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4-01   1321

[기획1] 복지 분권 제대로 하기: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

복지 분권 제대로 하기: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1)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문제제기2)

최적의 복지 분권 모형은 어떤 모형일까? 한국 사회에서 바람직한 복지 분권을 만드는 과제는 단순히 가장 좋은(?) 복지 분권 모형을 선택하면 되는 것일까? 많은 연구들이 저마다 최적의 분권 모형을 이야기하고, 각각의 분권 모형은 그 나름의 합리성과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구인회·양난주·이원진, 2009; 김형용·김승연·남기철·박세경·이재원, 2020; 정홍원·김보영·민효상·이정은. 2019; 윤홍식·김승연·이주하·남찬섭, 2020). 그러나 분권 모형을 단순히 여러 가지 분권원칙들을 조합하거나, 여러 분권 모형 중 가장 좋은 분권 모형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만으로는 현재 “국민인 동시에 주민인 주권자”의 이해에 반하는 한국의 복지 분권이 야기하는 비효율성과 비효과성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적 복지 분권의 모델을 만들 수는 없다.

 

왜냐하면 복지 분권은 자원을 중앙과 지방이 권위적으로 나누는 방식을 결정하는 ‘권력’을 나누는 매우 첨예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사무기능을 지방으로 이관하면서도 그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도, 지방이 중앙정부의 권한을 가져오려고 하는 이유도 자원을 자신의 이해에 따라 배분할 수 있는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복지 분권을 이해하면, 한국 사회에서 복지 분권 모형을 만드는 과제는 자원이 배분되는 방식의 역사적 경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외 선행연구들이 한결같이 모든 시대와 모든 국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복지 분권 모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한 분권 모형은 정확하게 해당 사회(국가)가 걸어왔던 역사적 경로에 깊게 착근되어 있기 때문이다(Ladner, Keuffer, Baldersheim, Hlepas, Swianiewicz, Steyvers, and Navarro, 2019; Sellers and Lindström, 2007).

 

물론 우리는 경로의존성의 원칙이 변화할 수 없는 만고불변의 진리이며, 우리가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대륙 유럽적 성격이 강했던 핀란드의 지방정부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와 유사한 북유럽적 성격을 갖게 된 이유는 개혁이 누적되는 역사적 과정의 결과였다(Flora, Kraus, and Pfenning, 1975, Sellers and Lidström, 2007: 623 재인용)([그림 1] 참고). 북유럽이 남유럽에 비해 역량 있는 지방을 구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기초자치단체(코뮨)의 지속적이고 누적적인 통합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Landner et al., 2019). 실제로 스웨덴은 국민국가 건설과정에서 1862년 기준으로 대략 2,500개에 달하는 기초자치단체를 1952년에는 1,037개로, 1974년에는 278개로 줄여나갔다(Granberg and Montin, 2014).3) 특히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상업지역과 도시의 코뮨 수는 증가했지만,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농촌지역은 동 기간 동안 2,400여개에서 1969년 625개로 기초자치단체의 수가 무려 74.0%나 감소했다. 기초자치단체가 주민의 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공공부조와 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치였을 것이다. 반면 북유럽과 달리 기초단위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남유럽에서 지방정부는 북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에 종속된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지방정부에서 역량 있는 자치정부의 구성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역사적 경로는 우리가 역사적 경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쐐기’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개혁의 누적적 과정은 한 사회가 기존의 역사적 경로라는 쐐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사적 경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것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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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국 사회가 주권자의 이해에 반하는 복지 분권 모형을 주권자의 이해에 조응하는 분권 모형으로 전환하려고 하고 그 과제가 지속적 개혁의 누적적 과정이라는데 동의한다면,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우리가 지향하는, 다시 말해 우리가 만들고자하는 이념적 분권 모형을 수립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역사적 유산에 기초한 이념적 분권 모형이 없다면, 매순간 우리의 개혁이 어디로 가는지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념적 분권 모형이 없다면 현재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개혁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념적(대안적) 분권 모형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정치경제적 조건과 국면에 따라 항상 새롭게 구성되는 유현한 모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본 연구는 한국 사회의 이념적 복지 분권 모형으로 ‘대안적 분권 모형’을 제시하고 이를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논란을 정리했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복지자원의 분배와 관련해 누가(중앙 vs. 지방(광역 vs. 기초)), 무엇을, 왜,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해 답하려고 했다.

