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4-09-15   1616

[연속기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뒤집어보기 ⑦] 기저귀 찬 8살 딸아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참여연대가 함께하고 있는’기초생활보장제도지키기연석회의’에서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정망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태와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을 다양한 복지 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기획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기초생활보장제도 뒤집어보기]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① ‘참 좋은’ 개별급여?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세 가지

② 정부의 야심찬 맞춤형 개별급여, 정말 좀 별로다

③ 부모 부양 거절한 아들, 욕할 수만은 없다

④ 고혈압·당뇨 환자에게 일하라는 정부, 참 야박하네

⑤ 최저생계비 받는데, 왜 무료급식소 전전하냐고?

⑥ 고시원비 25만원인데 주거급여 10만원…막막하다

⑦ 기저귀 찬 8살 딸아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기저귀 찬 8살 딸아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기초생활보장제도 뒤집어보기⑦ 마지막] 국민이 행복하게 살 권리

 

 

강아무개씨는 한때 큰 건설회사 감사이사로 집이 3채나 있는 중산층 시민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직성척추염이 발생하여 치료하는 과정에서 집을 모두 파는 등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후 치료비도 생활비도 없는 것을 비관하여 자살까지 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이웃분의 도움으로 동주민센터에 생활비를 신청하게 됐습니다. 이후 강씨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활비를 보조받고 있습니다.

 

고아인 김아무개씨와 그의 남편은 고아원에서 함께 자랐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한 뒤 딸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죽음으로 김씨는 8년 동안 아이를 혼자 길러야만 했습니다. 밤낮없이 일을 하면서 아이를 기르다보니 힘이 들어서 우울증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8살인 딸아이는 아직도 기저귀를 차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활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사회복지직 전담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동료 사회복지사와 김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거기서 저는 “아이를 정기적으로 양육해야 아이가 안정을 찾고, 불안증이 사라질 수 있다”라며 김씨의 양육 태도를 비난하듯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료 사회복지사는 “제가 김씨의 상황이었다면 지금보다 아이를 더 잘 기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면서 그 가족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민간에서도 많이 힘써주길 부탁했습니다. 이때 저는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강직성척추염과 같은 장애를 겪지 않는다거나, 고아가 되지 않는 것이 우리 노력에 의해 이뤄진 것인가요? 어느 누군가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나 가족 중 누구도 장애나 중증질환 없이 살고 있는 건 그저 운이 좋아서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의 삶의 태도를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운으로 삶이 결정되는 사회가 과연 살기 좋은 사회일까요? 저는 사회복지사이지 법조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을 잘 모릅니다. 그런데 헌법을 우연히 살펴보니 헌법 10조와 34조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기초가 되는 원칙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헌법 제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있고, 이어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였고,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며…”라고 써있습니다. 국가는 사회보장과 복지증진에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민이 가진 권리와 국가의 의무! 그러므로 우린 국가에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최저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수급권자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해 권리를 행사하는 분들이 수급자입니다. 그런데 국민이 가진 수급권을 행사하기에는 몇 가지 장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신청주의’는 생활이 어려운 분이나 그 가족이 동주민센터나 구청, 시청에 어려움을 호소해야 담당자가 국민기초생활보장이 가능한지 조사를 한 뒤, 기준에 해당하면 생활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정부에 구걸하다시피해 생활보장급여를 받는 게 현실입니다. 올해 2월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며 50여만 원을 남기고 목숨을 끊은 세 모녀는 아마도 자신이 보장받을 수 있는 수급권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국내 여러 통계자료가 발표하는 지니계수나 상대적 빈곤율을 보면, 소득격차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어 어려운 분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생활비를 보조받는 수급자는 작년보다 적어졌습니다. 

 

10년 넘게 사회복지사로 일하다보니, 왜 빈곤인구는 늘어나는데 수급자는 줄어드는지 나름대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들은 여러 가지 복지제도를 내놓았고 최저생계비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를 집행할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부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지를 위한 예산이 늘지 않고 있습니다. 아동보육수당을 마련하면 다른 데서 줄입니다. 돈이 모자라니 이제는 부양의무자를 확대하고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조절하여 수급자를 줄입니다. 매번 밑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일들만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자녀를 낳았을 때 장애가 있고 중증질환이 있더라도 건강하게 자라고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복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개인이 돈을 마련하는 것은 아마 엄청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모아야 합니다. 그것을 국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와 중증질환이 있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복지에만 쓰는 사회복지세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박종규 사회복지사(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의 기고입니다. 원문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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