직접적인 돌봄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구 자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종류의 돌봄에 대해 모두가 공동의 책임을 지는 사회적 이상’이라 선언했다. ‘돌봄’으로 번역된 ‘케어care’는 본래 보살핌·관심·걱정·슬픔·애통·곤경을 의미하는 고대영어 ‘카루caru’에서 왔다고 하니 이미 공동체의 가치와 고민, 실천과정은 돌봄 그 자체와 맞닿아 있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구에서도 다양한 마을공동체가 돌봄사회의 이상을 지난 20~30년 동안 마을현장에서 함께 꿈꾸고 실천해 왔다. 마을공동체 활동에서 ‘교육-문화-돌봄’은 가장 가치롭고 실천적인 모델이었다. 대구마을공동체 활동의 실천역사에서 중요한 사례로 꼽는 것은 탁아방, 공부방 운동이다. 80년대 서구에서 섬유공장에 나가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마을마다 만들었던 공부방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육공동체로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으며, 이후 공동육아 협동조합과 마을학교 활동으로 진화되었다.

2000년대 접어들어 마을도서관만들기 활동이 본격화되었다. 마을도서관은 책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손으로 만들어져 이제는 교육돌봄에서 성인평생학습 거점, 탄소중립-전환마을 거점역할을 해내고 있다. 대구 대명6동은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서, 건강마을만들기 분과활동을 통해 마을건강과 지속적인 노인돌봄체계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대구 동구의 안심마을에서는 지난 10여 년간의 도서관, 로컬푸드, 마을학교와 공동육아, 반찬가게 ,책방, 문화, 에너지발전소 등 다양한 마을공동체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장애-비장애인이 서로 돌보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25여개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에서는 장애청년들이 곳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자산화 사업으로 공유주택을 신축하여 1인 가구 8명이 입주하여 공동체 일원으로 마을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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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에서는 마을공동체 기반이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마을돌봄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논의를 본격화 하고 있다. 시지마을공동체는 오랫동안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운영해 온 공동체가 수성구의 다함께돌봄센터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성서지역마을공동체 10여개 단체는 장애인청년들이 마을살이를 할수 있도록 매달 협력회의를 열고 만난다. 대구 달서구의 마을기업 아가쏘잉은 2022년 8월‘도나의 집’을 행안부 자산화사업으로 개소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정신과 삶을 기리고 미혼모와 한 부모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아가쏘잉협동조합이 2013년 미혼모시설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2015년 법인 설립, 2021년 행정안전부 지역자산화 사업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와 한부모의 정서적·경제적 자립을 위해 조성했다.

대구에서 마을공동체는 오랫동안 돌봄의 윤리를 가장 실험적이고 확장하는 방법으로, 상품화된 돌봄이 아니라 관계적인 돌봄을 실천하면서 새로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마을통합돌봄을 실현할 공동체정책은 여전히 빈약하기만 하다.

재난에 대응하는 마을플랫폼 실험: 대구마을방송국

대구에서 처음 마을방송국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계기에는 코로나19 재난상황이 있었던 2020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공동체에 기반한 방송이라면, 공동체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라도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코로나19 특별생방송>을 편성했어요. <코로나19 특별생방송>을 하면서 재난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자가 격리된 중증장애인,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서기조차 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 무료급식이 끊긴 쪽방촌 사람들, 면역력이 약한 백혈병 소아암 환자들이 겪는 공포 등 재난을 더 혹독하게 치르는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변변한 공공병원도 없고 공중보건의 역학조사관이 단 한 명뿐이던 대구의 열악한 공공의료의 현실이 참 착잡했었습니다.” 

성서공동체FM은 특별생방송을 통해 매일 이웃들의 소식을 전하고 기금, 사람, 필요를 연결했다. 이러한 모델을 바탕으로 코로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마을방송국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2021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재난으로 멀어진 이웃을 잇는 대구마을단위 공공미디어플랫폼 구축사업’이였다. 대구에서는 코로나 시기에 4곳 마을에 방송국이 만들어졌다. 

대구에서 이러한 현장중심으로 즉각적인 대응이가능했던 것은 연대의 힘이었다. 2017년부터 <대구지역 마을공동체미디어문화정책네트워크>는 공동으로 협업과제를 찾았고, 대구마을방송국 모델 사업에 힘을 보탰다. 대구마을공동체센터를 중심으로 물적자원과 공동체조직을 연결하고, 교육기관은 교육지원, 장비가 있는 곳은 장비를 지원하는 등 인적-물적 자원을 연결하였다. 대구공미네는 이어 지난 2022년 11월, 마을방송국을 인큐베이팅한 역량으로 주민들과 함께 재난에 대응하는 주민활동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며, 대구시 마을공동체 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조례를 청원하여, 개정하는 등 성과도 낳았다. 