 

 

한국 복지국가에서 복지 분권의 특수성

분권이 복지국가를 약화시켰다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지만(Greer, 2010), 분권이 복지국가를 약화시켰는지 여부는 복지체제의 특성에 따라 상이하다. 북유럽에서는 (복지국가가 먼저 형성되었고, 분권이 뒤따랐던 것이 아니라) 분권이 복지국가 발전에 선행했다(Sellers and Lidström, 2007). 즉, 복지국가가 형성되기 이전에 이미 분권이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분권화된 권력구조에서 강력한 사민당이 주도한 복지국가의 건설이 역량 있는 지방정부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Huber and Stephens, 2001; Esping-Andersen, 1990). 왜냐하면 복지국가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이전에 중앙과 지방의 분권이 이미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복지국가를 확대한다는 것은 분권화된 중앙과 지방의 역량 모두를 강화시키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북유럽에서 지방정부는 다른 복지체제들과 달리 복지국가의 발전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Grønlie 2004; Östberg 1996). 반면 보수주의 복지체제와 자유주의 복지체제에서 복지국가의 확대는 중앙에 의존적인 지방정부(보수주의 복지체제)와 역량이 취약한 지방정부(자유주의 복지체제)의 형태를 취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분권화가 복지국가의 역량에 미치는 영향이 개별 복지국가의 역사적 조건에 따라 상이하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복지국가에서 중앙과 지방의 복지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는 한국 중심적 시각에서 조망될 필요가 있다.4) 왜냐하면 한국과 서구 복지국가에서 복지 분권이 갖는 의미는 보편성만큼이나 특수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에서는 분권이 복지국가 발전에 선행했고, 대륙유럽과 영국에서는 약한 분권 하에서 중앙정부가 주도한 복지국가의 확대가 의존적이고 약한 지방정부의 형성으로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서구에서 근대국가의 수립과정은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the Treaty of Westphalia)이래 분열되어 있던 지역과 도시의 점진적 통합과정이었다(Rokkan and Urwin, 1983, Ladner et al., 2019, 재인용).

 

반면 한국은 아자 가트와 알렉산더 야콥스(Gat and Yakobson, 2020[2013]: 154-155)가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서구인에는 생소한) 통념을 뒤집는 도전적인 저서 『민족』에서 확인했듯, 한국은 근대이전에 이미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인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했다. 서구에서 민족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의 형성이 17세기 이후 나타나 지역이 점진적으로 국민국가로 통합되는 과정이었던 것과는 대비된다. 물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형성이 곧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 통념과 달리 한국도 1894년 갑오개혁, 광무개혁과 일제강점 이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지방의 자율성이 높은 지방분권적 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조선의 지방관은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통괄하는 봉건제후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엄태석, 2016: 66-67). 일제강점이후 한국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사회가 되었고 해방이후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근대국가의 틀을 갖추면서 더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가 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서 복지 분권은 적어도 100년 이상 지속된 강력한 중앙집권적 유산을 전제로 진행되는 과제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복지국가의 건설과정이전에 분권화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과 강력한 중앙정부에 의존적이고, 약한 지방정부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한국은 북유럽 보다는 대륙유럽과 유사하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집권화의 과정이 복지국가의 확대와 함께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륙유럽과 상이하다. 굳이 한국과 유사한 사례를 서구에서 찾는다면 1990년 이후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과 함께 자본주의로 체제전환을 이룬 동유럽 국가들일 것이다. 동유럽 복지체제의 기본 특성은 한국처럼 ‘강력한 중앙정부와 약한 지방정부’라는 국가사회주의의 유산에서 복지국가의 확대와 분권 확대라는 이중과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유럽 복지체제는 재정적 분권이 다른 분야의 분권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점에서(Ladner et al., 2019: 139) 지방으로 사무를 이양하면서도 재원에 대한 통제는 여전히 중앙이 틀어쥐고 있는 한국과 유사하다.

 

정리하면, 한국 사회에서 복지 분권이 갖는 독특한 특성은 한국 복지국가의 과제가 서구 복지국가와 달리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복지국가의 역할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이를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과제만으로 제한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즉, 한국 복지국가에서 복지 분권의 독특성은 복지국가 형성 이전에 분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복지국가의 확대와 역량 있는 지방정부의 만들기 위한 ‘분권화’라는 이중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1980년대 이후 서구 복지국가에서 분권의 강화는 복지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을 지방으로 이양시키면서 복지국가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Greer, 2010), 복지국가와 분권을 통한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한국의 시도는 북유럽의 역사적 조건을 갖추지 않는 상황에서 북유럽 복지체제의 역사적 경험을 재현하려는 매우 독특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한국 복지국가의 과제는 시민의 실질적인 복지를 높이기 위해 복지국가 역량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고 복지 분권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강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가 상호보완적으로 복지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과제를 이렇게 설정하면 우리는 이제 왜 복지 분권의 강화가 한국 복지국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전략인지, 어떤 분권이 이러한 이중과제를 성취할 수 있는 분권인지를 답해야 한다.

