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12-01   929

[기획1] 늦어진 과제, 기후위기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기후위기는 얼마나 긴급한 문제인가?

2021년 말 현재 기후위기는 ‘환경 영역’에 관심을 둔 일부 시민의 의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중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이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 참여한 것이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각 정당들이 서로 기후위기 대처방안을 두고 경합하는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위기의 긴급성에 대한 공감대는 아직 높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여기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몇 가지 잘못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잘못된 이미지가 기후위기를 중대한 지구적 문제임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우리의 현실문제로 자각하는 데 방해를 하고 있다. 

첫 번째 잘못된 이미지는 기후위기를 ‘북극곰 살리기’ 문제로 보는 것이다. 녹아내리는 빙하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북극곰 이미지가 그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를 막을 기준 온도인 1.5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추가 상승하기만 해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균 온도가 상승하고 사람들의 거주지역 대부분에서는 극한 고온이 발생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호우 및 가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유엔의 ‘1.5도 특별보고서’는 밝히고 있다.1) 만약 2도까지 올라갈 경우 해수면이 10cm 더 상승하고 빈곤에 취약한 인구가 수억 명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것만 보아도 기후위기는 북극곰 생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포함한 지구 모든 곳에서 생활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둘째로, 기후위기 대처가 ‘하나뿐인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오해가 있다. 이는 문자 그대로 오해다. 지구는 1.5도는 물론이고 현재 관성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아서 금세기 말에 4도 이상까지 온도가 상승해도 아무런 문제없이 건재할 것이다. 과학 저널리스트 피터 브래넌(Peter Brannen)은 <대멸종 연대기>라는 저서에서, 지구에서 지난 4.5억 년 동안 다섯 번의 생물 대멸종(생물의 70% 이상 멸종)이 있었다고 전한다.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지구사 최악의 사건은 모두 행성의 탄소순환에 일어난 격렬한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2.5억 년 전 페름기 말 지구상 생물 96%가 멸종한 최대사건의 경우,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가 무려 8,000ppm이었다고 추정한다(현재는 고작(?) 410ppm을 넘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 지구 평균온도는 무려 6도까지 추가 상승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지구는 살아남아서 트라이아스기 대멸종과 백악기 대멸종까지 두 번의 대멸종을 더 겪은 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금의 지구 온난화 정도로는 지구 자신이 생존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온난화된 지구 위의 생물과 인간의 생존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잘못된 이미지는 기후위기 대처가 ‘미래세대를 위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역시 상당한 착각이다. 이미 지구 온도는 2021년 현재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서 1.1~1.2도 상승한 상태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10년마다 0.2도씩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획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빠르면 2030년 늦어도 2040년 안에 1.5도를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지난해 여름 우리는 54일간의 최장기 장마를 직접 겪었고, 2019~2020년 사이에 약 10억 마리의 생물개체를 희생시켰던 호주의 산불 소식을 접했던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이미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앞으로 10~20년 이내에 미래세대가 아닌 우리 세대, 지금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세대들이 기후위기의 피해를 직접 겪게 될 것이다. 당연히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네 번째로, 기후위기 대처를 위해 당장 무언가를 서둘러 실행하기보다는, 상당히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것처럼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이정표의 하나로 2050년 탄소중립을 언급하지만, 정작 중요한 지표는 ‘2030년 탄소배출 절반 감축’이다. 왜 그런가? 앞으로 10년 동안 탄소배출을 지구적 수준에서 절반 이하로 감축시키는가 아닌가에 따라서 그 뒤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추진되는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도 대체적으로 ‘10년 국가 프로젝트’로 제안되고 있다. 미국의 청소년 기후운동단체 선라이스운동(Sunrise Movement)이 “그린 뉴딜은 2030년까지 100% 청정 그린 에너지를 달성하고,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해주며, 노동자와 일선 공동체들에게 정의로운 전환을 해주기 위해, 미국 사회의 각계각층을 참여시키는 10년 플랜”이라고 정의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은 30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노동조합(또는 시민사회)에게 기후위기는 노동조합의 전통적인 과제에 얹어진 부가적인 사회적 과제라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이것도 심각한 오해에 속한다. 예를 들어, 한국 자동차는 등록 대수 기준으로 2020년 9월 현재 2,42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 대처를 위해 최근 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판매 금지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 금지할 계획이고 프랑스 역시 2030년 가솔린/ 디젤차를 퇴출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2035년부터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먼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심지어 중국도 2025년까지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25%를 전기차로 채우고 2035년부터 가솔린 디젤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 규제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의 자동차 제조업들은 이미 전기차 전환 경쟁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만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기로 했고, 볼보, 포드, GM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혼다도 2040년까지 전기차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에서 예상보다 빨라진 전기차 전환은 기존 완성차 부문뿐 아니라, 부품업체들,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업체들까지 기존 연관 산업의 존폐와 고용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글로벌 생산체인 변화로 인해 지난 시기 해외 아웃소싱 바람이 불었던 것 이상의 고용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기후위기가 ‘노동 외부의 사회적 사안’이 아니라 ‘노동 내부의 중대 이슈’가 되는 이유다.

