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3월 2011-03-01   1045

참여연대는 지금-“이명박 때문”이 아니다

“이명박 때문”이 아니다


장동엽
참여연대 권력감시팀 간사

“정치는 연애와 같다” 백만민란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이다. ‘민주진보세력’이라 부르던, ‘진보개혁세력’이라 부르던, 적어도 진보 또는 진보에 가까운 정치세력으로부터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데 무엇보다 앞서야 할 것은 그간의 잘못들을 낱낱이 시인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일 게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무조건 야권단일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문 대표의 주장에 동의를 하던 하지 않던,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00 여 일을 거리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숱한 시민들을 만나 온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일 테니까.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일, 누군가의 바람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일, 그것을 그저 바람에만 머물지 않도록 함께 현실로 만들어가는 일…. 아마도 정치가 연애와 다르지 않다는 건,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굳이 오해의 소지가 분분한 ‘정치’라는 이름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모든 활동가들이 가져야 하고, 이미 갖고 있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런데 솔직히 시민사회운동을 한다는 활동가에게도 그 ‘누군가’, 즉 우리가 함께해야 할 시민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는 늘 고민을 안겨준다.

  2월 마지막 주 어느 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세 돌이 되는 2월 25일을 앞두고 참여연대 활동가들 몇몇이 모여 앉았다. 이명박 정부 3년을 평가하는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던 끝에 결국 ‘민심택시’로 결정되었다. 24일, 참여연대가 택시 다섯 대를 빌려 이명박 정부 3년을 우리 시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직접 그 목소리를 듣겠노라 출동했다.

  택시에는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이며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 삼순이 아버지로 잘 알려진 탤런트 맹봉학 님(참여연대 회원), ‘무상급식의 어머니’ 배옥병 무상급식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장, 인터넷방송 ‘아프리카’에서 시사자키로 잘 알려진 망치부인을 비롯해서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 등 참여연대 간사들도 함께 올랐다.

  시민들께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택시비를 받지 않고 모셔다 드리면서 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와 바람, 여러 가지 사회현안들에 대한 의견 등을 인터뷰 영상으로 담겠다는 의도였다. 필자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시민들의 거침없는 쓴소리를 기대하고 망치부인과 함께 택시에 올랐다.

  예상대로 우리 시민들의 입에서는 “살기가 너무 힘들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하소연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이 정부를 향해 잘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나 그저 보여주기 위한 선심성 정책 말고 피부에 와 닿는 ‘진짜 친서민 정책’을  주문한다.

  어느 유명 대학교에서 청소 일을 하고 계시다는 한 할머니께서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어 한 달 내내 죽도록 일해도 최저임금 받는 것조차 힘들다”신다. 택시에서 내리실 때까지 “서민들 살기 좋은 복지국가 좀 만들어 달라”며 참여연대가 힘 좀 써달라고 연신 당부하신다.

  심지어 다른 할머니께서는 생활고 때문에 “내가 건강만 괜찮으면 아랍처럼 국민들 모두 봉기하자고까지 말하고 다니겠다”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하신다.

  어린 아이 둘과 함께 택시에 오른 주부 한 분은 “아이들 수련원이나 사회복지시설 가까운 곳에서까지 소·돼지 매몰이 함부로 이루어지면서 환경적으로 예민한 아이들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어느 대학생도 “구제역으로 우유값에, 커피값까지 오르고 있다”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시민들은 이미 구제역 문제가 그저 축산농가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현장에 있지만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이들의 핵심논거를 잘 모르고 있고, 전체 아이들의 무상급식이 그렇게 중요한가에 대해 의문이라면서도 “급식비 면제대상 학생의 부모님을 만나 집안 사정을 캐물어야 하는 학기 초가 곤혹스럽다”고 토로한다.

  졸업을 앞두고 인턴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라는 취업준비생은 “요즘 새내기들은 입학 전부터 스팩을 쌓는다고 하더라. 취업난 때문에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며 정치사회적 문제에는 관심 가질 여력이 없음을 털어놓는다.

  인터뷰에 선뜻 응한 어느 학생은 자신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부탁하기도 한다. “요즘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며 이 정부 들어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사회에서 줄곧 후퇴했다고 평가해 온 ‘표현의 자유’,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에둘러 꼬집는다.

  10점 만점에 1, 2점을 준 취업준비생부터 50점을 준 비정규직 할머니까지, 분명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점수는 대체적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이들이 뜬금없이 정치사회적 주제들을 내밀며 자신의 생각을 듣겠노라 카메라까지 들이댔다는 걸 감안한다면, 어째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50%대의 일정한 국정지지도는 어디서 오는 걸까? 설령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어째서 그 지지도가 야권의 그것으로 옮아가질 않는 걸까?

  필자가 직접 택시에 올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다른 택시에 오른 시민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또 보면서 뇌리를 스쳐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쪽 진영(민주진보이든, 진보개혁이든)은 대체로 이명박 정부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고 주장한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많은 활동가들과 그들이 속한 단체들은 늘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후, 자신의 주장을 끄집어내는 데 훨씬 익숙하다.그러나 시민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이 모순들이 이미 지난 민주정부 10년을 지나면서도 해결은커녕 오히려 더더욱 철저하게 더 깊이 구조화되어 갔음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도 이 모든 모순이 “이명박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더 이상 “이명박 때문”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 “서민들이 살기 좋은 복지국가”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아직도 교육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께조차 왜 무상급식이 절실한 지 설득하지 못하고, 병원이 더 친숙하시고 매일같이 약을 달고 사시는 어르신들께 무상의료야말로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믿음을 드리지 못하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해보게 된다.

  진보세력에 마음을 돌린 시민들의 마음을 읽고 진심으로 소통하려 하기보다는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이라고만 외쳐 오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우리의 연인들을 만날 때는 내 머리 속 “이명박”부터 지우고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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