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왕조를 멸망시킨 국방장관 수홈리노프
글.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나의 서양사편력 1·2>, <번역은 반역인가>, <밀턴 평전> 등의 저서와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를 통해 서양사를 우리 현실과의 관련 속에서 이해하는 데 힘쓰고 있다.
1914년 8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러시아 육군 장관 블라디미르 수홈리노프(1848~1926)가 이끄는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부터 독일군에 패배를 거듭했고, 로마노프 왕조는 1917년 레닌 혁명으로 종말을 고했다. 수홈리노프는 1877년 터키 전쟁에 기병장교로 참전해 혁혁한 공을 세워 성 조지 십자훈장을 받았다. 그는 젊은 시절 이 전투에서 얻은 군사 지식을 영원한 진리로 믿었다. 창검 대신 ‘화력火力 기술혁신’에 관심을 갖는 참모들을 여지없이 꾸짖었다. 그는 ‘현대전’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거북한 느낌이 든다며 “전쟁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1913년에는 ‘화력전술’이라는 이단적 교리를 가르치겠다고 고집하는 교관 다섯 명을 참모대학에서 파면시켰다.
천문학적 부정부패와 허황된 이론
1906년, 시골 주지사의 23세 된 아내에게 반한 58세의 수홈리노프는 음모를 꾸며 날조된 증거로 남편을 이혼시켜 쫓아내고 이 아름다운 이혼녀를 네 번째 부인으로 맞았다. 그는 어린 아내와의 신혼 재미에 푹 빠졌다. 아내는 파리에서 고가의 옷을 구입하고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성대한 파티를 즐겼다. 수홈리노프는 아내의 사치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다. 주식시장 내부 정보를 이용해 엄청난 수익을 얻어 6년 동안 은행에 70만 루블을 예금했는데, 이 기간 중 그의 봉급 총액은 27만 루블이었다.
이런 사람이 1908년부터 1914년까지 러시아 육군 장관을 맡고 있었다. 차르(황제)의 변덕에 좌우되는 장관 자리를 그는 아부와 재치, 그리고 차르의 측근인 요승妖僧 라스푸틴과의 친분을 통해 따냈다. 그는 부하들에게 일을 맡길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허락하지 않았다. 낡은 이론과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면서 창검이 총알보다 우월하다는 시대착오적인 고집을 꺾지 않았고, 포탄·소총·탄창을 증산하기 위한 공장 설립에 노력을 쏟지 않았다. 서방 군대가 포 1문 당 2000~3000발의 예비포탄을 확보한 데 비해, 러시아는 포 1문당 850발의 포탄으로 1차 세계대전을 시작했다. 중포重砲 부대의 경우 독일은 381개 부대, 러시아는 60개의 부대를 보유했다. 수홈리노프는 어리석게도 미래의 전쟁이 화력의 대결이 되리라는 경고를 무시했다.
우리에게는 수홈리노프가 없었을까? 이승만 정권은 1949년부터 북진통일론을 외쳤다. 그 해 9월 30일 외신기자회견에선 “우리는 북한의 실지失地를 회복할 수 있으며 북한의 우리 동포들은 우리들이 소탕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10월 17일 기자회견에선 “우리는 3일 내로 평양을 점령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12월 30일 기자회견에선 “우리는 새해에 통일을 이룩해야 하며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승만의 허황된 북진통일론은 6·25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아니 6·25가 벌어진 후에도 그치지 않았다. 6·25 발발 직후에도 여전히 버릇을 고치지 못한 채 국군이 승리하는 것처럼 국민을 속였다. 이승만과 정부 수뇌부는 서울을 떠나 피난해놓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28일 새벽 2시 30분경 한강 다리를 폭파했다. 이 폭파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소 500명에서 최대 4천 명이 폭사했으리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당시 한 국군 장성(이응덕 장군)은 한강 다리 폭파가 인민군의 짓인 줄 알고 “과연 적이지만 전술을 아는 놈들이구먼”이라고 감탄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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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원대 혈세 낭비한 이명박 정권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일관되게 제기돼 왔던 롯데그룹의 비자금 등 여러 비리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롯데호텔 스위트룸에서 신격호 롯데 회장을 만났다고 한다. 2009년 3월 취임 1년 만에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일관되게 추진해 왔지만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허가가 불가능했던, 롯데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신축허가가 이루어진 것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성남공항 이착륙 문제 때문에 절대 허가가 불가능하다던 군 당국도 이례적으로 활주로의 각도를 3도 틀게 하면서까지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롯데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특혜성 조치는 이것만이 아니다. AK면세점의 인수합병, 맥주 제조 및 저장시설 기준완화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5년간 자산이 43조원에서 96조원으로 2배 이상 늘었고 재계순위 5위로 뛰어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예산은 4대강 22조 2,000억 원, 자원외교 31조 2,600억 원, 방위산업 40조 원 등 무려 100조 원 가량이다.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국방산업 및 무기 부문 세계 7대 수출국이 된다는 목표 아래 약 40조 원대 규모에 달하는 예산을 방위력 개선사업에 책정했다. 2012년에만 14조원을 해외 무기 도입에 쏟아부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사업은 5년 동안 모두 80건으로 공기업을 내세워 ‘묻지 마 투자’식으로 투입된 돈만 31조 2,600억여 원에 달한다. 국민 1인당으로 따지면 약 62만 원의 혈세가 자원외교 사업으로 낭비된 셈이다. 이러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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