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3년 09월 2013-09-06   1773

[기획] 조중동의 네이버 때리기 진짜 속내는

조중동의 네이버 때리기 진짜 속내는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
직업은 블로거. 부업은 기자. 이정환 닷컴 운영자. 

 

참여사회 9월호

 

언론사들의 억울함도 이해는 된다. 네이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나도 그동안 네이버를 조지는 기사를 숱하게 썼지만 최근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네이버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언뜻 캠페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사 이해관계에 얽힌 사안을 공적 이슈로 포장하는 지면 사유화일 뿐이다. 애초에 기사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기사들도 많다. 

 언론사들의 불만은 네이버 첫 화면 개편에서 비롯했다. 지난 4월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바꾸면서 언론사 사이트의 페이지뷰가 평균 1/3 이하로 줄어들었다.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지자 다른 포털로 옮겨가거나 아예 뉴스를 보지 않는 이용자들이 늘어났다. 

 

트래픽과 영향력 동시에 급감, 뉴스스탠드의 악몽

 

그러나 네이버 첫 화면 개편은 조중동의 작품이라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뉴스캐스트 시절에는 52개 언론사가 네이버 첫 화면에 랜덤 롤링되면서 거의 비슷한 빈도로 노출됐다. 조중동은 그게 불만이었다. 듣보잡 언론사들과 N분의 1로 섞이고 싶지 않다, 독자들이 직접 언론사를 선택하게 하자, 저질 사이비 언론사들을 퇴출하자, 그래서 나온 게 뉴스스탠드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조중동으로 몰리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뉴스 트래픽이 급감했다. 어떤 뉴스도 선택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상대적으로 조중동의 피해가 적게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영향력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조중동의 네이버 비판은 전혀 새롭지 않다. 지난해부터 조선일보가 일부 제기했던 이슈를 반복해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독과점 횡포?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점유율이 높은 것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건 다른 문제다. 검색 서비스와 부동산, 오픈마켓, 가격비교, 웹툰, 음원 서비스가 모두 다른 시장이기 때문이다. 2008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했다가 패소한 바 있다. 네이버가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큰 힘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검색 공정성이다. 광고성 링크를 상단에 배치하는 건 네이버의 핵심 수익모델이니까 그렇다 쳐도, 내부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외부 콘텐츠를 배제하는 건 포털의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 네이버는 이른바 가두리 양식장 전략으로 덩치를 키워왔고 지금도 그런 전략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참여사회 9월호 참여사회 9월호
2013년 4월 네이버는 그동안 첫 화면에서 제공해왔던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소비자가 직접 언론사를 편집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뉴스캐스트 형식으로 바꿨다.

 

조중동+연합의 네이버 독립, 성공할 수 있을까

 

조중동의 네이버 비판 기사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인터넷 전반의 문제인 경우가 많고(음란 콘텐츠나 저작권 문제 등) 다분히 감정적인 비판이기도 하다(네이버가 이런 것까지 하느냐는 등). 그리고 조중동이 네이버에 갖는 불만은 사양 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언론 전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네이버가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아마도 조중동은 네이버에서 독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네이버에서 오는 트래픽이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중장기적으로 콘텐츠를 유료화 하려면 공짜 뉴스를 없애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논조를 보면 조중동은 아예 포털이 뉴스를 다루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연합뉴스를 압박해 네이버에서 빠져나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 지원을 받는 통신사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B2C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조중동의 논리지만 연합뉴스는 네이버의 방대한 독자 기반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기사 전재료를 깎아주면서 언론사들을 달래고 있지만 조중동의 비판은 막무가내다. 조중동이 직접 통신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네이버와 연합뉴스를 동시에 압박하는 전략이다. 

 

뉴스 없는 네이버, 법으로 밀어붙인다? 

 

조중동의 네이버 비판에는 네이버에 넘어간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결국 조중동의 진짜 의도는 네이버에서 공짜 뉴스를 없애라는 것이다. 조중동이 추동하자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는 네이버 규제 법제화도 논의되고 있다. 다급한 네이버도 뉴스 서비스의 철수 또는 전면 유료화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동의 전략이 성공할까. 지난 2004년 스포츠지들이 일제히 포털에서 탈퇴하고 파란닷컴으로 옮겨갔을 때를 떠올려보자. 스포츠지들의 빈자리를 신생 연예·스포츠지들이 채웠고 파란닷컴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문을 닫았다. 조중동+연합까지 빠져나간다고 해도 빈자리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까지 모두 뉴스를 없앤다고 해도(그게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조중동이 과거의 영향력을 되찾게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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