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9월 1999-09-01   663

시민단체엔 호의적이나 회비낼 정도 아니다

서울시민 300명 참여사회 한길리서치 공동여론조사

시민단체 기부 100명중 4명꼴, 특별한 계기없어 기부안한다 41.3%, 기부하고픈 시민단체 환경련·여연·참여연대 순, 기부하기 편한 방법 1위 ARS통한 방송모금, 매체광고 후 계좌입금

월간 『참여사회』는 지난 8월 12일∼13일 양일간 시민단체 기부에 대한 시민의식 여론조사를 펼쳤다. 1999년 8월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를 모집단으로 성/연령별 할당 무작위 추출법에 의거,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법을 이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66%이다. <편집자 주>

시민운동, 시민단체에 대한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참여사회』 지난 1월호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400명중 42.9%는 시민운동을 잘 알고 있고, 62.5%는 기회가 있다면 시민운동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시민단체에 돈을 내는 기부에 대해서 시민들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먼저 최근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조사대상자중 85.6%는 최근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부정적이라 평가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1.5%로 나타나 대개의 응답자는 최근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만족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시민단체의 운영경비는 어떻게 마련되는 것이 가장 적절한가? 중복응답을 주문한 이 문항에서는 반 이상의 응답자가 정부의 지원(64.5%)과 소액다수 시민들의 회비와 모금(50.3%)으로 충당되는 게 적절하다고 답변했다. 그외에는 기업후원 37.3%, 독지가의 후원 30.3%, 기타 2.4%, 잘모름 5%이라고 각각 응답했다.

응답자 중 64.5%가 시민단체 운영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유는 뭘까? 이는 국민세금 중 일부가 공익적 활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의 운영비로 쓰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 외국의 경우 많은 시민단체들은 법률에 의거, 세제혜택, 우편료 삭감, 통신료 삭감 등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정부가 사안별 연구용역(프로젝트)으로 시민단체에 지원금을 교부한다. 그러나 이 지원금은 목적 사업외에 다른 일반운영에는 쓸 수 없어 시민단체 운영에 현실적 보탬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외국의 경우처럼 공익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에 세제혜택, 우편료 삭감 등의 간접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50.3%의 응답자는 소액다수 시민들의 회비와 모금으로 시민단체 운영비가 마련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공익적 대변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거액소수의 시민’이거나 ‘기업 혹은 정부로부터 큰 돈을 지원’받으면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명실상부 ‘시민있는 시민운동’단체가 되려면 소액다수 시민모금과 회비로 운영되는 게 바람직하다 하겠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시민의 회비와 모금에 의한 재정자립도를 완벽히 이루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개 시민단체의 회원회비 납부율은 최고 60%∼70%대에서 최소 7%∼8%대까지. 따라서 회원회비에 의한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시민단체들은 정부로부터 프로젝트 비용을 지원받거나, 후원회 등의 행사때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기도 한다.

이런 시민단체의 관행에 대해 시민사회 내부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는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시민단체의 원칙만 지킨다면 돈을 받아도 된다는 주장. 이에 대한 시민여론을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 47.1%의 응답자는 시민운동의 원칙만 지킨다면 정부나 기업 모두로부터 돈을 받아도 무방하다고 답했고, 24.7%의 응답자는 정부나 기업 모두로부터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부는 받아도 되고 기업은 안 된다는 답변자는 18.9%, 기업은 받아도 되고 정부는 안 된다고 응답한 답변자는 7.4%이다. 이 문항에서 우리는 응답자들이 시민단체가 누구로부터 돈을 받느냐 보다는 받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해당기업이나 정부부처를 감시·비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시민운동의 원칙을 지킨다면 정부와 기업의 돈을 써도 무방하다는 답변은 어쩌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보다 훨씬 더 원칙적인 주장일 수 있다.

시민단체 기부하지 않는다 95.3%

실제 시민들은 시민운동단체에 얼마나 기부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응답자의 4.7%만이 현재 시민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5.3%의 응답자들은 현재 시민단체에 기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민들이 시민운동,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 평가하고 있지만 직접 참여해 활동하거나 돈을 내는 기부에는 소극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 시민들이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한 시민단체의 탓도 크다 하겠다.