 

 

복지국가의 현대적 확장을 위한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

 

강력한 중앙정부와 역량 있는 지방정부의 형성이라는 이중과제를 실현 하는 것을 통해 복지국가의 현대적 확대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장 먼저 시민의 관점에서 복지국가의 존재 이유를 이야기해야 한다.5) 큰 틀에서 보면 복지국가의 존재 이유는 시민이 직면한 질병, 노령, 돌봄, 실업 등 다양한 사회위험에 대해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분배체계를 구축해 시민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 복지국가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하면,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을 설계하는 핵심적 준거는 중앙과 지방, 광역과 기초 중 누가 어떤 사회위험에 대응하는 것이 시민의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데 더 효과적인지를 판단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대안적 분권 모형은 지역에서 민주적 정치의 활성화(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전제할 때 의미가 있다.

 

선행연구를 보면 복지 분권을 위한 다양하고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 사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효율성, 형평성, 실행성에 기초해 국가 보조금의 비율을 차등적으로 제안한 모형(구인회 외, 2009), 사무 배분의 효율성과 복지사업의 목표를 중심으로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연구(정홍원 외, 2019), 사회적 위험의 성격(보편적 vs. 선별적)과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 주체의 성격(전국 vs. 지역)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연구(윤홍식 외, 2020),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재량 여부와 급여의 성격(전국적 보편적 현금성 급여)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사무를 구분하는 제안(김형용 외, 2020) 등 다양한 연구들이 있다.

 

연구 마다 조금씩 상이한 분권 모형을 제시하지만, 그 내용을 큰 틀에서 보면 국가가 시민이 필요한 복지급여(현물과 현금)를 효과적·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명확한’ 역할 구분이 ‘반드시’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지역에 밀착되어 제공하는 복지급여(대부분 사회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적으로 통일성이 요구되는 급여는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사업별로 이루어졌던 지방이양의 문제를 비판하고 복지 분권이 기능에 따라 포괄적으로 이양되어야 한다는 합의에 근거한다. 다만 어떤 복지급여를 누가 담당해야 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 문제로 들어가면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합의는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합의에 입각해 일부에서는 큰 틀에서 소득보장정책과 사회서비스 정책을 기준으로 사무와 재정을 중앙과 지방이 빅딜(사회서비스는 지방이, 소득보장은 중앙이)하자는 제안을 한다. 현실적으로 중앙과 지방간에 큰 폭의 예산 조정 없이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를 현대적으로 확대하는 과제에서 이러한 조정(빅딜?)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빅딜을 통해 중앙과 지방의 권한과 역할이 지금보다는 더 분명해지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높아지며(지방분권), 지역에서 민주적 정치의 확장이 가능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지방자치).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사회에서 분권은 복지국가의 현대적 확대를 위해 중앙과 지방의 역량을 동시에 강화·확대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 간 불균등 발전의 폐해를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조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긍정적 측면에서든, 부정적 측면에서든 불확실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자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를 약화시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홍원 외(2019:104-105)는 국고보조사업 8개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분담부분을 중앙정부의 부담으로 전환하면, 2019년 기준으로 8조 6541억 원의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예산을 추가로 확보 할 수 있는데, 이는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사회복지사업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10조 2495억 원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8개 국고보조사업의 재정 부담을 중앙정부로 이전해 사회복지사업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1.8배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의 용역보고서에도 동일한 주장이 실려 있다(김형용 외, 2020: 2). 더 나아가 이러한 문제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무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도”가 낮은 원인으로도 지적된다(김형용 외, 2020). 일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복지국가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역량 있는 지방정부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확대해 자체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량 있는 지방정부의 필요는 돌봄, 실업, 질병, 노령, 산재, 교육 등 시민의 삶에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위험을 예방·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수평적으로 분담하는 것이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복지사업의 실행 할 수 있는 재량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지역에서 시도되는 혁신은 언제든지 환영하지만). 사실 위에서 열거한 중요한 사회위험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지역민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복지사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지방자치(local autonomy)를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복리에 독립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주는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으로 정의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Ladner et al., 2019: 15).

