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4월 2011-04-01   1086

참여사회가 눈여겨 본 일-우리 손으로 만드는 ‘학생이 살아있는’ 학교

우리 손으로 만드는 ‘학생이 살아있는’ 학교

박준희 『참여사회』 자원활동 기자

올 3월 서울 A중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을 30대 이상 때렸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선생님이 시험을 봐 틀린 문제 수대로 학생들의 다리를 때린 것이다. 다른 교사는 빗자루가 망가질 정도로 체벌을 가했다. 이 교사들은 서울시 교육청에서 일선학교에 체벌금지 조치를 내린 지난해 11월 이후에도 체벌을 계속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고 해당 학교의 교감은 “학생들도 기분 좋게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실을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우린 아직 인권을 몰라요”

언론에 보도 되지 않은 학생 인권 탄압 사례는 많다. 우리에게 학교에서 체벌이나 두발 단속 등의 일은 낯설지 않다. 학교에서 강조하는 것은 좋은 대학으로 진학할 것과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을 어기지 않는 것이다. 기성세대 잣대로 학생들의 머리를 자르고, 밤까지 학생들을 책상 앞에 앉게 한다. 친구들과 경쟁하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쓰라린 패배감을 맛보게 하는 학교. 그 곳에서 학생의 인권은 남의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는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에서도 조례제정을 하기 위해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서울지역 인권, 교육, 시민단체가 모여 작년 7월 서울본부를 꾸렸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보충학습과 야간자율학습 선택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각종 국제 인권조약과 조약기구들이 제시한 바 있는 학생인권에 관한 기준, 유엔회의 결의문, 유니세프 ‘아동 친화적 학교’ 가이드라인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때까지 당연히 보장되었어야 할 권리들이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역설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인권상태를 말해준다. 서울의 조례는 경기도의 것과 기본 골격은 유사하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 다문화가정, 성별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며 학생의 집회의 자유도 보장한다.


학생인권, 새 봄을 맞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조례제정 전부터 “헌법이 보장한 권리와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가 교문 앞에서 막히면 안 된다. 학교 안에서도 인권이 자유롭게 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례는 체벌금지, 강제적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금지, 두발과 용의복장 자유 등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이것을 위반한다고 해도 사실상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기도의 조례 제정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고 학생인권에 대한 담론을 형성했다. 조례 제정을 한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도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많은 학생이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던 강제 야간자율학습이 상당수 사라지고, 두발과 복장이 자유로워졌으며 체벌도 거의 사라졌다고 밝히고 있다.

  조례제정이 긍정적인 평가만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경기도 일부 교사들은 학교에서 어떤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말하고, 교권이 추락할 것을 염려한다. 학생인권이 보장되는 것도 좋지만 교사들의 인권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 인권이 보장되면 교사 인권도 따라서 보장된다. 야간자율학습 관리로 추가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생활지도로 학생들과 감정싸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학생들의 머리길이를 재고, 성적으로 혼을 내며 교사 스스로도 무슨 근거로 이 아이들을 혼내는가하는 의문이 있었을 것이다. 조례 제정이후 보수언론들은 잇따라 ‘폭력적인 학생’들의 기사를 냈다. 그들은 학교에서 교권이 추락했다고, 교실이 혼란스러워 졌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교사를 대하는 것, 그 원인을 보자. 학교와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 자기가 받은 대로 사회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아닐까. 학부모들도 강제 야간자율학습이 사라지면 사교육비가 늘지 않을까, 자녀들이 일탈행위를 할까 우려한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주장도 있다. 학교에서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조례 제정부터 해 혼란을 야기한다는 의견이다. 학생들의 일탈은 일탈을 규정할 때부터 생긴다. 개성 있는 아이들을 가둬놓기엔 학교는 너무 작다. 학생인권의 대한 이야기는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주목받지 못할 뿐이었다. 준비를 하고, 기다리기엔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학교를 넘어 우리의 인권을 위해

학교는 한 인간이 부모의 품을 떠나 사회화 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운다.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곳에서 배운 것들이 앞으로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 인권이 살아있어야 한다. 학교에 있을 때는 모를 수도 있다. 내가 왜 머리를 기르지 못하며, 고 3때 체육 수업을 받지 않고, 한 겨울에 빨간색 외투를 입지 못하는지. 내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하고, 선생님과 부모님이 그래야 한다니까 그래야 하는 줄 알고 있다. 선생님과 부모님도 똑같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았으니 그들도 인권에 대해 무지한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인권조례가 소중하다. 긴 기다림의 끝에서, 높은 담을 넘어 인권의 손이 학교 안으로 손을 뻗고 있다. 이제 그 손을 잡아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우리들에게 없던 인권이 생길까?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어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생인권 개선이 곧 우리 사회의 인권 개선이다. 그들의 권리가 곧 우리의 권리다. 

 “8만 2천 명 중 1명이 돼주세요”

서울시 유권자의 1%, 8만 2천 명이 서명하면 서울시의회에 주민발의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 서울본부는 지난 해 10월 27일 부터 서명을 받기 시작했으며 오는 4월 26일까지 서명을 받는다. 인권조례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주민발의에 참여할 수 없다. 그들은 성인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 거리에 나선다. 학생들이 우리와 똑같은 환경에서 교육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서명하자. 2008년 촛불집회의 주역은 청소년들이었다. 수많은 촛불 소녀들이 촛불로 자신들의 의견을 세상에 표출했다. 그들은 사회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또 불의에 화냈다. 이제 우리도 그들의 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뿐만 아니라 불과 1년 전 주민발의로 서울광장 사용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것을 잊지 말자. 8만 2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 때문에 서울광장을 시민이 되찾을 수 있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제정 주민발의 청구인 서명용지는 서울본부 홈페이지(www.sturightnow.net)에서 다운받을 수 있으며 만19세 이상 서울시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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