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2월 2009-02-01   1262

이슈①_용산참사의 원인, 도심개발 정책




용산참사의 원인, 도심개발 정책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변호사


사람들은 이제야 이야기한다. 여섯 사람이 죽고 나니, 뉴타운, 재개발 등의 도심개발 정책이 큰 문제가 있었다고. 수없이 많은 원주민, 철거민들과 그들과 함께했던 주거-시민단체들이 거듭 읍소했건만, 거들떠보지도 않던 강부자-건설재벌-투기꾼 동맹 사회가, 이제는 마치 관심 있는 척 한다. 그러나 장담컨대, 이번 참사에 반짝 관심으로 그친다면 이런 일은 또다시 발생하고야 말 것이다.

경찰의 폭력살인진압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까지 공권력의 과잉 폭력을 용납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에 한국 사회는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직접적인 원인인 과잉 공권력 행사의 관행을 근절하는 것과 동시에, 철거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 기회에 확실히 개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 글에서는 서민, 철거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뉴타운, 재개발 정책의 문제점을 해부해본다.


개발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

근본적인 이야기부터 해보자.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의 목표를 개발이익(수익성) 극대화, 건설경기 부양, 강남대체 고급도시 개발 등의 왜곡된 목표에서 본래 목적인 “영세한 원주민의 낙후된 주거환경개선”으로 되돌려야 한다. 지난 1월 15일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는 그동안의 뉴타운-재개발-재건축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형저가주택 감소, 주변 전-월세 가격의 상승, 주거부담능력의 격차 심화, 원주민 재정착율의 저조, 1∼2인 고령자 가구 증가에 대비한 원룸형 주택 계획부족, 2010∼2011년 이주수요 집중, 지역별 수급 불균형, 아파트 공급위주의 정비사업, 구릉지 등 자연경관의 훼손, 정비예정지구의 역기능 등 현재 나타난 문제점들을 두루 지적했다.

열악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인 주택재개발사업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할 때 강남을 대체하는 중대형 고급주택 위주의 도시 개발정책으로 변질시켰다. 잘 팔리고 이익이 많이 남는 중대형 주택의 건설을 선호하는 건물-토지 소유자의 욕구가 여기에 맞물려, 지난 정부 말에는 정권 초기에 시작된 강남재건축사업이 집값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던 것처럼 강북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집값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드러낸 부작용과 문제점, 주택세입자·영세 가옥주·상가임차인 등 주거약자들의 아픔과 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2008년 9·19 대책에서 오히려 뉴타운 지구를 2배 확대해 지정하였다. 게다가 재개발-사업의 사업 속도를 1년 이상 앞당기겠다고 선언하며 이에 따르지 않는 서울시를 압박해왔다.

경제위기를 건설경기 부양으로, 그 중에서도 도심 재개발·뉴타운 개발 사업 등으로 돌파하겠다는 현 정부의 지향과, 개발드라이브에 저항하는 자들은 엄벌하여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이번 용산 참사를 불러온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뉴타운도 소형주택 의무건설비율 높여야

둘째, 영세한 가옥주와 세입자가 대부분인 원주민의 재정착을 높이기 위해 원주민의 소득능력과 주거수요에 맞추어 소형저가주택과 임대주택 건설 비율을 높이고, 보상대상 세입자의 자격취득요건을 완화하며, 철거세입자 등에 대한 주택자금 저리융자 등 실질적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2차 뉴타운을 보면, 기성 시가지에서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목표에도 불구하고 장위뉴타운의 경우 오히려 4,538가구가 줄어드는 등 주택공급 확대 효과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뉴타운 사업지구는 영세민들의 밀집지구로 많은 세입자와 영세가구 소유자가 거주하여 소형아파트와 임대아파트의 수요가 많다. 주택재개발사업의 경우 전체주택의 80%를 소형아파트(전용면적 25.7평, 공급면적 33평)로 건설하고 임대주택을 전체주택의 17% 건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뉴타운사업의 모법인 도시재정비촉진에관한특별법(이하 도촉법)은 중대형아파트를 40%까지 건설하도록 함으로써 소형·임대아파트 의무건설비율을 완화해주고 있다. 50∼60평의 중대형 주택은 보통 11평, 13평인 임대아파트 4세대를 차지하고, 보통 18평, 20평, 25평인 소형주택 3세대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중대형 주택을 40%로 확대한다는 것은 임대주택과 소형주택의 대규모 축소를 불러와 장위뉴타운처럼 세대수가 개발 전보다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형아파트 부족으로 강북지역의 소형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이 되어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주택재개발사업처럼 뉴타운사업에도 소형주택 의무건설비율을 80%로 높이고 중대형 주택의 건설비율을 20%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분양가 낮추고 임대료 차등제 필요

