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11월 1999-11-01   503

명분과 속셈 따로 노는 이중플레이가 문제

정부와 중앙일보의 못말리는 공방전

“대한민국 최대 악성바이러스의 정면충돌”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 구속 이후 중앙일보측과 현정치권력간에 벌어진 이전투구를 두고 한 언론 연구자가 던진 말이다. 우리 사회 최대의 개혁대상으로 분류되는 언론권력과 정치권력의 한판 싸움. 이들이 서로 맞붙어 불꽃튀는 공방을 거듭하는 것도 씁쓸하긴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을 모으기엔 충분하다.

일단 이 사건의 출발을 주목해보자. 이 사건의 주인공 홍석현 씨는 (주)보광의 대주주이자 중앙일보의 사주다. 검찰 발표에 의하면 그는 94년 11월, 97년 4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증여세와 주식양도소득세 등 25억 2,000여만 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97년 9월 강원도 평창의 보광휘닉스파크 건설과정에서 시공사인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리베이트 6억 2,000여만 원을 받아 (주)보광에 손해를 끼쳤다. 그 혐의로 그는 지난 9월 30일 소환됐고, 10월 2일 검찰에 구속, 19일 기소됐다.

홍 사장이 소환된 후 중앙일보측은 지면을 통해 홍석현 씨를 탈세혐의로 구속하는 것은 현정권의 ‘먼지털이식’ 언론탄압이라고 열을 올린다.

차장급 기자들이 중심되어 ‘언론장악음모분쇄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조현욱 : 전국부 차장)’를 꾸려 특보를 발행하며 이번 사태의 본질에 주목하자고 주장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97년 대선때 이회창을 지지하여 DJ에게 밉보인 홍 사장을 정부가 표적수사해 중앙일보 죽이기에 나섰으니 이 사태에 직면하여 기자들은 중앙일보가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맞서자”는 것.

“사장님 힘내세요”로 드러난 그들의 행동은 ‘언론탄압에 맞선 투사’라기 보다 ‘사주를 옹호하기 위한 종업원’에 다름아니라고 빈축을 샀다. 실제 인터넷 중앙일보 독자란에는 중앙일보가 지면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장의 소유물이 돼 있는 언론사, 정권에 빌붙어 잘 나갈 때는 아무말 없더니 정권과 관계가 소원해지니까 언론탄압이라 한다.…기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신효연/김미수)

“자신의 잘못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언론탄압이라고 외치면 국민이 바보가 아닌이상 참을까요? 정신차리십시오”(신설동곰/이승근)

“국민이 원하는 것은 펜을 든 중앙일보 기자들의 편견이 아닌 진실일 것이다.”(allfree/서영욱).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언론탄압. 중앙일보는 왜 이렇게 주장하고 나서야 했을까? 가장 설득력있는 바는 중앙일보 이미지 실추로 입게 되는 불이익이다. 대자보를 던지고 퇴사한 오동명 기자는 “당장 월급 깎이고, 고용불안에 시달릴 걱정하다보니 그렇게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 기자에 따르면, 소환되기 전날 홍 사장 집에 비대위 관계자들이 모여, 폭탄주를 돌려마시며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고 한다. 오 기자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올바른 판단을 했어야할 기자들이 이런 행동을 한 건 이미 기자가 아닌것 아닌가” 이렇게 반문한다. 이와 같은 중앙일보 기자들의 행동은 일단 접어두더라도 그럼 정부는 어떤 의도로 국내 언론사상 처음으로 언론사주를 구속했던 걸까?

우선 국내 언론사상 처음 언론사 사주가 구속된 것에 대해 “정부의 언론개혁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그동안 언론개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언론사 자율적 의지에 맡긴다”라는 것이었는데 이처럼 이례적으로 중앙일보 홍 사장을 구속한 것은 바로 정부의 언론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한 것.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개인비리에 대한 엄단일 뿐”이라고만 일축했고,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정부의 언론개혁조처라고는 볼 수 없고, 정치적 동기가 개입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치적 동기란 무엇일까? 한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 기대어 보수기득권층의 논리를 대변해왔던 한나라당을 내년 총선에서 무력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이 뿐 아니라 정부는 97년 대선때부터 이회창 총재를 지지해온 중앙일보가 ‘손숙 장관 금일봉사건’등을 악의적으로 보도하며, 의도적으로 정부를 비난하는 것을 정지시키기 위한 일종의 입막음 조처였던 것으로도 풀이된다.

어쨌든 이번 사태에서 정부는 사실상 중앙일보의 기선을 제압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국민여론이 정부편이었고,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이 그동안 반DJ적 입장을 보이던 무당파층도 이번엔 DJ에게 손을 들어줬다. 둘째, 옷로비사건, 파업유도사건, 안기부의 국가주요기관 사찰 등 무수한 사건에서 야권 편향적으로 보도하던 주요언론들이 특정기득권세력과 싸우고 있음에도 중도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중앙일보의 보도는 무력화됐고, 정부쪽에 힘이 실리게 됐다. 여기에는 물론 극도의 경쟁주의가 팽배해 있는 신문시장의 원리가 깔려 있고, ‘섣불리 중앙일보 편을 들었다가 괜히 불똥 튈라∼’하는 심리적 위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간물법 개정과 신문개혁위 건설해야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서 시민사회가 주목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사실 이번 사건은 중앙일보 지면에서 드러난 정부의 언론탄압, 사주구속에 맞선 기자들의 대응, 정부의 언론정책 부재 등 여러 각도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국민의 정부 언론탄압 실상을 밝힌다」 시리즈로 드러난 정권 실세 박지원 장관의 지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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