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7-12-01   584

[칼럼] 국민 불안과 안타까운 대선, 그리고 복지국가

이상이 (복지국가 SOCIETY 공동대표, 운영위원장)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열리고 있다. 참여정부 초반에 청와대가 이러한 성장목표를 제기한 바 있었다. 그 때 청와대가 제시한 삼성 방식의 무작정 성장이 아니라, 어떤 성장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시민사회의 따가운 비판이 있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대다수 국민들이 불안하다. 심지어는 그 불안이 분노로 표출된다. 첫째, 일자리가 불안하다. 대학을 졸업해도 갈만한 일자리가 별로 없고, 그나마 불안정하다. 둘째, 아이 낳고 기르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느껴진다. 영유아기와 초기 아동기의 성장 환경이 성인기의 건강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보편적 공공 보육/교육체계가 마련되지 못함으로 인한 불안이 우리 사회의 근원적 문제가 되고 있다. 셋째,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지고, 가계 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의 양극화는 이미 심각성을 거론할 수준을 넘어 버렸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및 주거정책의 실패에 기인한 주거불안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불안으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넷째, 노후불안이 가계 구성원 모두를 옥죄고 있다. 국민연금이 광범위한 사각지대와 낮은 급여 수준으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으로 인해, 여건만 허락된다면 모두가 민영연금에 가입하여 자신의 노후를 별도로 보장받고 싶어 한다. 이것은 현 시기 궁핍한 어르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어르신들을 봉양해야 하는 젊은 가장들의 불안이자 동시에 자신의 미래 노후보장을 사적 연금의 형태로 별도 준비해야 하는 모든 가계의 부담과 불안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건강불안이다. 그나마 가장 잘 갖추어진 보편적 복지제도가 국민건강보험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장성 수준이 64%에 머물고 있어 선진국보다는 약 20% 포인트가 부족하다. 가족 중에 누가 큰 병에라도 걸리면 온 가족이 초죽음이 된다. 이것들이 소위 우리 사회의 5대 불안이다.


그런데, 왜 불안한가? 단적으로 말하자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사회경제 구조 탓이다. 우리나라 경제체제는 승자독식의 시장지상주의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중소기업은 설 자리를 찾기가 어렵고, 금융시장은 단기적, 투기적 구조로 작동하고, 양극으로 고착화된 노동시장은 상향 이동성이 매우 낮고,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있으며,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조응한 잔여적/선별적 복지체제는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패자부활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국민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것은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약화와 함께 물적 자본의 효율성 하락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동력을 사장시키고, 결과적으로 성장잠재력의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완전히 포섭되었고, 그 작동이 구조화되어 있어, 이것이 국민 불안의 근본적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권력에 근접해 있는 어떤 정체세력도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알려내지 않거나 알려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장차 우리 사회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은 민생에 구조화된 5대 불안을 없애거나 크게 줄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와 능동적 복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이와 함께 공정한 경제와 혁신적 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극히 빈곤한 일부 국민에게만 복지를 제공하는 기존의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중산층을 포함한 국민 대다수가 복지의 수혜자가 되는, 그래서 5대 불안의 상당부분이 해소되도록 하는 복지체계를 말한다. 아동수당, 실업수당, 노후소득보장으로서의 기초연금, 보편적 의료보장, 보편적 공교육체계, 보편적 주거복지의 확립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능동적 복지는 맞춤형 특성화 교육으로 국민 모두가 더 유능해지고, 대상인구별 능력개발 복지를 통해 아동부터 노인,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구가 개인의 지식과 기술, 건강능력을 극대화하는 복지를 말한다. 여기에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화, 공정한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협력적 노사관계, 연대적 조세제도 등을 포함하는 공정한 경제와 노동시장의 유연안정화와 혁신적 중소기업, 미래첨단사업 등을 포함하는 혁신적 경제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이것이 소위 역동적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진보의 담론이자 정책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참으로 안타까운 대선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 불안의 근원을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고, 모든 후보들이 그저 그 불안이라는 균열에 새로운 벽지를 잘 바르겠다는 엉터리 처방과 공약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대선구도의 변화로 이것마저도 실종되고 있는 바, 장차 신자유주의 양극화로 인한 국민 고통과 불안은 더 큰 불안과 분노로 발전할 개연성이 크다. 이제 우리는 국민적 요구를 모아 ‘복지의 단순한 확충’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 요구해야 하고,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통합된 ‘역동적 복지국가’를 주장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대통령을 원하고 있고, 이러한 후보에게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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