셋째, 원주민 재정착을 높이기 위해 개발과정에서의 부동산거품 가격인상분을 그대로 분양가와 임대료에 반영하는 현행 방식을 바꾸어 분양원가에 기초한 분양가 결정제도, 세입자의 소득수준에 따른 임대료 차등부과제를 실시해야 한다. 뉴타운 사업지구(도촉법상의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만 나도 집값이 오르고, 지정 후 사업의 진행정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집값이 상승한다. 이러한 집값상승분이 사업비에 전가되다보니 분양가와 임대료가 높게 책정된다. 대부분 저소득층인 원주민들은 분양가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여 분양권을 팔고 이주하거나 임대아파트 입주를 포기하고 있다. 원주민들이 분양받을 소형·임대아파트가 부족하고 분양가와 임대료가 높은 것이 원주민 재정착율이 20%도 안 되게 하는 원인이다. 따라서 소득수준에 따른 임대료 차등부과제를 실시하여 저소득 세입자의 임대아파트 입주를 가능하게 하고 공영개발과 분양가상한제 등을 통하여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순환개발, 단계적 개발로 속도 조절

넷째, 한꺼번에 동시다발적 이주수요를 폭발시켜 주변 전세값과 소형주택가격의 폭등을 불러오는 현행 과속개발방식을 수정하여 이주수요를 개발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순환개발방식이나 순차·단계적 개발방식으로 사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뉴타운 사업지구의 추가지정을 중단하고 기존에 뉴타운 사업지구로 지정되어 개발이 추진 중인 2-3차 뉴타운 33곳에 대하여도 단계-순차적 개발로 사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2차 뉴타운 11곳 중 48%(면적기준)만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이주를 시작해도 2만 세대의 이주수요가 발생한다.  뉴타운 사업지구 주변에 이러한 이주수요를 감당할 소형아파트나 다세대·연립주택이 턱없이 부족하여 전세값, 집값 폭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3차 뉴타운까지 모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이주가 시작된다면 10만 세대 이상의 이주수요가 발생한다.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사업지구 지정과 사업추진을 방치할 경우 단기간에 엄청난 이주수요가 발생하여 전세값과 집값 대란이 확대될 것이다. 더 이상의 뉴타운 지정을 중단하고 서울시가 감당할 수 있는 이주수요를 예측하여 현재, 2010년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2-3차 뉴타운 사업의 시행인가도 최대한 분산시켜야 한다. 그리고 순환재개발 방식을 서둘러 적용해야 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35조에 있는 순환재개발 방식을 적용하여 먼저 추진된 뉴타운 사업으로 건설된 임대아파트에 나중에 추진되는 뉴타운 사업의 이주수요를 수용해야 한다. 나중에 추진된 뉴타운사업이 종료되면 먼저 추진된 뉴타운 임대아파트를 임대 분양하는 방식으로 뉴타운 사업 자체에서 이주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행정기관의 적극적 분쟁 개입 필요

다섯째, 민간개발사업인 재건축과 달리 본질상 공공이 추진하는 공익사업인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의 취지에 맞게 관할행정관청인 시장-구청장이 사업주체와 영세가옥주, 세입자 등의 분쟁에 적극 개입하여 분쟁을 예방-해결하는 책임행정을 확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위헌성 시비와 유엔의 인권침해 지적으로 폐지된 제3자 개입금지 제도의 재도입 기도를 중단해야 한다.
용산참사가 발생하자 관할행정관청과 서울시는 민간의 개발사업에 행정기관이 개입할 수 없어 사업주체와 세입자 사이의 분쟁 예방과 해결에 나서기 어려웠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본질상 공공이 추진하는 공익사업인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주택재개발사업은 본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또는 대한주택공사 등 공기업에 위탁하여 추진하던 공익사업이다. 원주민의 민주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하여 토지 등 소유자가 조합을 설립하여 공공과 합동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위 합동재개발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조합이 사업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도 재개발조합은 행정권한을 위임받은 행정기관(행정법상 공무수탁사인)이 되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한 사업은 행정소송이 되고, 재개발조합 임원의 비리는 공무원의 뇌물죄에 준하여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공익사업의 성격 때문에 도정법은 재개발추진위원회의 설립, 조합설립, 정관의 변경, 사업시행, 관리처분계획, 공사완료, 이전고시 등 처음부터 종료까지의 제반절차에서 반드시 관할관청인 시장 및 구청장의 승인과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관할관청은 이러한 일련의 행정처분의 과정에서 사업주체로 하여금 세입자 또는 영세가옥주와의 분쟁을 해결하도록 행정지도와 조건부인가 등의 행정행위를 할 수 있다. 분쟁의 사전적 예방과 해결에 개입할 여지가 다른 개발 사업에 비하여 매우 큰 것이다. 결국 ‘가진 자’들의 민원을 꺼려 모른 척 하려는 소극적 행정이 문제이지, 관할관청이 분쟁해결에 개입할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집권여당은 관할관청의 책임행정을 강화하기는커녕 재개발절차와 행정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여 다른 경험자들의 도움이 절실한 세입자, 영세가옥주 등 경제적 약자들이 외부의 전문가, 주거시민단체, 유경험자들의 교육, 상담, 지원 등을 받는 행위를 제3자 개입으로 금지하는 악법을 제정하려 하고 있다. 사업주체인 조합은 제3자인 시공사로부터 조합운영의 자금 지원, 전문컨설팅업체의 지원, 용역업체의 지원 등 재정, 조직, 전문성 등 다방면에서 지원을 받는데, 세입자 등에게는 지원을 차단하면 대등한 협상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유엔인권위원회 결의 제77호가 강제퇴거 대상자들에게 효과적인 자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인권침해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 악법을 제정하려는 것이다.

