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9-03-09   847

[칼럼]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복지부 장관 인터뷰 기사와 보사연 원장 기고문을 읽고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현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서울경제신문(2월 23일) 기고문을 통해 정부의 정책기조가 반(反)복지적이지 않으며 시장성을 강화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이어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은 2월 2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복지후퇴라는 데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실린 기사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서민을 소홀히 취급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다행인 것은 복지와 관련해서는 시장성이 강화되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도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전재희 장관은 시장과 경제가 계속 강조되고 있고 이에 따라 복지가 약화된다는 우려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현 대통령이 경제대통령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2009년도 복지부 예산을 크게 증액시키는 등의 내용을 보면 복지후퇴가 아니라고 강조했으며 김용하 원장도 유사한 취지에서 복지약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용하 원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 1년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복지가 경제논리에 밀린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말하였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 전반을 책임진 장관과 우리나라의 유일한 복지분야 국책연구원의 원장이 이처럼 복지후퇴와 복지에서의 시장성 강화를 우려하고 복지가 경제논리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니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앞으로 남은 4년 동안도 굳건히 지켜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몇 가지만 첨언하고자 한다.

   첫째, 출범 1년 밖에 안 된 정권더러 무슨 거창한 제도를 새로 만들라고 요구하지는 않겠다. 다만, 사회정책 전반에 관련된 이 정권의 청사진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내놓았으면 한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나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복지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관은 저출산 문제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하고 있고, 이는 일면 옳은 것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은 복지부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단순히 지속가능성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측면도 있다.

김용하 원장은 지난 10년간 복지정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고 했는데 지난 10년간 복지정책의 한계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공식적으로 적시하고 사회적으로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정권 출범 1년 만에 10년간의 한계를 다 극복할 수 있다고는 아마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정권이 도대체 무엇을 한계라고 생각하는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데에 있다.

   둘째, 복지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그렇다 치고(또 다시 이야기하기도 지겹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계획되고 시범사업까지 마친 제도이지만 이 정부에서 원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여 시행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왕에 정권을 담당했고 제도의 시행을 맡았으니 두 사람의 말대로 시장성이 스며들지 않고 제도가 후퇴하지 않게끔 잘 가꾸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좀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김용하 원장은 복지분야의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이지 시장성 강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왜 복지분야에 규제완화를 해야 하는지 규제완화가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도 있어야 하고 그걸 밝히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요양보험에 영리기관이 마구 들어와 있고 올해부터 시행하는 장애아동 재활치료바우처에도 영리기관이 마구 들어와 있다. 현 정부는 입만 열면 수요자 선택권을 이야기하지만 선택권 보장이 반드시 규제완화나 시장화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요양보험의 시행, 복지서비스 지방이양, 바우처 제도의 급속한 확대 등으로 전달체계가 거의 완전히 파편화되고 있다. 전달체계는 사회복지서비스의 공평하고 효과적인 제공에 토대가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이런 전달체계 파편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인식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규제완화가 아니라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 전반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청사진이 없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닌가?

   셋째, 정책의 성과를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재희 장관은 건강보험료를 동결하고 보장성을 강화하였다고 말하면서 건강보험료 동결은 역대 정부에서 최초라고 강조하였다. 이것은 그 말 자체로는 사실이다. 그런데 건강보험료는 2007년에 6.5%, 2008년에 6.4%의 인상률로 이미 상당폭 오른 상태이며 수가는 2007년 2.3%, 2008년 1.94%로 예년보다 낮게 올라 2008년도 건강보험 재정흑자 폭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동결을 그처럼 생색낼 일은 아니다. 게다가 경제위기로 의료이용률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자료에 의하면 2인 이상 전가구의 보건의료비는 2006년 11만원, 2007년 11만 8천원, 2008년 11만 9천원으로 2006~2007년간은 7.4% 증가했지만, 2007~2008년간은 0.78%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경상소득 대비 보건의료비의 비중은 2007년 3.92%에서 2008년 3.77%로 감소하였다(통계청 KOSIS). 또한, 주관적인 응답이긴 하지만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의료이용률은 2003년 73.4%, 2006년 72.9%, 2008년 72.2%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다.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그동안 보장성이 강화되었는데 의료이용률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경제상황 악화 외에는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2조원이나 흑자가 난 건강보험 재정으로 보장성 강화에 나서는 것은 일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정부가 밝힌 보장성 강화방안 5가지 중 3가지는 2009년 12월에 시행되는 것이고 1가지는 2009년 7월에 시행된다. 올 1월부터 시행되는 본인부담금 완화는 환영할만하지만 이와 연관하여 장기입원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는 조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방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근본적으로는 의료전달체계의 합리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대책은 장기입원의 책임을 환자 본인에게 더 떠넘기는 대책이다.