 

지방자치를 이렇게 이해하면, 복지 분권에서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예산’의 규모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민의 삶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복지사무에 관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지의 문제이고 이는 앞서 언급한 중요한 사회적 위험 중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고 대응해야하는지의 문제가 된다. 이렇게 보면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을 설계하는 출발점은 시민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위험 중 어떤 사회적 위험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하나는 복지국가가 사회적 위험에 대해 보편적으로 대응해야하는지, 아니면 선별적으로 대응해야하는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회적 위험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 누가 대응하는 것이 왜 적절한지의 문제이다. 그래서 이념적 분권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제안된 ‘민주적 분권 모형’(윤홍식 외, 2020)을 발전시킨 대안적 분권 모형을 만들 필요가 있다.

 

 

1) 대안적 분권을 위한 사무분담

대안적 분권 모형의 두 축 중 하나인 ‘사회적 위험과 대응 주체의 성격’에 따른 구분은 <표 1>과 같이 ‘복지급여 전달의 주체’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민주적 분권 모형에서 사회보장의 영역에서 ‘보장의 성격’으로 설명되었던 축도, 정확하게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의 성격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예를 들어, 노령으로 인한 소득상실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발생하는 보편적 사회위험이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자산·소득조사를 통해 저소득층을 선별해 지원할 수도 있고 자산·소득조사 없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보편적으로 지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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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편적·전국적’ 급여는 사회적 위험에 대해 보편적 대응이 필요하고, 급여의 제공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통일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는 경우이다. 자산소득조사를 수반하지 않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여에 기초한 현금급여, 아동수당 등과 같은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보편적 현금급여의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복지급여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중앙정부 또는 중앙정부의 산하기관(국민연금공단 등)이 급여전달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보편적·전국적’ 급여를 중앙정부가 전담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사회적 위험에 대해서는 보편적 대응이 필요하고 급여를 제공하는 주체가 지역적인 경우이다(보편적·지역적). 주로 돌봄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돌봄이라는 사회적 위험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으로 보편적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연금, 아동수당 등과 같은 현금급여와 달리 대응방식은 전국적이 아닌 지역적으로 이루어진다. 돌봄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은 시민이 거주하는 근린지역에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서울 관악구에 살고 있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서울 중구에서 제공받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토크빌(Tocqueville)이 민주주의에서 ‘근린정부’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시민이 자유롭게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거주 지역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 아동 돌봄과 관련된 보육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돌봄과 관련된 사회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큰 이견은 없다. 선정에서부터 급여의 지급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책임을 기초자치단체가 담당하게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교육과 관련된 서비스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중 누가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는 이후 기초와 광역의 역할 분담을 검토하면서 조금 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선별적·전국적 급여의 형태이다. 여기는 두 가지 성격의 복지정책이 있다. 하나는 사회적 위험의 성격이 보편적 사회위험이라 보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실 정치로 인해 보편적 급여 보다는 선별적 급여로 제공되는 경우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상자를 선별하지만, 자산·소득이라는 전국적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수급자가 자동으로 선별되기 때문에, 지역에서 재량이 수반되는 선별작업이 필요 없는 경우다. 기초자치단체는 국가기관으로서 단순히 접수창구의 역할을 한다. 다만 기초연금이 65세 이상 노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로 확대될 경우, 기초연금을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것에는 변화가 없지만, 제도의 성격은 선별적·전국적에서 보편적·전국적으로 전환된다. 기초연금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하면, 기초연금에 소요되는 재원의 상당부분을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툴민 스미스(Toulmin Smith)가 영국의 지방자치를 논하면서 언급한 독립적인 지역사회의 자율성을 위협하는 전형적인 상위 정부의 임의적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Smith, 1951). 2021년 1월부터 시행예정인 한국형 실업부조라는 ‘국민취업지원제도’도 전국적으로 동일한 자산·소득조사 기준을 적용해 전국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중앙정부가 담당한다.