아직도, 마을미디어가 재난시기 마을통합돌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질문이 많다. 앞으로도 대구의 마을미디어 플랫폼은 재난시기 마을구성원들의 필요와 돌봄을 연결하고 다양한 자원으로 연결하는 공적인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나가는 실험을 계속 할 것이다. 대구성서공동체FM은 코로나 대응에 이어 2022년에는 <돌봄공동체, 대구를 설계하다> 시리즈를 기획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정책적인 실천과제를 마을공동체와 함께 찾아가고자 기획방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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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통합돌봄의 실천과제 : 다양한 실험, 마을자치력, 커뮤니티 공간, 마을기금

얼마전 오랫동안 서울마을에서 공동체 삶을 살아온 선배부부가 위스테이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하였다. 전국에 사는 지인들이 지역농산물, 먹거리를 준비해서 3년만에 집들이를 겸해서 모였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마다 거대한 텐트촌이 펼쳐져서 아파트옆에 있는 야외캠핑장인가 했는데 아파트 중앙에 있는 커뮤니티 공원이었다. 가족단위로 텐트를 치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먹거리를 나누는 거대한 저녁풍경은 서울이란 공간에서 낯설게 다가왔다. 아파트 내 시설은 또 어떤가 둘러보았다. 공동도서관, 아이돌봄을 위한 연령대별 놀이방, 공유주방과 카페, 공동세탁실, 목공실, 각종 동아리실, 외부자를 위한 게스트룸, 야외 공원과 산책로까지 아파트 주거시설을 안에는 입주자를 위한 모든 커뮤니티 시설이 디자인되어 있었다. 이렇게 마을단위에서는 마을통합돌봄정책을 실현하면서 마을커뮤니티 공간을 상상하고 새롭게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커뮤니티케어 활동에 관심이 많은 마을공공체가 직면한 고민 중 하나가 공간문제이다. 대부분 마을단위 관계망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활동을 이어왔던 공동체가 커뮤니티케어 활동을 전환, 지속하기위해서는 공간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마을내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해나갈 공간을 구할수도 빌려쓰기도 힘이 든다. 20여년이 된 주민자치센터 조차도 개방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주민이 마음껏 사용할 권한도 없다.

필요한 재정은 어떠한가? 시범사업으로 들어온 국가보조금은 행정의 주도하에 예산이 집행 되니, 공동체주체의 책임과 권한이 강화되지 못한다. 행정보조금 사업이 끝나면 사업도 중단되거나 공동체의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강화되지 못하는 등 반복적인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마을중심 통합돌봄 실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공동체 주도성을 높일 수 있는 자치력 강화, 지원제도, 다양한 권한 보장, 실행예산(기금) 등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 모델을 마을 스스로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다양한 정책 실험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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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인 마을통합돌봄체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몇가지 과제를 살펴보자.

첫째, 마을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복지와 보건의료 등 통합형 복지체계 강화’를 하기 위해서는 공공복지와 시장복지와 구분되는 마을공동체 통합형 복지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도심 공동화와 지방소멸이 심화되는 가운데 마을공동체가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강화하여 가까운 거리에서 주민 기본생활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복지체계를 전환하는 관점이 필요하며, 공공복지와 시장복지가 개입하기 어려운 ‘빈틈’에서 마을공동체가 주도하는 통합형 복지모델을 실천하고,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며 새로운 공동체복지 영역 개척해야 한다. 앞으로는 시설 기반형, 프로그램 중심형, 상근인력 중심형(인건비) 등 다양한 공동체 복지 실험을 통해 행정과 시장, 지역사회 사이의 적절한 균형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마을공동체 단위로 함께 돌봄과 성장의 공동체복지 활동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통합돌봄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여전히 정책 칸막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사업에 그치는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 마을공동체를 통한 함께 돌봄과 성장의 공동체복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기본생활권 보장되는 생애주기별 통합돌봄 체계 구축으로 유아기에서 청소년, 중장년, 노인 등 세대통합형의 함께 돌봄과 성장의 마을정책 시스템 구축해야 한다.

셋째. 마을공동체도 주도적인 실험과 실천활동을 위한 지속가능한 자치력 확보, 마을기금조성, 공간확보를 해나가야 한다.

읍면동 단위 생활SOC 시설과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정책, 다양한 프로그램 사업 등의 종합적 연계를 통해 세대통합형 공동체복지 실험을 장려하는 다양한 포괄보조사업 추진이 필요하며, 읍면동 단위로 마을공동체가 주도하는 노인요양원 설립 및 운영 지원해야 한다. 또한, 마을내 유휴공간, 경로당과 결합되어 있는 농촌 마을회관을 농촌공동체복지의 종합적인 거점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신축 혹은 리모델링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도 마을공동체는 공동체 가치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틈을 살펴야 한다. 스스로 사회적 돌봄망을 세심하게 만드는 상상력, 다양하고 개방적이고 편견없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 마을은 통합돌봄을 위한 공론장을 지속적으로 열어갈 수 있도록 학습하고 실험해 나갈 것이다.

부디 우정과 환대의 손을 맞잡아 주시기를.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품격을 누리는 삶의 기본을 보장받는다면 세상의 두려움은 줄어들 것이다. 두려움이 줄면 혐오도 함께 줄어든다.” (마사 너스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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