정권으로서야 어떤 정책에 대해 생색을 내고 싶겠지만 적어도 복지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솔직해야 한다. 한꺼풀만 벗기면 그야말로 본질이 다 드러날 정책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오히려 얼마나 한 일이 없었으면 저런 것까지 내세워서 생색을 내려고 하는가라는 측은지심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장관은 의료급여 부정수급 등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고 하면서 우리 사회도 투명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장관의 말이야 백 번 옳다.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출범하자마자 부동산 비리니 논문표절이니 해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게 이 정권이다. 장관은 투명하지 않으면 생활조차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정권은 투명하지 않은데 권력까지 갖고 있지 않은가? 무릇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깨끗한 법이다. 전재희 장관이야 비리가 없겠지만 정권 전체가 온갖 비리로 지탄을 받아온 터에 가난한 사람들의 부정수급에 대해 그처럼 거침없이 엄단 운운해서야 되겠는가? 부정수급은 단속되어야 하지만 그 문제도 따지고 보면 전달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데서 오는 것이지 부정수급자 개인의 잘잘못이라 하기는 어렵다. 단속보다는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넷째, 현 상황의 진단과 관련하여 개념을 좀 제대로 사용했으면 한다. 얼마 전 청와대는 신빈곤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고 아마 복지부장관도 그에 따라 신빈곤층이라는 용어 대신에 위기가구라는 용어를 쓰는 듯하다. 그런데 수사라는 것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지만 그런 속에서도 상황진단의 정확성과 포괄성은 담보할 수 있는 정치적 수사를 구사해야 한다. 한 나라의 복지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라면 그런 정도는 생각해야 않을까? 위기가구라고 말하면 예컨대 노숙자는 가구가 아니므로 우리나라 복지부의 정책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또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생활자들은 가구가 아니므로 그 역시 정책대상에서 빠진다는 것인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자들의 경우에도 그가 속한 가구가 문제가 없으면 그는 사회정책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야 하는가? 또 전재희 장관은 경제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복지정책은 선순환관계이며 경제발전이 곧 복지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지만, 통상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관계란 복지가 경제와 동등한 우선순위를 갖고 시장경제의 발전이 복지에 부담을 주지 않고 동시에 복지 역시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전 장관이 말한 것은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이 아니라 경제성장우선론이다.
 
  이 글의 처음에 언급했듯이 장관과 보사연 원장이 복지후퇴를 우려하고 복지가 경제에 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개념을 제대로 사용해야 하고 정책에 대해 솔직해야 하며 어떤 정책이라도 그것을 계획‧시행할 때 왜 그걸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비전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청사전과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는 개념을 잘못 사용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복지가 후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면 경제부처에게 판판이 깨질 것이다. 그리고 경제부처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막강한 한국 사회에서 정말로 복지를 후퇴시키지 않으려면 노동계와 시민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청사진과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에서부터 그걸 만든 다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노동계와 시민사회와 토론해야 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설득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방안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토론하지 않는다면 넓은 지지를 받지 못한다. 복지정책이라는 것이 결국 노동자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 아닌가? 당사자와 토론하지 않고 누구와 토론하겠는가? 청사진과 비전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내놓고 공개적으로 토론하기를 권한다. 국회에서도 다수당을 점하고 있으니 현 집권세력으로서는 현재가 매우 좋은 기회인 셈이다. 이런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용하 보사연원장의 서울경제신문 기고글

전재희 복지부장관의 뉴시스 인터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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