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8-10-30   511

1997… 그리고 2008


마침내 두려운 악몽이 현실로 오는가?


지금부터 꼭 11년 전 타이·홍콩 등의 금융시장 불안정 현상이 목격되더니 얼마 후인 11월21일 당시 국민들로서는 너무도 충격적이게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듣게 된다. 일사천리로 12월3일 미셸 캉드쉬 당시 총재와 임창열 부총리가 만나 210억달러에 대한 구제금융 합의서가 작성되기에 이른다.


외환보유액에 210억달러의 여유가 없어 40년 고도성장 신화의 주인공이 국제 동냥아치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비록 2001년 8월을 종점으로 공식적인 ‘아이엠에프 관리체제’를 졸업했다고 하지만, 거기서 우리가 받은 상흔은 깊고 넓다.


아이엠에프 체제가 발동한 직후 수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기업의 도산과 실직, 자살, 노숙, 아동 유기 등등의 직접적인 고통을 목도해야 했지만, 그로 말미암아 빚어진 우리 사회경제구조의 또다른 왜곡이 낳은 불행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하는 빈곤층의 새로운 대두와 지지망 없는 비정규직의 양산, 소득 불평등도의 악화상태 지속 …, 이런 면에서 보면 그 관리체제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 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상흔에 또다시 미국발 금융위기가 덮쳤다. 이것이 우리를 어디까지 초토화시킬지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0년 전에도 충격은 외부에서 왔고 우리 내부의 모순이 이를 증폭시켰는데, 지금도 그런 구도는 여전하다.


그때에도 국제통화기금에서 내민 구조조정 요구 목록에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었던 그들이 보기에도 너무나 민망한 대한민국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강력한 보강을 하라는 주문이 있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로 이어지면서 그나마 몇 가지 사회보장제도가 새로이 등장했고, 예산의 투여도 늘어났다는 점에서 안심하자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2만㎞ 상공에서 떨어지는 것은 1만㎞ 상공일 때와 차원이 다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의 평균적 삶의 수준이 진전된 뒤에 맞이하는 대추락에 날개가 없다면, 그만큼 충격의 여파는 강렬하다.


바다 저 너머에서 강렬한 지진이 있어 거대한 해일이 해변을 덮칠 것이라는 불길한 예보에 주민들이 떨고 있다. 그 마을의 이장이란 사람이 나서서 그런 해일은 올 리가 없다고 큰소리치는 것에서 위안을 얻으란 말인가? 아니면 그 이장이란 자가 호언장담하면서 내가 앞장서서 맞이할 테니 우리 모두 바다 앞에서 정면승부해 보자는 말을 따르잔 말인가? 현실에서야 안전지대로 무조건 대피하는 것이 상책이라지만 우리에겐 다른 곳으로 갈 선택지가 없다. 그렇다면?


그동안 선진국 수준의 사회보장체계가 필요하다고 목울대를 세울 때마다 경기가 좋아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현 정권은 맞대응해 왔다. 심지어 감세까지 하면서 …. 그러나 이제 경기가 좋아질 전망은 당분간 없단다. 그러면 이제야말로 사회보장체계를 제대로 깔아주어야 할 때 아닌가?


국민 누구나 교육과 보육, 부양 문제로 자신의 소득 대부분을 소진해 버리지 않도록 하며, 주거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건강과 노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체제. 공공적 가치를 갖고 일하도록 사회적 일자리가 안정되게 갖추어지며 비정규직에게도 사회보장체계가 제대로 발동하는 체제. 이것이 여전히, 아니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지금의 최대 현안이다.


마을의 이장 나리는 공연히 바닷가에서 허둥대지 말고 마을 주민의 대책 없는 삶을 진정 깨달아 주었으면 한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이 글은 한겨레 10월 30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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