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2월 2001-02-01   852

철새들에게 행담도를!

경기남부

“자연 그대로 아름답게 보전된 갯벌보다, 골프 치고 돌고래쇼 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왜! 모두들 개발을 못해 안달난 사람들처럼 남김없이 파헤쳐 놓으려는지 이해되지 않아요.” 장순범 평택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말이다.

행담도 개발은 지난 90년 착공한 서해안고속도로 구간 내 경기도 포승면과 충남 당진군 송악면을 잇는 서해대교가 행담도를 경유하게 됨으로써 거론되기 시작했다. 처음 92년 6월 충남 당진군이 용역을 줘 수립한 제1차 군 건설종합계획에서 124억 원을 들여 관광휴양지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하고 건설교통부에 준도시지역으로 국토이용계획을 변경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불가통보를 받아 실행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3년 뒤 도로공사는 행담도가 잘 개발될 경우 관광휴양지로서의 상품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건교부로부터 행담도 연접개발계획승인을 받아냈고, 96년 7월 도로구역을 섬 전체로 확대 변경해 구체화시켰다.

도로공사는 1단계로 기존 섬 6만9,000여 평을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휴게소로 개발(거의 완공)하고, 2002년 12월까지 주변갯벌 10만5,000평을 매립해 2004년까지 총공사비 2,470억 원으로 각종 해양 레저시설과 수족관, 돌고래 쇼장, 골프연습장 등 대규모 위락시설로 개발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22일과 23일 당진과 평택에서 주민과 환경·시민단체가 납득할 수 없는 환경영향평가서로 주민공청회를 개최해 도로공사와 환경·시민단체의 공방이 시작됐다. 평택지역 8개 시민·환경단체는 7월에 ‘행담도갯벌 매립저지 평택대책위원회’(이하 행담도대책위)를 구성하고 당진지역과 공동보조를 취해 반대운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할 것을 결정하고 도로공사를 항의방문, 본격적인 저지 운동에 들어갔다.

행담도대책위는 “해양생태계 및 어장의 치명적인 피해가 우려되어 개발이 불가하다는 해양수산부, 환경부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개발공사를 강행하려 한다”면서 도로공사의 공유수면 매립공사 환경영향평가서의 초안이 잘못된 점을 꼬집었다. 즉 갯벌 매립에 있어 사업대상지역의 가치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환경적·사회적·경제적인 측면의 대안비교가 없다는 것과 아산만에서 행담도가 차지하는 의미가 결정의 중요한 요소임에도 그러한 생태조사 자체가 형식적인 점을 따졌다.

평택시 자연보호협의회(회장 김진철)는 “평택연안의 아산만 일대는 세계적 철새 서식처로 특히 도요새류의 세계 4대 서식처이고, 평택항 건설 등으로 갯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행담도마저 매립된다면 철새가 모두 사라진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간 20억 톤에 이르는 4, 5등급의 방류 담수로 인해 해양오염을 피할 수 없고, 그것은 해역과 수로의 협소화로 유속변화와 수위상승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행담도대책위의 요구로 도로공사는 11월 24일 ‘행담도갯벌 매립공사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를 열었으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국민의례만 진행하고 중단되고 말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환경영향평가의 내용 자체와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도로공사 관계자는 “일단 국민의례는 진행했으니 공청회는 개최된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매립면허 및 매립실시계획 인가가 나는 대로 내년 5월부터 공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밀어붙였다. 따라서 행담도대책위는 행담도 개발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서명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현재 2만여 명의 시민이 서명했으며, 참여단체도 10여 개로 확산되고 있다.

양용동 본지 경기남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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