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2월 2001-02-01   1434

비정규직 권리 보장 위한 노동법개정의 3가지 조건

비정규직 노동자는 매우 다양한 고용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 및 생존권과 관련된 가장 본질적인 문제점은 첫째, 고용이 정년까지 보장되지 못해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점이고, 둘째는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노동을 하고도 임금을 비롯한 모든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인 경우에는 실질적인 역할이나 기능은 분명히 노동자인데도 독립된 사업자로 인정되거나 실질적인 사용자와 직접적이고 형식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 파견노동자의 경우에는 사용과 고용이 분리되는 간접고용으로 인해 중간착취를 당하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법률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근로계약기간 규제 강화로 고용불안 해소해야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근로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어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자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어 사용자가 다시 계약을 체결하는 은전을 베풀지 않는 한 계속 근무할 수 없게 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근로계약기간의 설정이 노동의 유연화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것은 본인의 의사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삶의 터전이고 생존의 근거인 직장을 언제든 상실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계약기간이 한시적이거나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고용이 불안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의 출발점은 바로 근로계약기간에 대한 규제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계약기간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23조를 개정해 원칙적으로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으로 하되,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계절적 사업의 경우,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있어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시적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기간을 명시해 작성하도록 하고, 서면에 의한 계약을 작성하지 않거나 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의 채용은 해당 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경우 사용자는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의 동의를 얻도록 절차적 제한을 가해야 한다.

근로계약기간은 1년을 초과할 수 없고, 이를 초과하는 기간을 정한 경우나 이를 초과해 계속 근무하는 근로자는 1년을 초과하는 시점부터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사용자가 동일한 업무에 계약기간을 정한 노동자를 교체 이용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시적으로 고용하는 탈법을 저지르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 계약기간을 정한 근로자를 사용한 업무와 동일한 업무에 2년 이내에 다시 계약기간을 정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다시 사용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기간을 정한 근로자의 업무 기간이 종료한 경우, 사용자에게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도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해야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비롯한 모든 근로조건에서 차별받고 있다.

헌법 제11조가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근로기준법 제5조가 근로자의 균등처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어 현행법의 해석상으로도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대우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와 같은 추상적인 규정만으로는 노동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차별대우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5조의 금지되는 차별사유에 “고용형태”를 명시하고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구체화하기 위한 절차와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업장에서 동일가치 노동으로 인정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근로자대표와 합의 또는 협의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어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지급받는 급여를 생존의 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노동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 독립된 사업자로서 근로계약이 아닌 다른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거나 노무 제공의 상대방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골프장의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지입차주 등등이 이에 속한다.

따라서,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도 노동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근로자 정의 조항과 제15조의 사용자 정의조항을 개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14조 제2항에서는 사용자와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에도 특정 사용자의 사업에 경제적으로 종속 내지 편입되어 노무를 제공하고 사용자 또는 제3자로부터 대가를 지급 받는다면 그를 근로자로 간주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15조 제2항에서는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인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당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다면 그를 사용자로 간주하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 개념의 확대는 아웃소싱의 다양화와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근로관계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파견노동의 금지

파견노동은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간접고용형태로서, 파견노동자는 항상 중간착취의 가능성 속에서 불안정한 근무를 하고 있다. 사용사업주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사업주를 매개로 한 간접고용을 통해 사업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여러 가지 부담을 파견사업주와 파견노동자에게 전가하고, 파견사업주는 파견노동자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모든 책임을 부담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파견노동자는 2중, 3중의 부담을 전가받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되어 파견노동이 합법화한 지 2년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많은 문제점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파견노동자의 인권과 생존권 침해는 근로자파견법의 개정만으로는 온전하게 달성할 수 없고, 위 법률을 폐지하여 파견노동을 직업안정법에 따라 금지하고,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노동자공급사업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김선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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