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11월 1999-11-01   746

언론은, 권력은 물론 사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대자보 쓴 오동명 기자

대자보를 쓰고난 후 인신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 중앙일보는 반대의견을 함부로 얘기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내가 쓴 대자보가 반대의견도 아니다. 우리가 모은 힘으로 신문개혁의 방향전환을 해보자는 거였다. 그런데 빨갱이다, 야비하다, 외곬수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청와대에 이미 자리 다 마련해놓고 그러는 거다, 전라도 사람이라서 DJ편이다 등등 특히 내가 ‘전라도치’라서 매일 DJ를 두둔했고, 또 내가 대자보를 씀으로해서 내부에 있는 전라도 사람이 피해를 본다고 말하는 건 참기 힘들었다. 그리고 나는 부모가 전라도 분인 걸 제외하고 서울에서 줄곧 살았다. 그래서 더 이상 참으면 안 되겠다 싶어 『인물과 사상』에 투고했다. 소수 의견이지만 일방적으로 매도당할 수는 없으니까.”

오 기자의 행동에 대해 비대위가 문제삼는 바는 뭔가?

“돌출행동을 해서 밖에서 보면 중앙일보가 어떻게 보이겠느냐. 그 다음에 당신은 의리가 없다, 중앙일보 사람 아니냐, 중앙일보 녹을 먹고 살지 않았느냐, 대개 그런 얘기들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들에게 하고픈 얘기는 이렇다. 언론은 국민의 여론이나 국민성까지도 바꿀 수 있다. 적어도 200만이나 되는 독자들이 보는 신문을 사유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그동안 쌓였던 문제의식이 폭발한 걸로 보이는데, 입사후 느꼈던 중앙일보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주중심의 신문편집이 가장 큰 문제다. 97년 대선때 중앙일보 내부에는 이회창 씨가 대통령 된 후 차기 대통령은 삼성에서 나온다, 그게 이건희는 아닐 거고 홍 사장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돌았다. 실제로 그 당시 홍 사장은 많은 기자들 앞에서 ‘나는 이회창을 지지하라고는 한번도 안했다, 단지 나는 개인적으로 이회창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럼 편집국장은 그의 의사를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거다. 그런 식이었기에 97년 대선때 이인제 후보로부터 이회창 편파보도에 대한 비난을 들은 것이다. 또 체육부 기자들에 따르면 홍 사장이 골프를 좋아하고, 선수중 타이거 우즈를 좋아하기 때문에 타사보다 골프지면이 많고, 우즈관련 기사는 빠지지 않는다는 거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다.”

개인적으로 홍 사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그는 예의바르고, 깍듯한 호인이다. 폭탄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서민적으로 소주폭탄주를 잘 돌린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몇개의 직함을 갖고 있는가?’라고. 우리 회사는 자체행사가 너무 많다. 타사와 달리 신문에 홍보성 사진이 많이 실린다. 외국 유력지를 보면 자기네 행사사진이 그렇게 많이 나가는 경우가 없다. 한 예로 르완다 자원봉사캠페인 취재를 갔을 때 놀란 게 있다. 그 머나먼 아프리카에 한국말로 “나는 아프리카를 사랑합니다”라고 씌여 있는 것이다. 결국 이건 선전용이 아닌가. 요즘 독자들은 그런 걸 충분히 판별한다. 쇼인지 뉴스인지. 그런 걸 보면 지금 그의 목적이 어디 있는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97년 차기 대권설이 나올 정도로, 한 신문이 한 개인의 사유물화 되는 건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사 사주는 일반기업체 사장과 달리 기대되는 도덕심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IMF시대에 55억짜리 큰 집을 짓든 말든 법적으로 관계없지만, IMF로 많은 기자와 사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판에 그가 중앙일보 사장이라면 도의적으로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중앙일보가 주장하는 정부의 언론탄압 혐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DJ정권이후 『문화일보』와 『조선일보』에 청와대에서 적시해서 정동영 대변인, 박지원 공보수석이 정부쪽 입장은 뭐다,라고(자세한 건 기억 안 나지만) 정정보도를 요청한 게 있다. 그런데 조금 있다 보니까 그런 게 싹 없어졌다. 내 생각에 그런 것은 언론이 좋은 제안이라고 받아들여 활성화시켰어야 하는데 활성화는커녕 정정보도 하나 제대로 내주지 않았던 게 문제이지 않았나 싶다. 하긴 우리 언론은 외부비판은커녕 내부비판조차 받아주지 않으니….”