먼저 기부하고 있는 응답자 4.7%에 대한 설문을 보면 이렇다. 그들이 주로 기부하고 있는 단체는 1위 참여연대(28.4% 4명), 2위 경실련(21.4% 3명), 나머지가 유니셰프, 아동복지단체, 환경운동연합, 지역여성단체(7.2% 각 1명씩)라고 답변했다. 이들은 주로 매월 1만 원 이상(61.6%)의 회비를 납부하고 있거나 월 5,000원 이하(23.3%)의 회비를 내고 있었다.

이들이 각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오픈문항으로 설문한 결과, 법이나 제도 등으로 피해입거나 상처받은 어려운 이웃을 돕기 때문에(27.9%), 인지도가 높아서(13.2%), 문제접근방식이 실질적이라서(13.2%), 올바른 일을 하니까(13.2%) 등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활동에 공감하기 때문에(6.5%), 환경의 중요성 때문에(6.5%), 주위의 권유로(6.5%), 사회발전에 기어코자(6.5%) 등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4.7%의 시민을 제외한 나머지 95.3%의 시민들은 어떤 이유로 시민단체에 기부하지 않는 걸까? 41.3%의 응답자가 ‘특별한 계기가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나머지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28.3%), 기금이 제대로 안 쓰일까봐(11.3%), 납부방법을 몰라서(8%), 세금감면혜택이 없기 때문에(6%), 시민단체 활동 중 호응할 만한 내용이 없어서(5.6%), 기타(2.4%), 무응답(2.6%) 순으로 나타났다.

일단 ‘특별한 계기가 없기 때문’에 시민단체에 기부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점에 대해 시민단체는 깊이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면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시민들로부터 기부금을 받기 위한, 혹은 회원배가를 위한 홍보활동, 기금마련방법개발 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예컨대 유니셰프나 월드비전과 같은 사회복지단체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홍보전략을 통해 수많은 시민모금을 거둔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단체의 이미지를 홍보하거나 후원금을 거두기 위한 팸플릿이 마땅히 마련돼 있지도 않고, 설령 있다해도 시민들이 돈을 이 단체에 꼭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지도 않는다. 또 각종 단체발행 간행물에서조차 ‘왜 시민들이 시민단체에 돈을 내야 하는가’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부각시키거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공세적인 시민모금 방법을 연구,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점 외에 ‘기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을까봐’라고 답변한 이유는 사실상 시민단체가 재정지출에 있어 시민들에게 아직까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는 시민단체의 공공자금만을 감사하는 전담 검찰이 따로 있을 정도로 모금된 기금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아직까지 시민단체로 기금이 그리 많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 딱히 감사받을 만한 공공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보다 활발한 시민단체 기부를 위해 시민들이 신뢰하고 기부할만한 기부시스템과 신뢰장치를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경제적 여유 때문에 시민단체에 기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IMF로 인한 고실업과 중산층 파괴가 실제 시민사회 기부문화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부하고픈 단체 환경련·여연·참여연대 순

현재 시민단체에 기부하고 있지 않지만 만일 시민단체에 기부할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기부하고픈 단체는 어디냐고 물었다. 1위 환경운동연합(28.2%), 2위 여성단체연합(19.9%), 3위 참여연대(13.7%), 4위 녹색연합(10.9%), 5위 인권운동사랑방(9.4%), 6위 경실련(4.3%), 기부하지 않겠다 3.8% 순으로 조사됐다. 각 단체에 기부하고 싶은 이유를 오픈문항으로 질문했다. 그 결과는 이렇다.

환경보존을 위해(24%), 여성의 지위강화를 위해(6.4%), 인권후진국이니까(6.4%), 인지도가 높아서(6.4%), 활동을 잘 하니까(4.8%), 취지에 공감(4.4%), 언론에 많이 등장해서(1.2%), 경제가 바로서야 하기 때문에(1.2%), 그 단체가 경제적으로 힘들어보여서(0.8%), 기업과 정부에 대해 비판하니까(0.8%),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해(0.8%), 후손을 위해(0.4%), 정부감시를 잘 하고 있기 때문(0.4%), 부조리 방지를 위해(0.4%) 등이다.

『참여사회』 지난 1월호 시민단체 비보조 인지도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개의 시민들은 환경단체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가능한한 환경운동단체에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다수의 응답자들은 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 시민들 사이에 가장 인지도가 높은 시민단체가 환경운동단체라는 것과, 동시에 환경문제라는 생활밀접형 주제가 시민들의 기부의식을 촉진시킨 것 아닌가 판단해볼 수 있다.