 

마지막으로는 일견 합의가 쉬워 보이는 선별적·지역적 복지급여이다. 윤홍식 외(2020)는 이 급여의 ‘선별적’이라는 의미를 자산·소득조사라는 의미의 선별적 급여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복지사업이라는 의미에서 복지 급여의 대상이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제한된다는 지역적 선별성이라는 의미로도 사용했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의 성격을 더 강조했다. 그래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를 선별적·전국적 급여로 분류해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정도로 정리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적 위험의 성격이 선별적인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이다. 예를 들어, 빈곤은 누구나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보편적 사회적 위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노령, 실업, 질병 등이 빈곤의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빈곤이라는 사회적 위험을 선별적이라는 범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빈곤은 상대적 빈곤이건, 절대적 빈곤이건 해당 사회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자산·소득조사에 기초해 ‘빈곤’이라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방식의) 진단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소득조사라는 선별기제는 (기초연금처럼 정해진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필연적으로 이를 선별하는 주체의 재량이 존재 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대상은 법률에 의해 명확히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대상자를 선별하는데 재량이 없다는 것이 복지 분권과 관련된 연구자들의 다수 의견이다(정홍원 외, 2019; 김형용 외, 2020).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기초수급자의 대상자는 발굴에서부터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와 관련해 현장에서 폭넓은 재량이 행사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전담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수급에 배제되거나, 예산제약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수급자를 일정수준에서 유지하려는 시도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로능력 유무에 대한 판단도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 수급대상자가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신청해서 수급자로 선정되는 것은 실제로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간단하게 자격을 판별하는 기능적인 과정만으로 생각할 수 없다. 서류준비 과정에서부터 수급자격을 부여 받을 때 까지 수많은 변수가 있고, 이 과정에서 현장 공무원의 재량이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수급신청자의 시민으로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이 일상이다. 빈곤사회연대와 한국도시연구소(정성철·김윤영·김윤민, 2019: 21)의 보고서를 보면 수급신청을 한 참여자는 이러한 과정에 대해 “서류 만들고 신청 끝가지 하는 거 진짜 죽고 싶고 힘들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공공부조의 신청과정에서 동주민센터에서 벌어지는 소위 수급자격을 주지 않기 위해 ‘밀어내기 현상’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반드시 이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앞서 언급했듯이 북유럽에서는 복지국가가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이전에 이미 분권화가 이루어져 있었고 빈곤에 대응하는 책임은 기초자치단체의 중요한 사무였다), 복지급여의 자격을 부여하는데 현장의 역할과 재량이 중요한 경우 북서유럽의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에서 그 역할을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이유이다.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들에서 공공부조는 기초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복지 사무 중 하나인 이유이다. 한국적 상황에서도 유사하다. 그래서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에서도 사회적 위험이 선별적 성격을 갖는 경우 그에 대응하는 선별적 복지급여는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극단적인 참사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 중 하나도 기초생활보장과 관련해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중앙정부는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그 외에 수급자 선별과 관련된 일은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고용과 관련된 일자리 사업을 국가보조사업으로 유지할지 아니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에서는 노동시장이 특정지역에 공간적으로 제한되지 않고,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국가보조사업으로 존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정홍원 외, 2019:106). 물론 한국판 뉴딜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정책으로서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과 같은 국가차원의 산업정책은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사업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집행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고용지원과 교육훈련이 효과적으로 일자리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거주민이 출퇴근을 할 수 있는 범위에서(때로는 거주 지역을 옮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이러한 지역의 산업구조를 반영한 고용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교육훈련 및 고용지원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효과적·효율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울산광역시의 경우 제조업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서울특별시는 서비스업이 절대적이다. 같은 서비스업이라도 서울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울산의 경우는 제조업과 연관된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중요할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인 판단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농림어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서비스업도 관광과 관련된 서비스가 중심일 것이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다른 산업구조를 갖는 것이 사실이라면, 국가의 성장전략 차원에서 기획되는 산업정책과 연관된 일자리 사업을 제외하고 지역민에게 안정적 고용을 보장하는 일자리사업은 중앙이 아니라 지방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광역자치단체가 담당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하지만,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서울, 부산과 같이 일정한 인구규모와 산업을 갖추고 주민의 거주지역과 일자리가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구역과 상이한 경우는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이 크겠지만, 거주지역과 일자리가 있는 지역이 동일한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광역보다 기초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광역시와 도의 역할이 구분되고, 광역시의 자치구와 도의 자치군의 권한이 상이하게 나누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렇게 구분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서울, 경기, 인천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주민의 거주 지역은 서울 인근 지역인 인천과 경기지역이지만, 일터는 서울일 가능성이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부산-울산-경산의 경우도 유사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원칙적으로 광역단체가 주도하되, 경계를 넘어서는 문제는 광역단체들 간의 협의기구를 활성화시키고 특정지역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정수준에서 중앙정부의 지원과 관리감독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사업과 관련해서 지역 산업의 수요를 반영한 일자리가 아닌 공익적 일자리 사업이거나, (노동능력 유무를 구분해 복지급여의 자격을 부여하려는 한국 복지의 전근대적 유산이라고 생각되는) 초등학교급식도우미, 노노케어-실버돌보미 등 노인일자리사업과 같은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존하기 위한 (교육훈련을 포함한) 일자리 정책은 기초자치단체가 주체가 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원칙적으로 이런 사업은 일자리사업이라기 보다 취약계층을 선별해 소득을 보존해주는 소득보장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2) 기획과 관리감독의 주체

