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12-01   785

[편집인의 글] 복지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이해하는 몇 가지 방법

김성욱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번 복지동향은 사회복지 혹은 사회복지를 둘러싼 우리의 인식과 태도를 질문한다. 먼저 한양사이버대학교 김신영 교수는 여러 정치적 이벤트를 계기로 쟁점화된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라는 두 가지 복지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특히 사회정책 영역에서 보편-선별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것들이 우리의 복지태도를 구성하고 있는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평택대학교 손병돈 교수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향후 불가피한 복지확대와 그에 따른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분석한다. 특히 이러한 복지확대와 증세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과정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청년 대상 복지 프로그램 확대, 투명한 조세행정, 공평과세 실현, 정부 신뢰제고 등의 노력을 주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합리적 이타주의를 통해 무한이기주의가 지배하는 암울한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기적 이해관계를 위한 지금의 이타적 행위가 공동체와 자신의 장기적 이익에 궁극적으로 봉사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이타주의가 설득의 논리로서 그리고 새로운 제도를 이끌 나침반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타진한다. 이는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이타적 행위의 이기적 목적과 유사하지만, 사회구성원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이기주의 대신 이타성을 집합적으로 동원하는 것도 우리 시대의 합리적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파한다는 점에서 상이하다.

이들 세 편의 글에서 우리는 복지 인식의 상이한 결을 확인할 수 있다. 김신영 교수의 글을 통해 보편-선별 논쟁이 사실상 현실에 대응하는 정책이나 제도가 아니라 정치적 수사나 구호로서 소비될 뿐인 담론일 수 있다는 점을, 손병돈 교수의 글을 통해 복지확대와 증세에 대한 태도가 시대적 소명과 같은 당위성보다 이념, 학력, 계층, 복지수혜경험 등이 흔들리고 파편화되며 때로는 모순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것을, 그리고 김정섭 선임연구위원의 글을 통해 단기적 이기주의를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조직화할 수 있다면 복지인식과 태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간 복지급여의 확대과정은 언제나 피곤한 정치게임으로 치환되어 왔지만, 대중들은 주로 나름의 논리와 이해타산을 통해 태도를 형성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해관계는 논리만큼이나 복잡하여 예측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청년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청년 대상 정책 프로그램에 반대하던 사람도, 나의 자녀나 형제가 청년수당이나 청년주택의 수혜대상이 된다면 기존의 태도와 인식을 잠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적어도 적극적인 반대 태도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복지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언제라도 부조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통상 개인의 어떠한 태도는 그에 대한 특정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웃는 것(태도)은 꽃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이를 아름답다고 인식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론을 구성주의적·담론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하면 이야기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즉 꽃에 대한 태도는 꽃을 아름답다고 인식하겠다는 의지에 의해 구성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제 근대 인식론의 뜨겁고 때로는 불편한 논쟁 중 하나는 이러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누구의 의지인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 만약 나의 의지와 인식을 타인에게 의탁하거나 소유권을 양도한다면 합리성으로 포장된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태도가 만연하게 될지 모른다. 나의 의지로, 나와 공동체의 장기적인 이익이 무엇인지를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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