시민들이 시민단체 기부에 참여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30.2%의 응답자가 ARS를 통한 방송모금이라고, 또 같은 비율의 30.2%가 언론매체 등에 광고를 낸 후 시민의 자발적 은행계좌 입금이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콘서트 등의 다양한 문화이벤트 11.9%, 거리캠페인 3.3% 등의 분포를 보였다.

최근 TV프로그램을 통해 수재의연금이나 불우이웃돕기성금을 ARS로 거두는 간편한 모금기법이 개발돼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방법을 시민운동 기금모금의 한 방법으로 활용할만하다고 응답자들은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방송을 통한 적극적 홍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ARS기법을 도입한다해도 많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또 응답자들은 대중매체를 활용한 모금활동도 권장하고 있다. 단체를 홍보하거나 단체의 활동을 알리는 내용의 광고와 함께 계좌번호를 적어두면 그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계좌입금을 하게 하는 방법도 시민들이 시민단체 기부에 참여하기 좋은 하나의 방법이라고 꼽았다. 그외 거리캠페인이나 콘서트를 통한 문화이벤트는 지금까지 시민단체에서 주요하게 활용하고 있던 모금기법이고, 앞으로는 ARS나 매체를 통한 광고기법을 잘 이용해봄직하다.

시민단체 자원봉사 가급적 참여하겠다 85.7%

‘귀하는 시민단체 기부 후 상속세금이 면제되면, 귀하의 재산을 시민단체에 기부할 생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66%의 응답자가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는 유보 입장을 표명했다. 그외 자식들에게 상속한 후 남은 돈 일부를 기증하겠다 16.2%, 기부하지 않겠다 12.5%, 재산 전액 다 기부하겠다 3.2%로 조사됐다. 이런 응답자의 답변을 분석해보면, 현실적으로 많은 시민들은 아직까지 시민단체 기부에 대해 그리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단편적 수치에 의한 기대감일지라도, 기부하겠다는 입장(19.4%)이 기부하지 않겠다(12.5%)는 비율보다 높아 앞으로 시민운동단체들이 기부문화에 대한 시민의식을 공세적으로 바꿔나가면 시민단체 기부에 대한 시민의식은 점차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봄직하다. 마치 장학재단에 전재산을 헌납하는 ‘구두쇠 할머니들의 이유있는 반란’처럼 앞으로는 시민단체로 재산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예측해볼 수 있다. 다만, 시민단체들이 운동의 순수성을 견지하고 끝까지 시민의 공익적 대변기능을 잘 수행해야 이런 상상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만일 수십차례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사회복지시설처럼 시민단체도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기부는 커녕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끊길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 기부의 연장선상에서 ‘상속세 면제후 시민단체에 재산을 기부한다면 어떤 단체에 기부하고 싶은가’ 하고 물었다. 답변결과는 이렇다. 전체 응답자중 40.3%가 환경단체에, 25.6%가 인권단체에, 13.5%가 여성단체에, 11.5%가 일반시민운동단체에 기부하고 싶다고 각각 밝혔다.

실제 기부의 범주에는 돈을 내는 모금행위와 자원봉사가 함께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돈을 내는 기부는 아니지만 시간을 쪼개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자원봉사활동 참여의향을 물었다. ‘만일 귀하는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가급적 참여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85.7%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7.3% 수준에 머물렀고, 기부·자원봉사활동 이외에 시민단체 활동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부분도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았다. 각각의 경우를 설명하면 이렇다. 시민단체 격려전화(한다 14.9% 하지 않는다 85.1%), 주위사람들에게 회원권유(한다 15.9% 하지 않는다 84.1%).

이번 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은 다수의 시민들은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 시민단체 활동이나 기부에는 아직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이유는 구체적으로 참여할 특별한 계기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민운동인구의 개발을 위해 시민단체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일반시민들이 직접 시민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실제 ‘특별한 계기가 없어서’ 참여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많은 것은 실제 뒤에서 묵묵히 시민단체 활동을 지켜보면서 후원하고 있는 지지세력이 있다는 것이고, 그들에게 다가가 시민운동을 설명하고, 참여를 호소하면 그들이 동참할 가능성이 전혀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단체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와 폭을 확대한다면 많은 시민들이 얼마든지 시민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결론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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