한국 복지국가의 복지 분권의 모호함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안 중 하나는 중앙정부가 기획하고 결정한 복지정책의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게 강제적으로 전가한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의 시행은 2012년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중 하나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없이 중앙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강제된 정책이다. 다른 하나는 복지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했지만, 제도의 기획, 설계, 변경에 관한 권한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거나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한 복지정책과 유사한 사업을 중앙정부차원에서 새롭게 만드는 일이 반복되었다. 사회보장법기본법과 사회복지사업에 따라 지역사회의 노인보호는 지방자치단체가 분명한 책임주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은 지방자치단체는 단순히 중앙정부의 지침을 집행하는 역할만 담당하고 제도의 기획과 변경 등 핵심적인 사안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마련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최정호·남성진·이진모, 2015: 217). 시니어클럽과 노인 일거리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한 이후에 중앙정부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재도입 확대했다(정홍원 외, 2019: 60).

 

복지정책의 기획과 관리감독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복지 사무분담에서 논했던 복지정책의 성격에 따라 분담하면 큰 틀에서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복지 사무를 맡는 주체가 기획과 관리감독을 100% 독자적으로 담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복지정책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과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이 정치를 만든다는 이야기처럼 정책은 새로운 정치경제적 조건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복지정책의 기획과 관리감독의 주체는 사무분담에 따라 명확히 규정되어야 하지만, 중앙과 지방의 수평적 협의와 분담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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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전국적 복지사무에 대해 중앙정부가 기획과 관리감독을 수행하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가 단순한 창구역할을 하는 보편적·선별적 복지사무에 대해서도 중앙정부가 기획·설계와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것에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영역은 보편적·지역적 사무와 선별적·지역적 사무에 관해서이다. 돌봄과 같은 보편적·지역적 사무는 보편적 사회위험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대응하는 정책영역으로 적절한 서비스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표준적인 기준이 필요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그 표준적 기준의 범위 내에서(또는 표준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그 이상으로) 재량을 발휘할 수 있다. 보편적·지역적 사무의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이 영역의 사무와 관련된 기획·설계는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중앙정부가 설정하는 돌봄 서비스의 기준은 직접적으로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특히 기초자치단체장과의 인터뷰에서 단체장들이 지속적으로 중앙과 협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던 부분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관리감독의 제1주체는 당연히 사업을 집행하는 기초자치단체가 되어야 한다. 다만 기초자치단체가 법률적으로 정한 표준적인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광역자치단체에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선별적·지역적 복지 사무는 다소 복잡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는 대상자 선별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 재량은 중앙정부가 설정한 전국적 기준에 기초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제도의 기획·설계는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제도를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제도의 기획과 설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감독은 광역자치단체에서 집행하고 이 또한 법률이 정한 기준을 준수하며, 법률의 범위 내에서 재량을 발휘했는지가 점검될 수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범위로 제도의 대상이 한정되는 자치단체의 고유한 정책은 사무관할 범위 내에서 당연히 지방자치단체가 기획과 설계를 주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한 정책과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정책의 대상이 겹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선별적·지역적 사업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유사중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 보다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중심에 놓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노인 빈곤 문제를 살펴보면 2017년 현재 한국 노인의 상대 빈곤율이 43.8%로 다른 OECD 회원국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OECD, 2020), 소득하위 노인에 대한 추가적인 급여는 유사중복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정책을 보완하는 정책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말해, 제도의 목적과 대상이 중앙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유사하더라도,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의 특성에 맞게 추가적인 제도를 도입·시행하는 권한은 온전히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협의기구를 통해 제도시행 전에 중앙과 자치단체 간의 협의는 필요하다. 그 밖에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수한 욕구를 반영해 시행하는 제도나, 상급정부에서 시행한 적이 없는 실험적·혁신적 정책을 기획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권한이다.