이미 과거 노동조합법상의 제3자 개입금지조항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노동조합활동을 지원하는 교육, 상담, 지지 연설, 지지 유인물배포 등 광범위한 지원행위를 형사처벌하여 위헌시비가 여러 차례 있었다. 1995년 7월 19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한국정부에 이러한 제3자 개입금지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유엔인권 B규약 제19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의 재검토와 재발방지를 보장하라는 권고를 함에 따라 폐지된 바 있다.


강제퇴거에 관한 인권기준 지침화해야

여섯째,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인권위원회 결의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강제퇴거 시 관할관청, 경찰 등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할 인권기준을 지침화하고 공익사업의실현을위한토지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공익사업법)에 그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유엔인권위원회 결의 제77호는 강제퇴거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각국 정부는 강제퇴거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모든 정부는 강제퇴거되는 사람이나 지역사회에 그들의 희망과 필요에 따라 적절한 반환과 보상, 적절하고 충분한 대안적 거처나 토지를 제공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또 현재 강제퇴거의 위협에 직면한 모든 사람들의 점유 안정을 위한 협의를 하고, 관련된 사람이나 집단의 효과적인 참여와 자문, 협상에 기초하여 강제퇴거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아직 이러한 국제적인 강제퇴거에 관한 인권기준을 관할행정관청, 경찰 등 공공기관의 업무수행 기준으로 지침화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공익사업법 제78조에서는 세입자나 무허가건물의 소유자 등을 아예 이주대책대상자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많은 개발현장에서 세입자나 무허가건물 소유자에 대한 실질적인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유엔이 인권침해라고 지적하고 있는 대안적 거처나 토지 제공이 없는 상태에서의 강제퇴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심야나 새벽에 사람이 거주하는 상태에서 기습적인 철거와, 이주가 곤란한 겨울철 강제퇴거도 많이 시행되고 있는 등 국제적인 강제퇴거 인권기준이 전혀 지침화되지 못하고 있다.

철거현장 불법·폭력 행위 방치하면 안 돼

일곱째, 건축물을 부수는 철거행위와, 철거민의 퇴거와 격리를 맡는 경비업무는 전혀 성질을 달리하는 업무임에도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은 단순철거업체가 철거민의 퇴거와 격리 등을 하는 과정에서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경비업체의 능력을 제고하고 감독관청인 경찰서장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경비업법과 행정대집행법 등을 개정하고 경찰서장의 직무유기행위에 대한 상급단체와 국회의 감시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강제철거현장의 현실은 경비용역업체들이 철거현장 시설보호업무의 범위를 넘어서 방어적 경호가 아닌 공격적인 폭력행사가 문제가 된다. 이들의 경호업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관할 행정관청인 경찰서장은 사실상 묵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더욱 더 살벌한 폭력이 자행되는 실정이다.

행정대집행법 현장에서는 시설경호업 허가가 없고 철거업무만 담당하는 용역업체를 철거현장 경호와 철거집행 업무를 함께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용역업체들이 경호업법에 정한 교육과 훈련, 자격을 갖추지 않은 무자격 경호원들을 동원하여 더욱더 심한 폭력이 자행되는 현실이다. 행정대집행의 경우에도 허가받은 시설경호업체만 철거현장 경호업무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관할 행정관청인 경찰서장은 사전에 경호업법에 정한 예절교육, 테러방지교육, 인권교육 등 의무교육 이수 여부, 복장과 패찰 등의 착용 여부, 소형분사기와 경적 등 허가된 무기 이외의 폭력적 무기의 소지 여부, 폭력전과자 및 미성년자 등 무자격 경호원의 참가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또 반드시 관할 경찰서 직원들을 파견하여 방어적 경호업무를 넘어 경호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위력의 행사, 쇠파이프 등 불법무기 소지 등을 하지 못하도록 적극 감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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