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10월 2007-10-01   1206

양배추와 콘돔

방콕시내 한인 타운부근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들른 곳이 있다. 약간 고급스러운 태국마사지 센터가 많은 일종의 비즈니스 타운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1층은 마당, 2층은 몇 개의 방과 일반좌석으로 꾸며진 꽤 넓은 식당이었다. 식당입구에 예쁜 장식과 알록달록한 조명, 정장차림의 마네킹 등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는데 모두 콘돔으로 만든 장식품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천연색의 콘돔을 이용해 만든,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장식물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새롭고 신기한 마음으로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식당의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국제적으로 꽤 알려진 탓인지 서양인이 많았다. 자리에 앉아서야 이 레스토랑 이름이 양배추와 콘돔(Cabbages & Condoms) 이란 걸 알았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레스토랑 이름이다.

‘왜 레스토랑 이름이 양배추와 콘돔일까?’ 무역의 중심지로서, 각광받는 관광지로서 개방

적인 태국은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 많아 에이즈 예방 차원으로 콘돔을 나누어 준다는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콘돔은 알겠는데 양배추는 뭐지?’. 콘돔만 주면 받지 않아서 양배추 한 개와 콘돔 한 개를 같이 나눠 준다. 그래서 양배추와 콘돔이라고 한다.

1층은 태국 수공예품 500여 가지를 전시· 판매하는 가게가 있었다. 식사를 한 후 둘러보는 코스이다. 양배추와 콘돔 레스토랑은 즐겁고 맛있는 식사로 건강을 좋게하고 콘돔사용과 확대로 가족계획과 에이즈 퇴치를 위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기부를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레스토랑과 수공예품 가게를 운영하여 모인 수익금은 PDA(인구· 사회 개발협회, The Population and Community Development Association)의 사회개발 프로그램과 복지 활동 등에 투자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PDA는 1974년에 설립된 NGO로 현재 약800명의 상근자와 12,000명의 자원봉사자 그리고 태국 내 15개 지부가 있는 대규모 단체이다. 참여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PDA는 지역에 밀착하는 활동방식을 펼치고 가족계획을 위해 피임약을 제공· 교육한 결과 인구 증가율이 1970년대에 3.3 %에서 2002년에 0.8 %로 감소시키는데 기여했다.

PDA는 건강, 에이즈와 가족계획, 빈곤퇴치, 농촌개발, 마이크로크래딧, 환경보전, 직업훈련, 다음세대의 리더양성 등 다양한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가족계획과 에이즈 감염 확산 방지,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노력하여 동남아시아 등 50개의 국가에서 단체지도자들이 PDA의 성공을 배우기 위해 태국까지 다녀갔다. 가장 최근 활동은 쓰나미에 의해 망가진 마을들의 포스트 쓰나미 프로젝트(태국정부가 실행한 지난 7월말부터 쓰나미 대피 루트와 공공시설물을 만드는 도시 계획)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인 사회로의 복귀였다.

이처럼 양배추와 콘돔 레스토랑과 리조트는 PDA 재정 원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져 수입은 사회 개발 프로그램에 자금을 투자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사회의식 개혁과 운동은 직접적인 프로그램과 정책, 행동으로도 변화시키지만 일상생활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곳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도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한층 마음이 가볍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느티나무라는 카페를 만들어 운영했다. 참여연대와 환경연합이 공동투자를 하여 시민단체를 홍보하고 기자회견장을 마련했었다. 수익면에는 기여 할 수 없었지만 8년 동안 시민단체의 장이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느티나무 자체가 없어져 많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다시 한 번 시내 한복판에 시민단체의 활동을 알리고 교류하며, 한편으로는 수익을 남기는 명소가 마련되어 즐거운 만남의 장소, 자연스런 사회적 기부를 할 수 있는 카페나 식당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 양배추와 콘돔 레스토랑 : Cabbages & Condoms (방콕 쑤쿰윗 쏘이 12번지) www.pda.or.th

최재숙 에코생협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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