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4-08-11   1598

[연속기고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②] 국민의 8%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받아야

참여연대가 함께하고 있는’기초생활보장제도지키기연석회의’에서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정망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태와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을 다양한 복지 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기획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기초생활보장제도 뒤집어보기]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① ‘참 좋은’ 개별급여?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세 가지

② 정부의 야심찬 맞춤형 개별급여, 정말 좀 별로다

③ 부모 부양 거절한 아들, 욕할 수만은 없다

④ 고혈압·당뇨 환자에게 일하라는 정부, 참 야박하네

⑤ 최저생계비 받는데, 왜 무료급식소 전전하냐고?

⑥ 고시원비 25만원인데 주거급여 10만원…막막하다

⑦ 기저귀 찬 8살 딸아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모두 원하는 ‘경제살리기’, 이 제도면 가능하다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②] 국민의 8%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받아야

 

 

지난 봄 국회의원 선거 때 “OO당 때문에 기초연금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에 걸린 것을 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지난 7월 25일부터 기초연금법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10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었고 이 법의 통과를 근거로 한 주거급여법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회에서 논란만 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의 핵심은 최저생계비 단일 기준으로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의  영역을 선정·보장하는 현행 ‘통합급여체계’를, 최저생계비를 구성하고 있는 비목을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으로 쪼갠 후에 각 비목에 따라 선정기준을 차등적으로 정하는 ‘개별급여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규모의 사각지대이다. 보건복지부의 ‘비수급비곤층 추이’ 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수는 아래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800만 이상의 빈곤층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단 134만명(2014년 6월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7%에 불과하다. 그리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수급 빈곤층은 400만명이 넘는다.

 

박근혜 정부의 개별급여제도가 걱정되는 이유

 

개별급여제도는, 참여정부 때부터 최저생계비 단일 기준으로 수급권자를 정함에 따라 실제 생활이 어려우나 수급권자로 책정되지 못하면 부분급여도 받기 어려운 제도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이 검토되었다. 비수급빈곤층이 생계·의료·주거·교육의 4대급여 중 생계비는 못 받더라도 한두 가지 급여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참여정부 시절 당시, 기획재정부와 야당의 반대로 기초생활보장 단일 항목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주거비는 국토교통부로, 교육비는 교육부로, 의료비는 건강보험으로 이관시켜 각 부처별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면 기초생활보장 단일 항목의 예산을 증액하는 것보다 예산확보가 용이해 결과적으로 공공부조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여정부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이 안을 검토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생계급여 선정과 보장수준이 최저생계비수준을 넘고, 나머지 3대 급여의 선정기준이 더 후해져서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의 수가 늘고, 많은 비수급빈곤층이 부분적이나마 혜택을 더 볼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면, 시민단체나 당사자들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개별급여제도는 예산은 별로 증가 시키지 않은 채 기존의 수급자에게 모두 다 주던 것을 줄여 그것을 신규수급자에게 조금씩 나누어주려고 하는 의도인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또한 기초보장 예산을 연성화 하고, 근로능력자를 기초보장제도에서 배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장기적으로 대상자 축소와 예산축소를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우려된다.  

 

문제는 통합이냐, 개별이냐가 아니다. ‘개별급여제도의 도입으로 공공부조제도의 보장수준을 높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조삼모사 식으로 겉으로는 개선된 것처럼 포장되어 있으나 실제로 공공부조제도를 훼손하려는 것인지’가 문제다. 개정안이 아래의 세 가지를 제대로 이행할 때 이러한 우려는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에 최저생계비는 권리성 급여로써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을 정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로 규정하고 있어서 행정부처의 재량으로 기초생활보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개별급여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공공부조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법 정신을 훼손할 의도가 없다면 권리성 급여 조항을 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경제 침체 등으로 빈곤층은 늘어나는데 수급자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나쁜 법이냐 좋은 법이냐는 수급권자의 수가 얼마나 증가 되었느냐로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나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이 정부추계로만 약 117만명(2010년 빈곤실태조사)이나 된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에 부양의무자의 간주부양비, 재산의 소득환산액, 및 추정소득을 합쳐서 정해진다.

 

터무니없이 높은 간주부양비, 금융자산의 경우에 연 75.12%(한 달 6.26%), 자동차의 경우에 연 1200%(한 달 100%)의 금리로 소득을 환산하는 재산의 소득환율 등의 완화를 통해, 수급권자의 수가 대폭 증가될 때 비로소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이 진심으로 개선할 의지가 있는 법안임이 판명될 것이다.

 

현재 정부는 비수급빈곤층의 13% 정도를 신규 수급자로 편입하려고 하는 것 같다. 가족의 부양의무를 공공부조제도의 수급조건으로 규정하는 방식은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도 1990년 부양의무자 기준을 수급자 선정요건에서 제외했다. 간주부양비, 재산의 소득환산, 추정소득 등으로 수급을 받지 못하는 가구에게 의료, 주거 등의 절실히 필요하고 다급한 부분급여라도 지급하자는 것이 본 법 개정안의 도입의 근본적인 취지가 아닌가?

 

만약 예산 제약으로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기준을 대폭 완화시키지 못한다면 의료·주거·교육 등의 급여 수급자 선정기준만이라도 기초연금과 마찬가지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고,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연 5% 수준으로 낮추어야 할 것이다. 만약 생계급여와 선정기준이 같다면 그것이 바로 통합급여이지 무슨 개별급여인가? 개별급여의 진정한 의미는 개별 선정 및 개별 보장수준이다.

 

 

공공부조제도의 개선, 경제살리기 방안이다

 

아래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는 주거급여 기준을 중위소득의 43%선으로 정하고, 주거급여 수급자의 수를 현행 115만명에서 157만명으로 42만명 증가시키고, 평균급여액을 1만4천원(3.3%) 높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수는 128만 가구로 한 집에 평균 2인이 거주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5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157만명에게만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40% 가까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주거급여 수급권자 선정기준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 기준이 되어야지 최저생계비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올해 7월부터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예산 부담은 노인들의 기초연금액수인 1221억 원 만큼 줄어들었다. 그리고 주거급여를 국토교통부에서 지급하고, 교육급여를 교육부에서 지급하게 됨에 따라 올해 1660억 원이던 교육급여 예산과 7285억 원이던 주거급여 예산만큼 기초생활보장 예산부담이 줄어들었다.

 

이렇듯 기초생활보장 부담이 가벼워졌다는 것은 생계급여 수급자의 수를 증가시키고, 현금보장 수준을 빈곤선 이상으로 지켜 주기 쉬운 여건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계급여 수급권자 선정기준을 중위소득의 30%이상으로 유지하며, 현금급여 총액 또한 중위소득의 30% 이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을 법에 명시해야 할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 당시(1998년) 여당 중진 의원에게 국민의 8%는 수급권자로 책정되어야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더니, “그럼, 8%의 표를 얻고 92%의 표를 잃는 법안이군요”라고 대답했었다.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표계산을 하기 때문에 올해 두 번의 선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던 것이다.

 

공공부조제도의 개선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고, 사회정의의 실현이자, 사회통합의 방안이다. 뿐만 아니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부르짖는 가계 가처분 소득 제고를 통한 경제 살리기 방안이다.

 

저축률이 높은 고소득층과 달리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는 곧바로 소비로 연결된다. 미국의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 라도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고 했다. 헬리콥터로 뿌리지는 않더라도, 국민의 8% 정도는 부분급여 중 한 가지라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제도가 개선될 때 경기도 살아날 것이다.

 

 

* 이 글은 류정순 공동대표(한국빈곤문제연구소)의 기고입니다. 원문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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