유엔은 기후위기에 ‘코드 레드’를 경고하다

지난 2021년 8월 IPCC는 5차 보고서가 발표된 후 8만에 여섯 번째 기후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정확하게 표현하면 기후위기의 원인 등을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하는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변화 적응, 영향, 취약성을 연구하는 제2실무그룹과 기후변화 완화와 감축 방안을 연구하는 제3실무그룹 내용을 포함한 종합보고서는 2022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위기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과 취약성, 감축방안 내용을 담을 나머지 보고서들의 토대가 되는 기초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6차 보고서 내용을 보면 기후위기가 현재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지에 대해 과학적 기초를 가지고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린피스는 이번 보고서 핵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1. 우리가 당면한 현재의 위기 상황은 어떤지, 2. 앞으로 어떤 상황들이 전개될 것인지, 3.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2) 우선 첫째로 당면한 위기상황에 대해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자연적 요인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 때문임을 매우 명백하게 재확인하고 있다. “인간이 대기, 해양, 토지의 온난화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은 명백하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광범위하고 급격한 변화가 대기, 해양, 빙권(극지방과 고산 빙하지대), 생물권에서 발생했다.” 아울러 현재 상황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410ppm)가 2백만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결과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09°C 상승한 상태라고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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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2014년 5차 보고서 발간 이후 상황이 더 나빠진 대목을 적시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2016~2020년) 기온은 1850년 이후 가장 높았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그린란드의 평균 빙상 유실 속도가 1992~1999년 기간 대비 약 6배 상승했으며,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기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로서 인간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최근의 이례적인 폭우, 가뭄, 열대 태풍 및 복합적인 극한의 기상 현상(폭염, 가뭄, 산불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는 더욱더 명확해졌다. 그런데 지난 2015년에 무려 196개국 국가들이 파리에 모여 온실가스 감축을 합의하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일까? 기본적으로 파리협약은 협약 자체가 강제성이 없는 데다가 각국이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량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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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둘째로 앞으로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과거의 예측보다 기후위기가 10년 정도 앞당겨졌다는 보고는 6차 보고서가 주는 가장 큰 경고 중 하나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1.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기간이 기존에 알려진 2030~2052년에서 약 10년이 단축된 2040년으로 추정되었다고 말한다. 그 결과 당장 극단적인 날씨(폭염, 가품, 폭우, 홍수, 폭설 등)들이 과거에 예측했던 것보다도 훨씬 자주 발생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기후위기는 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바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인데, 해수면 상승과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 해양산성화로 인한 산호초 백화현상 등 미치는 파급력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빨리 전개될 것이다. 특히 평균온도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온도가 상승할 극지방이 예상보다 빠른 변화가 압도적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1.5도까지 온도 상승을 억제한다고 하더라도 2050년 이후에 북극의 얼음은 절반 정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지구생화학적 순환이나 식량 생산, 생물 다양성,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은 예전으로 되돌리지 못한 채 사실상 영구적인 변화로 귀착될 것이다. 

IPCC 6차 보고서의 충격과 영향은 심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를 두고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code red), 즉 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라며 “화석연료와 삼림 벌채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즉각적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면서 “IPCC의 새 보고서 내용은 놀랍지 않다”며, “보고서가 제시하는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결정을 내리는 일은 오직 우리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또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폭염, 산불, 폭우, 홍수 등 기후위기가 빚어내는 충격은 더 극심해질 것”이라며 “이제 인류는 진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3)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시대의 도전과제

유엔이 6차 보고서에서 다시 확인한 것은 기후위기가 명확히 인간의 책임이라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대부분의 ‘자연재난’도 실상 ‘인간이 유발한 인재’라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각 국가에서도 사회적 계층에 따라 배출 책임이 다르다. 특히 개인별 소득수준 격차가 탄소배출의 격차를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기준으로 상위 20% 부유층이 탄소배출의 3/4의 책임이 있고, 하위 2/3는 고작 20%밖에 책임이 없다. 그래서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함께 연구했던 뤼카 상셀은 이렇게 요약한다. “경제적 불평등이 크게 보아서 환경적 불평등을 결정한다.” 한 마디로 소득과 부를 많이 누린 사람들이 기후위기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평등 문제와 기후위기가 교차하기 시작하며, 필연적으로 기후위기에 복지문제가 개입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산업, 도시, 일상 모든 방면에서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은 엄청난 비용과 충격을 동반한다. 문제는 기후위기에 책임이 많은 고소득 국가와 고소득층은 충격을 감당할 자원을 보유한 반면, 기후위기 책임이 적은 저소득국가 저소득층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 국가 안에서 볼 때 대체로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사람은 환경의식이 부재하거나, 사는 지역이나 개인 선호에 따르며, 상당 부분 ‘소득 차이가 탄소배출 차이’를 만든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은 더 많은 자연자원을 사용하고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공기청정기나 고급 냉난방 장치 등을 통해 기후위기를 피할 수단도 제일 많다. 

하지만 하위 80%는 탄소배출을 가장 적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고 기후위기 피해에 대처할 능력도 가장 떨어진다. 더욱이 탈-탄소전환과정에서의 피해도 가장 많이 볼 가능성이 있고, 전환과정에 대처할 자원과 역량도 가장 부족하다. 따라서 ‘더 배출한 사람이 더 책임져야 정의로우며’, ‘탈-탄소전환과정이 역으로 불평등을 줄이는 계기’로 삼아야 다수 시민이 참여하는 전환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탈-탄소사회로의 전환과 사회적 전환(불평등 해소)는 함께 가야만 둘 다 성공할 수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1) https://www.gihoo.or.kr/portal/kr/community/data_view.do?groupid=7&idx=22503

2) “지구 운명 담은 IPCC 보고서, 그리고 해결책 10가지”. 그린피스 2021. 8. 21.

3)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 …세계 지도자들, 기후변화 행동 촉구”. 2021.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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