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9-01   2804

[편집인의글] 대안담론으로서의 돌봄에 대한 탐색

김보영 영남대학교 휴먼서비스학과 교수

요새 돌봄이 화두다. 복지에서도 돌봄은 여전히 낯설지만 사회 곳곳에서 돌봄은 핵심적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복지, 의료, 간호, 사회적 경제, 마을자치 등 다양한 영영에서 돌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최근 지역의 사회정책 대안을 연구하는 자리에서 지역 일자리, 지역경제 등 다른 전문가들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모두들 결국 ‘돌봄’ 밖에 답이 없다는 얘기가 복지전공도 아닌 사람들 입에서 나와 오히려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단순히 장기요양이나 장애인활동지원과 같은 돌봄서비스 차원에서 머무는 얘기가 아니다. 돌봄은 개인의 삶과 타인과의 관계, 실천방법론을 넘어서 노동과 사회, 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우선 개인의 삶에 있어서 돌봄은 가장 핵심적일 뿐 아니라 궁극적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의 돌봄없이 생존부터 불가능할뿐더러 지구상 동물 중 가장 긴 돌봄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문명의 발달에 따라 수명은 늘어났지만 그만큼 돌봄을 받아야할 기간도 늘어났다. 다른 한편으로 돌봄은 인간의 행복에 있어서도 근간을 이룬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행복을 지향한다고 할 때 행복감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 얻어진다. 개인적 성취조차 타인과 사회에 의한 인정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그 관계의 가장 질적으로 높은 형태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보살피는 즉 ‘돌보는 관계’이다. 

그런데 돌봄은 그동안 주류적 체제나 사고에서 주변에 머물러 왔다. 우리가 경제를 말하던, 정치를 말하던, 사회를 말하던 그 기본적인 전제 중 하나는 완벽한 건강을 유지하는 독립된 개인이다. 소비자도, 시민도, 노동자도 기본 전제가 그렇다.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거나 누군가를 돌봐야하는 사람은 예외적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 반대다. 완벽한 건강과 독립을 유지하는 기간은 일생에 매우 제한되어 있다. 아무에게도 돌봄이나 보살핌을 받지 않거나 누구도 돌보거나 보살피지 않는 고립된 삶이 오히려 예외적이고 문제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마치 그렇지 않은 척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사회정치적 담론들도 그러하였다. 베버리지 복지국가도, 사회민주주의도, 신자유주의도, 제3의 길도 언제나 완벽하게 건강하고 독립적인 개인을 전제로 한 이야기들이다. 그러한 사람들의 생산과 소비, 노동, 또는 이에 참여를 저해하는 ‘예외적 위험’에서 어떻게 개인들의 건강과 독립을 회복하거나 유지할 것인가를 다룬다. 특히 모두 이러한 개인들에 의한 경제적 생산과 성장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면서 안정적 소비와 어떻게 조화를 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법들이다. 하지만 점차 심화되어가는 기후위기와 반복되는 감염병의 위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금, 생산과 성장 중심이었던 경제와 사회는 그 근원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어찌보면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비현실적이었던 사고의 대가이다. 정말 인간에게 일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를 철저하게 배제해 온 결과이다. 돌봄에 대한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사고를 극복하고, 배제되어 온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하게 건강할 수도, 독립일 수도 없는 취약한 존재일 뿐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적으로 살아가야함을 철저하게 인정하고 인식할 때 정말 제대로 된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생산과 소비, 노동과 여가로만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모든 시간과 공간에 돌봄이 존재하고 있는 실제의 세계에서부터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논의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시작이다. 정말 돌봄은 대안적 담론으로서 어떠한 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보았다. 돌봄민주주의를 주창하는 트론토의 ‘돌봄민주주의’ 번역에 참여했던 나상원 박사는 이를 다시 요약적으로 소개해주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넘어선 돌봄민주주의로의 재편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힐러리 코텀의 관계적 복지를 국내에 소개했던 이태인 교수는 망가진 복지국가의 대안으로서 관계적 돌봄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상이 보다 거시적 담론차원의 모색이라면 보다 직접적이고 실천적인 돌봄의 문제도 다루었다. 장숙랑 교수는 여전히 취약한 간호와 돌봄의 문제와 이에 대한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김영숙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장은 마을을 중심으로 생활공간 안에서 어떻게 돌봄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보여주고, 어떠한 과제가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돌봄에 대한 다양한 층위와 영역의 이야기들이 대안담론으로서의 돌봄을 모색하는 작은 밑거름이라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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