이번 사태의 기저에는 언론노동자들의 집단이기주의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있다.

“고용과 월급삭감에 대한 불안, 당장 입게 될 불이익 그런 게 싫은 거였다고 본다. 나는 기실 이번 사태는 기자들이 내부비판에 나서야 할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사주의 권한, 간부의 권한이 강하니까 아무것도 못하는 건 좀…. 이제 기자들이 나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니까 결국은 완전한 집단이기주의로 귀결되고 마는 거다. 어떤 집단이든 집단이기주의는 있게 마련이고 다소 용인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언론사의 집단이기주의가 인정된다면 그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기자협회보』에서 기자들을 토익시험중심 혹은 전문직 종사자를 그대로 채용하는 게 옳은 방법인가 문제제기했었다. 기자정신이 상실되고 고시화 돼가는 것에 대한 지적인 것이다. 중앙일보 명함엔 ‘스페셜리포터’라고 전문기자들이 있다. 밑바탕에 기자정신이 있는 사람이 기자를 해야 하는데, 박사라는 이유로 스페셜기자가 된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평소 언론의 역할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었는가?

“어느날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이회창이 돼야 하는데 DJ가 돼가지고 나라가 이 모양이다, 그러길래 이회창 씨가 97년 대선 때 정치부 기자들과 회식하면서 두 명의 기자를 지목해 ‘너희 기사 그렇게 쓸 거야? 너희 씨를 말려버려, 창자를 뽑아버려’ 그랬다, 그건 제3자가 인정해주면 살인미수에 속하는 범죄행위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면 어땠겠는가 물었더니, 그는 나를 보며 ‘당신 기자 맞아’ 했다. 내가 정말 말하고픈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 언론이 그런 걸 하나도 보도 안했는데 시민이 어떻게 알 거며, 그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그가 말하길 당신들이 빈대떡을 피자라고 하면 피자로 믿고, 대쪽이라면 대쪽인가보다 하는 거지, 우리가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했다. 언론의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식을 어떤 방향으로든 바꾼다는 것이다. 그만큼 소중한 언론인데 함부로 하면 곤란하다.”

이번 계기로 중앙일보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중앙일보가 제대로만 활용했다면 한국의 대표신문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신문을 사유화하는 사주를 떨쳐버리고, 정권으로부터도 그렇고.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가면 안 된다. 그 이유는 독자들은 지금 홍 사장의 구속보다 사주를 옹호하는 기자들의 행동을 더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얘기는 판매국과 광고국 직원에게 직접 들은 거다. 이렇게 결집된 중앙일보의 힘을 사주, 정부에게 저항하면 아마 『조선일보』를 보는 젊은 독자들이 중앙일보로 다 몰려올 거다. 이렇게 되면 신문다운 신문, 만만치 않은 기자로 위상정립을 할 수 있고, 그때는 정부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독립언론의 위치를 점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현직 기자출신이 볼 때 언론개혁을 위해 시민운동이 담당해야할 역할이 있다면 뭐라고 보는가?

“시민단체가 지금 냉정하고 공정하게 얘기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언론탄압 주장에 호응하는 시민단체는 없지 않은가. 자기반성하라고 촉구하고. 그런 것 하나만이라도 언론개혁을 위한 역할이라고 본다. 그리고 중앙일보가 내 대자보는 참고 안하더라도 시민단체 의견은 참고할테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 나이 마흔셋, 지금 청와대에 자리를 만들어놓은 것도 아니고(웃음)…, 사실 시골에 가서 전원적인 풍경에서 아들을 정서적으로 키우고 싶다. 지금까지 월 300만 원씩 꼬박꼬박 받았지만 또 앞으로는 그런 대접도 못받겠지만, 시골에서 살고 싶다. 아직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한다고 정한 것은 없다. 당분간 책을 쓰고, 어디든 정해져서 내려가면 조그맣게 카페를 하거나 하다못해 시골사진관이라도 못하겠는가?”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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