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2월 2001-02-01   987

오늘도 계속되는 부평미군기지반환운동

인천

‘한미행정협정 전면개정, 부평미군부대 반환’이라는 구호아래 시작된 우리땅 부평 미군기지 되찾기 운동은 엄동설한에도 계속된다. 부평시민들에게 우리땅 부평미군기지를 되찾아주겠다고 천명한 뒤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한 “우리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이하 인천시민회의, 운영위원장 김성진)는 현재 240여 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교통혼잡과 도시의 기형화를 초래하고 있는 부평미군기지를 되찾기 위해 1996년 결성된 인천시민회의는 지난해 5월 25일부터 6월 10일까지 미군기지 앞 노상단식을 시작으로 미군기지 앞 대로변에서 매연과 땡볕, 폭우, 혹한 추위를 이겨내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주거밀집지역이면서 인천문화의 중심지로 꼽히는 부평의 노른자위 땅 16만 평에 미군이 상주해온 것은 지난 1953년. 이들은 50여 년 가까이 이 땅에 세금 한푼 내지 않은 채 ‘무상’으로 쓰고 있다. 실제 이 땅은 인천시민 1인의 활용면적 800배가 넘는 땅을 미군 9명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의 말을 들어보자.

“부평 미군기지는 기지 주위로 대규모 아파트들이 건축되면서 군부대로서 갖춰야 할 보안상의 기능을 이미 상실한 상태이며, 그 기지의 용도 또한 빵공장, 세탁공장, 럭비경기장 등의 위락시설로 유지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그 땅은 당연히 부평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인천시 인구의 33%인 80만 인구가 북적대며 살아가는 부평은 출퇴근 시간 교통혼잡으로 몸살을 앓는 수도권 지역 중의 하나다. 만일 부평 도심 한가운데 미군기지가 없다면 소통이 원활할 테지만 정부와 미군 측은 이런 시민들의 견해에 별 반응이 없다. 이뿐 아니라 부평구 또한 심각한 교통체증을 해소하려 미군부대 한쪽 귀퉁이를 지나가는 두 개의 도로를 계획했지만 미군 측은 자신들의 땅이라며 반대의사를 천명했다. 따라서 부평구청은 3배의 건설비를 투자해 고가도로를 수정 계획했는데 이 또한 미군 측이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아파트 옥상 너머로 보이는 미군부대 안은 그야말로 넓은 들판입니다. 당연히 그 땅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어야 하고, 우리 인천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농성은 계속됩니다.” 인천시민회의 박길상 집행위원장은 농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영하 20도를 밑도는 한겨울의 맹추위. 인천시민회의 회원들은 천막 안에서 새벽을 맞이한다. “오후에 지나가던 할머니가 추운데 고생한다며 빵을 한 봉지 사다주고 갔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수고하라며 모금함에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넣어주고 갔습니다”라는 농성일지를 보며 힘을 얻는다는 그들은 “하루하루 긴 농성을 지키기엔 너무나 힘이 들지만 주변 시민들의 격려와 위안으로 더욱더 힘차게 생활할 수 있다”며 우리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운동의 작은 불씨를 지피고 있다.

김상숙 본지 인천 통신원 인천연대 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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