 

 

3) 재정분권

이제 남은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사무분권과 기획·설계, 관리감독의 권한이 정해졌을 때 복지 사무에 소요되는 재원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담당할 것인지 이다. 쉽지 않은 문제다. 여기서도 보편적·전국적, 선별적·전국적 사무의 경우 재원을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문제는 보편적·지역적, 선별적·지역적 사무와 관련된 것이다. 복지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면 당연히 해당 재원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는 것이 타당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먼저 선별적·지역적 급여의 핵심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재정분담 문제를 살펴보자. 사회적 위험이 선별적 성격을 갖는다고 해도 빈곤과 같은 선별적 사회적 위험이 특정한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지방자치단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분포를 보면 불균등한 산업화의 결과를 반영하듯 지역적으로 그 대상자의 규모가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전라북도는 인구 대비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5.6%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반면,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는 1.6%로 전국 평균 3.5%보다 크게 낮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국고보조금 차등보조율제도를 통해 재정적 형평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공부조의 재원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기는 것은 재정적으로 취약한 자치단체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앞서 언급했듯이 현장에서 ‘밀어내기’ 문제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재원의 전부를 담당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자산·소득조사에 기초해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이 필수적인 공공부조의 경우는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 분담을 전혀 지지 않는다면 선정의 공정성을 약화시켜 편의적 선별이 발생해 제도의 비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자 선정에서 실질적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전혀 수반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번거롭고 복잡하며, 논란이 큰 대상자 선정에 대해 공정성과 엄밀성을 기할 동기가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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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재원의 대부분은 중앙정부가 부담하지만, 지방자치단체도 제도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정도에서 재원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현재 차등보조율에 따른 부담이 적절한지에 대한 것이다. 2019년 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 급여인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총지출액 13.2조 원 중 국비는 77.3%(10.2조), 지방비는 22.7%(3.0조)이다. 2022년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실질적으로 폐지될 경우 지방비는 3.0조 원에서 5.8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국회예산정책처, 2019). 이는 국고보조사업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조율에 따라 지방이 소요예산을 자동적으로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대안적 분권 모형에서 공공부조를 기초자치단체의 사무로 이관할 경우 기초자치단체의 분담률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력에 따라 5~10% 이내에서 결정하고 광역의 분담금은 기초자치단체 간 형평성을 재고하는 용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물론 선별적·지역적 급여 중 지자체의 고유한 사업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100% 재원분담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혁신적 시도를 장려하기 위해서, 중앙정부 또는 광역자치단체와의 협의 하에 혁신적 시도에 대해 중앙 또는 광역이 소요재원의 일부를 동기부여의 차원에서 부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편적·지역적 급여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도성이 선별적·지역적 급여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예산의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하고, 이에 따라 재원 또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도 중앙과 광역단체는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의 차이가 서비스의 질적 차이로 나타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

‘민주적 분권 모형’에 기초한 대안적 분권 모형은 지방자치-균형발전-지방분권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지역에서 복지 자원의 분배가 지역정치의 핵심적 의제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핵심은 지방자치단체, 구체적으로 기초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규정함으로써, 상위 정부·단체의 임의적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은 다음과 같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분권은 복지급여의 전달 주체의 성격과 사회적 위험의 성격에 따라 구분한다. 다만 앞에서 검토하지 못했던 광역과 기초 간 복지 분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분담을 추가적으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광역과 기초의 역할분담은 유럽연합의 권고사항을 참고해 해당하는 급여가 거주민의 근린지역에서 이루어지는지(질 수 있는지) 여부와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계가 중요한지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이렇게 보면 의료와 교통과 관련된 서비스는 기초단위에서 이루어지기보다 기초의 경계를 넘어서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의료 서비스 또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정규모의 시설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광역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교육과 관련된 서비스를 누가 담당할 것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우리가 광역단위로 교육 자치를 시행하고 있고 유럽과 달리 기초의 교육자치보다는 보편적이고 평등한 공교육 서비스 제공을 우선하기 때문에 광역자치단체에서 지방교육청과 상호보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덧붙여 기초자치단체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필요한데,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큰 재원이 소요됨으로 기초자치단체가 담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미 선행연구에서 지적했듯이 이러한 서비스 인프라와 관련된 사업은 광역자치단체에서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광역자치단체의 핵심적 역할은 중앙정부가 광역 간의 격차를 완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처럼, 기초자치단체 간에 상이한 재정여력으로 지역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과 질이 불평등하게 제공되지 않도록 격차 완화를 위한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중앙-광역-기초 간에 이렇게 역할분담이 이루지면, 중앙-광역-기초는 위계적 관계에 있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복지국가라는 큰 틀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수평적 관계에 있게 된다. 그리고 복지국가 차원에서 보면 각각의 영역은 분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라는 틀에서 상호 밀접한 관계 속에 통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중앙과 지방, 광역과 기초 간의 상호 긴밀한 협의를 할 수 있는 제도화된 협의장치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에 대한 논의를 통해 우리는 한국 복지국가에서 복지 분권의 문제가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하는 문제를 넘어 한국 복지국가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안적 복지 분권의 형태도 이에 기초해 논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기초했을 때 한국 복지국가에서 바람직한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을 제안하는 과제는 단순히 분권의 좋은 요소를 결합해 하나의 이상적인 복지 분권 모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걸어왔던 역사적 유산과 한국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에 기초해 분권 모형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복지국가의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강력한 중앙정부와 역량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존할 수 있는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을 찾는 길이 될 것이다.

