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4-08-28   3292

[연속기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뒤집어보기⑤] 최저생계비 받는데, 왜 무료급식소 전전하냐고?

참여연대가 함께하고 있는’기초생활보장제도지키기연석회의’에서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정망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태와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을 다양한 복지 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기획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기초생활보장제도 뒤집어보기]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① ‘참 좋은’ 개별급여?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세 가지

② 정부의 야심찬 맞춤형 개별급여, 정말 좀 별로다

③ 부모 부양 거절한 아들, 욕할 수만은 없다

④ 고혈압·당뇨 환자에게 일하라는 정부, 참 야박하네

⑤ 최저생계비 받는데, 왜 무료급식소 전전하냐고?

⑥ 고시원비 25만원인데 주거급여 10만원…막막하다

⑦ 기저귀 찬 8살 딸아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최저생계비 받는데, 왜 무료급식소 전전하냐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뒤집어보기⑤] 생존권 보장의 마지노선, 최저생계비

 

 

1966년 UN총회에서 생존권적 기본권, 사회적 기본권 등으로도 불리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이 채택되었다. 이후 한국에서는 1990년 7월 10일에야 발효되었다. 이 규약은 복지국가의 이념에 바탕을 두고 적절한 주거환경, 음식, 물, 위생, 건강, 일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행위에 의한 개인의 생존권 확보를 규정하고 있다.

 

사회 정책의 중요한 지표로서의 최저생계비

헌법에 선언적으로 언급되어 있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헌법 제10조)’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는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제정으로 드디어 구체화 되었다. 기초법에는 ‘최저생계비 공표’와 ‘최저생계비 이상의 국가 생활보장 책임’이 명시되어 있다. 최저생계비는 헌법이 정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말한다.

 

이로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유지할 권리가 있고,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서 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기초법의 급여는 가구별 소득인정액(월 소득 평가액과 재산환산액을 합산한 금액)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경우, 국가가 그 차액 이상을 보장하는 권리성 보충급여다.

이외에도 최저생계비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른 사회 정책의 기본 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생활임금 등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지표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대학입학전형, 학자금대출, 장학제도, 보육시설 우선입학 기준, 공공시설 입장료, 장기요양제도, 취업전형, 기타 사회복지서비스(난방비, 전기요금, 생필품 지원, 문화센터 이용) 등 수많은 사회체계 내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60만3천원이라고 하면, 한 달 생활비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용돈, 생활비와 최저생계비를 같은 개념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최저생계비가 전부 현금급여로 지급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물서비스(교육급여, 의료급여 등)를 제외한 현금급여기준을 따로 정한다.

 

‘맞춤형 개별급여’가 갖는 결정적 결함

위에서 설명하였듯 기초법 급여는, 최저생계비에서 수급자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제외한 차액을 보장하는 보충적 급여이기 때문에 현금급여기준인 48만8천원에서 소득인정액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급여는 더 줄어든다.

 

그래서 많은 빈곤층이 수급자이지만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니고, 몰래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 후 예산에 따라 최저생계비의 증가폭이 크게 영향을 받으면서 상대적 소득 증가율과 격차를 벌려왔다.

 

또한 전 인구의 8%에 이르는 빈곤층 중 2.7%에게만 혜택을 줄 뿐 5%가 넘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민을 제도 밖에 방치해두는 미흡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기초법이 제정된 이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서 더 많은 빈곤층이 실질적인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함으로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고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복지 공약 중 하나인 ‘맞춤형 개별급여’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통합적으로 받는 급여를 쪼개서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으로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수급자 수 또한 늘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마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결정적 결함이 많다. 여당에서 제출한 기초법 개정안(유재중 의원안)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기초법의 핵심 개념인 ‘최저생계비’가 사라진 대신 각 급여별 ‘최저보장수준’이라는 애매한 개념이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그 수준을 정하는데 있어서 각 부처 장관의 재량권을 더 부여하려고 한다.

 

‘최저생계비 없애자’는 정부여당의 의도는 무엇인가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여러 자료를 통해 중위소득의 일정비율(30%)을 고려한 상대적 방식으로 생계급여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해왔다. 이에 지난 7월 국회 상임위에 제출한 선정기준에도 중위소득의 30%(생계급여), 40%(의료급여), 43%(주거급여), 50%(교육급여)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8월 13일 이명수 의원(새누리당)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주최한 기초보장 정책토론회의 발제안은 기존 입장을 훼손하여 수급기준선 및 수급액수를 법률적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또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현행 최저생계비 대신 ‘최저보장수준’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기초법의 훼손 수준은 최근 들어 더 높아져 가고 있다.

 

더욱이 현재 정부는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실제 소득에 상관없이 월 58만3200원이나 되는 과도한 추정소득을 부과해 급여 대상에서 배제한다. 쥐꼬리만큼의 돈이 있거나 자동차가 있으면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법에 엄연히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제도가 이렇듯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헌데 그것마저 빼버리겠다고 하니,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말하는 ‘여분의 자리’가 이런 거?

지난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들의 절박한 요구를 해결해 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문화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환영사에서 “교황님께서 ‘생필품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 식탁에 여분의 자리를 남겨두자’고 말씀하셨듯이, 대한민국의 식탁에도 여분의 자리를 남겨두어 가난한 이웃과 늘 함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생존권 보장의 마지노선인 권리성 급여와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장치인 ‘최저생계비’를 없애는 것이 대통령이 말하는 여분의 자리인가? 정부여당이 계속해서 기초법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오랜기간 쌓아올린 가치를 허무는 일이 될 것이다.

 

 

* 이글은 류정순은 한국빈곤문제연구소 공동대표, 김잔디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의 기고입니다. 원문보러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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