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3월 2011-03-01   1077

걸어온 길, 걸어야할 길-진정한 친구 ‘시민’과 함께 한 참여연대 15년, “고맙습니다”

진정한 친구 ‘시민’과 함께 한
참여연대 15년,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사무처장 김민영입니다.

다들 안녕하신지요? 회원들께서 이 글을 받아볼 무렵엔 아마도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에게 사무처장직을 무사히(?) 인계하고 긴 휴가에 들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참여연대 상근활동가로 시민운동을 시작한 지 만 15년, 사무처장으로 활동한 지 4년 만에 고맙게도 안식년을 얻어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회원, 임원, 상근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지난 4년이 참여연대로서는 가장 어려운 시기가 아니었나 묻습니다. 그렇죠, 정말 그랬습니다. 돌아보면 참여연대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만 해도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 할 정도입니다. 사무처장 임기를 시작하던 2007년 참여연대는 당시 졸속으로 추진되던 한미FTA에 반대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이 문제로 노무현 정부와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요. 그러나 참 묘하게도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은 참여연대가 노무현 정부의 2중대라며, 마치 관변단체인양 집요하게 색칠을 했었죠. 이는 아마도 2007년 대선과정에서 진보적 시민단체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와 참여연대를 오버랩 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와 싸우며, 또 한편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2중대라 손가락질 당하던 시절이었습니다.

2007년은 참여연대 창립 이래 연간 회원가입수가 가장 적은 해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2008년은 우리가 기억하듯이 광우병 촛불항쟁이 타올랐고 참여연대는 국민주권의 의미를 되새기며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로 인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정권으로부터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하는가 하면 활동가들이 연이어 구속당하는 강도 높은 탄압을 받았습니다. 이는 참여연대만이 아니라, 진보를 표방하는 단체와 인사들의 수난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결국 2009년 노무현, 김대중 두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졌고 너무도 많은 시민들이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사법처리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통상적인 집회와 기자회견조차도 불법으로 낙인찍히고 검찰 수사를 감내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급기야 2010년에는 천안함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참여연대를 보수단체들이 ‘친북좌파 물러가라’며 가스통을 앞세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 온 나라의 언론매체가 2주가 넘도록 참여연대를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로 도배하면서 말 그대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고난의 시절을 슬기롭게 잘 이겨냈습니다. 아마도 지난 16년 동안 참여연대가 시민운동의 대의와 원칙을 지키려 애써온 것이 원동력이 되었겠지만 우리 사회에 불의와 거짓에 타협하지 않는 시민들이 많았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려울 때 굳건히 자리를 지켜주는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으며 양심과 정의에 대열에 새롭게 함께할 더 많은 동지들을 얻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모자란 역량으로 어려운 시기에 사무처장직을 맡아 참여연대에 누를 끼치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하는 시간이었습니다만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잘 버텨낼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시 한 번 지난 4년간 함께해주신 참여연대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정권에 찍혀 개인적인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음을 잘 알면서도 당당히 이름을 내걸고 참여연대 임원으로 활동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특히 어려운 고비마다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참여연대를 지켜온 활동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이토록 고마운 분들과 함께 이뤄낸 참여연대의 지난 4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지요. 이제 더 단단하게 내실을 다지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참여연대가 더 큰 도약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현 정권의 실정과 무능은 만천하에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단순히 일부 정권담당자들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수 세력, 기득권 세력이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는커녕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역주행에 놀라 잠시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도 운동 전략을 가다듬고 사무처를 전면 개편하는 등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새롭게 진용을 짜고 혁신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참여연대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주변 분들께 사무처장 임기4년을 마치고 안식년을 갖게 되었다고 말씀드리면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위로의 말씀을 건네면서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루는 이 중요한 시기에 한가롭게 안식년을 떠나는 것이 온당하냐는 비난도 빼놓지 않으십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기에 마땅히 내놓을 변명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다만, 뒤돌아볼 틈 없이 앞 뒤 가리지 않고 15년을 뛰어왔더니 몸도 마음도 한계상황에 왔음을 솔직하게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엔가, 제 스스로 몇 가지 단편적인 문제의식에만 의존하여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 한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참 많이 놀랐습니다. 사람들에게 쏟는 관심과 열정도 어느덧 헐거워졌음을 느낍니다. 잠시라도 멈춰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제 개인에게나 제가 속한 참여연대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변명해봅니다.

1년 후, 혹은 2년 후 더 큰 열정과 포부를 갖고 복귀하는 날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김민영 드림 

오롯이 15년 한결같이 참여연대와 함께한 김민영 사무처장이 4년 임기를 마칩니다. 지금과 또 다른 새로운 시민운동의 길을 찾아 떠나는 김민영 처장의 노고에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참여사회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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