 

이에 기초해 본 연구는 민주적 복지 분권의 초기 논의를 발전시킨 대안적 복지 분권의 모델을 제시했다. 핵심은 시민의 관점에서 사회적 위험의 성격과 급여의 제공주체의 성격이라는 2가지 차원에서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을 기획하는 것이다. 복지 분권을 강화하려는 핵심적 이유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지역의 특색 있는 복지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그 지역만의 복지제도는 의미 있고 창의적인 시도로 장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자체단체 간의 분권이 필요한 이유는 국민국가의 국민이자 지역의 주민이라는 이중적 시민권을 갖고 있는 시민이 직면한 사회적 위험에 누가 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시민의 기본권을 더 잘 보장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역량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한 분권은 분권만으로는 이룰 수 없으며,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이라는 다른 두 개의 기둥이 뒷받침될 때 실현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을 실현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분명해진 국제적 조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이래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신자유주의 기조가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유효성이 공식적으로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0월에 개최된 세계은행과 IMF의 연례회합은 공식적으로 통화정책에 기초한 인플레이션과 긴축이라는 국가운영 기조의 원칙의 공식적 폐기를 선언했다. 40년 만에 국가가 다시 시민의 안전한 삶을 지키는 핵심 주체로 재등장한 것이다. 지난 40년간 진행된 복지 분권이 국가의 약화가 아니라 국가의 강화라는 맥락에서 재배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의 귀환이 다시 과거와 같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거기엔 국가의 국민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지역에서 살고 있는 거주민으로서 시민이 갖는 이중적 정체성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나타난 국가의 귀환은 이 글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강력한 중앙정부와 역량 있는 지방정부의 동시적 귀환을 보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길은 그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길이다. 대안적 복지 분권 모형의 구상은 그 새로운 길을 내는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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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발표문은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발주한 윤홍식·김진석·신진욱·이충권·정창수·황혜민. 2020. <중앙-지방정부간 역할 분담에 관한 연구: 강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존> 개조식으로 작성된 보고서 중 윤홍식이 작성한  결론부분을 본 발표를 위해 수정·보완한 것이다. 풍부한 논의는 보고서 원문에 실려있다.

2)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방자치단체,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복지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통상적으로 복지 분권의 핵심 주체는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기초정부, municipal government) 상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Landner et. al., 2019).   

3)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가 통폐합이 시작된 시점이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시기는 스웨덴에서 사회서비스가 복지국가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등장한 시기와 일치한다. 즉, 기초자치단체가 사회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가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데, 한국 중심적 접근방법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관점이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 중심적 접근방법은 코헨이 이야기 한 것처럼 보편성을 간과한 한국만의 예외성을 강조하는 접근방법이 아니다. 코헨은 중국의 자본주의화의 예를 빌어, 제3세계에서 자국 중심적 접근방법은 세계사적 보편성과 자국 역사의 특수성의 균형적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도 한국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복지 분권을 조망하는 것도 이러한 틀 거리에 기반 했다.

5) 굳이 시민의 관점이라고 적시한 이유는 분배체계로서 복지국가의 존재 이유가 단순히 시민이 직면한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체계로 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복지국가는 역사적 자본주의 산물이고, 자본주의 생산체제의 고유한 분배체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윤홍식,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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